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오름과 신비의 계곡이 만든 귤 같은 산물
신선한 오름과 신비의 계곡이 만든 귤 같은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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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72) 감산리 안덕계곡 산물

감산리(柑山里)은 고려 때부터 이미 집집마다 감귤이 재배되었던 데서 ‘감산리’라 했다. 감산리와 창천리 사이에 신산오름이 있고 ‘신산’은 한자 표기로 ‘신령스러운 산’이란 뜻이므로 신선한 오름이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감산리라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감(柑)과 신(神)은 같은 의미이다. 이 마을은 고려조 목종10년(서기 1007년)에 화산폭발로 군산과 월랑봉이 융기하여 솟아나면서 안덕계곡과 창고내가 형성되었다고 전해지는 마을이다. 감산리는 창고천의 수맥이 좋아서 자연적으로 넘쳐흐르는 산물이 많은데, 산물들이 안덕계곡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으로 부르는 산물이 감산리 동카름(카름은 제주어로 마을, 동네란 뜻) 근처 안덕계곡 냇가에 있다. 이 산물은 도고섬이란 산물로 울창한 상록수와 함께 풍부한 물이다. 깨끗한 수질로 인해 마을의 식수가 된 물인데 바위그늘집인 궤(동굴) 아래에서 솟아난다. 특히 마을의 많은 산물들 중 유독 이 산물만 ‘섬’이라 부르는 것은 안덕계곡 산물 용출지점 중 가장 높은 위치에서 솟기 때문에 접근하기 힘든 하천 벼랑에 바다의 섬처럼 홀로 외롭게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섬은 섬지와 같이 샘을 나타내는 제주어의 변음이다. 도고섬(도고샘, 도구샘, 도고천)은 산물이 나는 곳의 모양이 도고리(제주어로 바구니란 뜻)와 같은 형상을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 물은 감산리 동(동쪽) 동네 식수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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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고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산물은 세 개의 통으로 만들었으며 식수통 밑에 있는 통은 두 칸으로 나누어 만들어 졌다. 다른 마을에서는 산물에 식수통, 식기와 음식을 씻는 통, 빨래통 등으로 구분해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식수통 밑에 있는 통을 두 칸으로 나누고 식기와 음식을 씻는 칸을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이 산물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생수다. 도고섬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정좌해 있는 피부병에 영험이 있다는 할망당인 '도고샘이일레당'을 찾을 때 치성을 드리는 산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차례 태풍 등 폭우의 영향으로 당과 산물로 가는 길이 무너져 방치되어 있어 아쉽게도 이제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궤 앞에 일부 남아 있는 물팡만 옛 정취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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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고섬 물통 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밖에도 안덕계곡(일명 감산천계곡, 창고천계곡) 주변에서 용출되는 산물로는 생이물, 괸물, 조배낭물, 안덕계곡물 등이 있다. 안덕계곡은 전설에 의하면 고려조 목종 10년 군산이 솟아오를 때 생긴 계곡으로 계곡에 물이 넘치고 흘러간다고 해서 치안치덕(治安治德)한 곳이라 하여 유래된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제182-6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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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덕계곡.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생이물은 물이 새처럼 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안덕계곡 입구 과수원 안에 있다. 예전 산물터는 사라지고 산물로 내려가는 돌계단만 남아 있다. 산물은 바위의 기를 받고 솟아나고 있으며 하부에 조그만 연못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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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5. 생이물로 가는 계단.JPG
▲ 생이물로 가는 계단.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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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이물이 만든 연못.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계곡 안으로 막 들어서면 두 군데서 용출되는 괸물(고래물)을 만날 수 있다. 이 산물은 안덕계곡 입구 바위그늘집자리 밑에 있는 물로 나무와 돌 틈에서 고여 있는 듯 흘러나온다고 해서 괸물이다. 지금은 고래(맷돌의 제주어)에서 흘러 나오도록 개수하였다. 그래서 고래물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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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괸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구실잣밤나무를 제주어로 조배낭이라고 하는데, 조배낭물은 주변에 구실잣밤나무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 칸의 식수통과 빨래통으로 나누어 사용했는데, 최근에 안덕계곡 산책로를 만들면서 개수되어 보호시설인 돌담만 옛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산물 건너편에 황개천 논으로 계곡의 물을 보내기 위해 만든 콘크리트 인공수로가 일부 남아 있다. 지금 논은 남제주화력발전소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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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배낭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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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배낭물 물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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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수로.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안덕계곡궤물은 계곡 안쪽에 큰 바위덩어리에 의해 하천이 휘어지는 지점의 나무산책로가 있는 바위벼랑의 가라진 바위틈에서 용출되는 산물이다. 여기에 과거 안덕계곡 하류인 황개창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안덕계곡 내에 설치되었던 나무 수로를 재현하기 위해 만든 대나무 물길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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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덕계곡 궤물 입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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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덕계곡 궤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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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수로(대나무로 재현).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감산리에는 마을을 형성하는데 중심이 된 통물이란 산물이 있는데, 창천리의 통물처럼 통처럼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물이 있어 감산리에서 제일 먼저 이곳에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하여 감산리를 통천리라 기록되기도 하였다. 통물(통세미)은 감산리 마을회관 동측 감산로 길에 있는 산물로서, 이 샘물을 근거지로 마을이 형성되었다는 뜻에서 이 샘물 부근을 ‘통물통’, ‘통세미마을(通泉里)’로 부른다. 옛 문헌에는 ‘통과 같은 곳에서 물이 솟는다’해서 통천(通泉)이라 표기하고 통물 동네의 식수라고 기록하고 있지만, 산물에는 돌이나 나무로 만든 통이 없는 것으로 봐서 통에 채울 만큼 물이 솟았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이 산물은 일주도로변 리사무소 옆길로 해서 한라산 방면으로 가다보면 주택과 경계하여 마을 어귀에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근자에 들어 산물은 옛 돌담을 치우고 새롭게 돌담을 높게 쌓고 비가림 시설을 만들면서 산물을 개조해 버려 옛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식수통과 뒤의 돌담만 예전 그대로로 옛 이야기를 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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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수 전 통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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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수 후 통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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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물 식수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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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물 내부 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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