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톤 무게의 '전설속의 돌'…오라동 마을 명물 '훼손될라'교량 확장으로 오히려 보존기회…안내표석 등 자원화해야

▲ 설문대 할망이 썼다는 '족도리 모자'를 아시나요.
'설문대 할망이 썼던 전설 속의 '족도리 모자'를 아세요?'

제주도 한라산을 만들었다는 전설속의 창조 여신 '설문대 할망'이 썼던 일명 '족도리 모자'(거대 암석)가 훼손 위기(?)에서 모면해 오히려 신앙 민속 유물로서 가치를 살리는 기회를 맞게 됐다.

설문대 할망이 썼던 '전설의 모자'...신화역사로 자원화 해야

▲ 고지교. 현재 교량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제주시 오라동 보건소에서 남측30m에 위치한 고지교 확장 공사현장.

제주시의 최대 하천인 한천으로 흘러가는 속칭 '고지내'라고 부는 이 곳에는 200여톤 가량의 큰 둥근 암석이 있다.

일명 '족도리 할망 모자'로 불리는 이 바위는 전설속에서 설문대 할망이 썼던 모자로 움푹패인 모양이 마치 썼던 흔적을 연상케 한다.

오라동 주민들은 예전부터 속칭 '배고픈 다리' 시절에 내(川)가 터져 물이 넘칠 때도 그 돌만큼은 휩쓸리지 않고 끄덕없이 견뎌오는 등 마을을 지켜주는 상징적인 돌로 여기고 있는 '명물 중 명물'. 한마디로 주민들의 애환과 삶의 희노애락이 투영된 것이다.

주민 "전설의 돌' 살려야..."...제주시 "자연스런 돌 계단으로 진입로 만들겠다" 흔쾌히 답변

▲ 할망 모자 뒷 모습
그런데 이 다리가 최근 제주시에서 한천(고산교~제2동산교)수해 상습지 개선공사와 함께 도시계획도로에 따라 교량폭이 12m에서 36m로 확장되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위기를 맞게 된 것.

이에 깜짝 놀란 마을 사람들은 제주시와 공사업체에 '족도리 모자'에 대한 유래와 의미, 보존의 가치를 설명한 끝에 '전설의 돌'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주민들간에 "옮기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결국 옮기면 의미가 없어진다는 의견이 우세해 현 위치에 그대로 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더욱이 제주시 건설부서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큰 돌계단을 만들어 쉽게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역사 문화유적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줬다. 한마디로 다리 아래에 묻혀 있던 '할망 모자'가 다리 밖(?)으로 나온 셈이 된 것.

▲ 할망 모자 아래쪽에 '설문대 할망'이 썼던 머리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족도리 모자'에 대한 유래와 신앙유적으로서의 가치를 볼 때 자원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 삶의 애환 오롯이 '투영'된 명물 중 명물...안내 및 표지석 설치해야

지역주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은 "적어도 '설문대 할망 모자'에 대한 유래와 전설이 소개된 안내판이나 표석 작업이 필요하다"며 "더욱이 창조신화인 설문대 할망의 전설과 관련한 소재를 잇는 테마 코스를 발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제주시 문화재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고증이 되지 않아서 보다 정학한 내용을 파악한 후에 안내 시설물 설치를 추진할 수 있다"며 "비록 문화재는 아니지만 학계 전문가에게 의견을 충분히 구하고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할망모자 왼쪽 모습. 무게 200여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릴적 부터 이 곳에서 자랐다는 강봉수씨(43.제주시 오라동)는 "족도리 모자는  멱감으로 갈 때도 항상 지켜주곤 했다"며 "움푹 패인 웅덩이쪽에 아이 5~6명이 앉아 비도 피하고, 몸도 말리는 등 아늑한 보금자리로 애용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다리가 높아 소외감을 느끼고 있지만 예전에 이 돌을 훔쳐가려고 해도 너무 무거워 갖고 가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올 정도로 '돌 애호가'사이에서는 유명세를 치렀던 '명물 중 명물'"이라고 소개했다.

오라동 향토지에 '족감석(族感石)'으로 기록

한편 오라동 향토지(2004.1월 발간)에 따르면 '설문대 할망 모자'는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화산이 폭발한 후 냇가에 큰 바위 덩어리하나가 서 있었다고 기록돼 있으며 일명 '족감석(族感石)으로 나와 있다.

또 설화에 의하면 설문대 할망이 '제주 앞바다에서 목포까지 다리를 놓아주겠다'며 모자를 벗어 한 쪽에 놓아두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는 유래와 함께 마을 선인들이 '족도리 할망 모자'라고 부르며 마을 사람들과 삶의 애환을 함께 해 왔다고 전해진다.

'...옛 설화에 의하면 이 할머니는 몸이 워낙 커서 아래 바지, 즉 소중이를 해 입을 옷감이 없어서 마을 주미들에게 하는 말이 "나에게 소중이 한 벌을 해주면 제주 앞바다에서 목포까지 다리는 놓아 주겠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때도 마을 주민들이 너무나 가난하여 소중이를 못해 드리니까 그 할머니는 모자를 벗어 그 곳 한 쪽에 놓아두고 소중이 해 줄 곳을 찾아 어디론지 떠나가 버렸다는 설화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오라동 향토지 374페이지)

▲ '족도리 할망모자' 주변에는 굴삭기로 부서진 암석들이 즐비했다.

▲ 멀리서 보면 커다랗고 평범한 바위 같아 보인다
▲ 교량확장 공사로 인해 하마터면 묻혀질뻔 한 '설문대 할망 모자'가 되살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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