[초점] 국제관함식 통해 사과했지만 갈등해결 시작에 불과...꾸준한 소통-신뢰회복 조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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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4월26일 불과 87명의 주민들이 모여 일방적으로 제주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하면서 시작된 강정마을의 비극.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성이 없다며 유치를 결정한 마을회장을 탄핵하고, 마을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해군기지 반대를 선언했지만 정부와 해군은 일사천리로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했다.

이후 11년 간 정권이 3번 바뀌는 동안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마을이 쪼개지고, 공동체가 파괴됐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주민들은 전과자 신세가 됐다.

적폐청산과 강정마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임 정부에서 이뤄졌던 구상권은 철회했지만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11일 열린 국제관함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로하고, 국가 수반으로서 유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 주민들이 가슴에 응어리 진 한과 아픔이 많은 줄 안다"며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깊이 소통하지 못해 일어난 일들"이라고 해군기지 건설 과정의 절차적 잘못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한 사업이라도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그래서 강정마을 주민들 사이에, 그리고 제주도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주민 공동체가 붕괴되다시피 했다.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제 강정마을의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며 "깊은 상처일수록 사회가 함께 보듬고 치유해야 한다"고 정부가 강정마을 공동체회복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구상권 청구는 철회됐고, 사면복권이 남은 과제인데 사면복권은 관련된 사건의 재판이 확정돼야 할 수 있다"며 "관련 사건이 확정되는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사면복권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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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을 주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공동체가 회복돼야 정부에 대한 신뢰도 살아날 것"이라며 "믿음을 갖고 주민분들과 소통하겠다. 오늘은 1차적으로 주민들 말을 듣는 자리로 생각하겠다"고 소통을 강조했다.

이러한 언급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11년간 고통을 받아온 주민들을 위해 최대한의 예를 표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강정마을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는 시간에 강정커뮤니티센터 밖에서는 여전히 길바닥에 앉아 반대시위를 하는 주민들이 있었다.

해군기지가 절차적, 민주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했다며 문 대통령이 유감을 표시했듯이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과정도 정당성과 민주성에 문제가 있었다.

당초 국방부와 해군은 올해 2월 관함식 개최를 요구하면서 마을주민들이 반대하면 국제관함식을 제주해군기지에서 개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강정마을회는 마을총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를 천명했다. 

3~4개월 동안 잠잠하던 국제관함식 제주개최 문제는 국방부와 해군이 뒤늦게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 지난 6월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대행 용역' 공고를 내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개최일은 10월10~14일, 장소는 제주해군기지로 못까지 박았다.

마을 주민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제주도의회까지 반대 결의안 채택 움직임이 이는 등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7월18일 제주를 찾아 원희룡 제주지사, 김태석 도의회 의장, 강정마을을 예방했다.

결국 강정마을회는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논란 속에 7월28일 임시총회를 열어 국제관함식 찬반 재투표를  실시했고,  당초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입장을 뒤집었다.

국제관함식 때문에 강정마을 주민들은 또 다시 둘로 나뉘고,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물론 청와대는 국제관함식 개최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완성과 자주국방, 그리고 강정 문제 해결 단초 마련 등 1석3조의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

11년 동안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이끌어온 강동균-조경철 전 마을회장과 고권일 반대대책위 위원장은 여전히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마저 삼엄한 경호속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억압하고, 찬성하는 주민들만 만나고 갔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또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강정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싶으면 11년 간의 불법공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먼저"라고 요구했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주민들을 위로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마을 주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공동체가 회복돼야 정부에 대한 신뢰도 살아날 것"이라며 "믿음을 갖고 주민분들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사과는 엄밀히 말해 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을 푸는 첫 단추를 채운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대통령과 정부가 주민 갈등 해소를 위해 꾸준히 소통하며 신뢰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강정마을 갈등 해결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소통과 신뢰회복 조치가 어떻게 주민들의 가슴속에 파고들 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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