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20) 참빗살나무 (Euonymus hamiltonianus Wall. var.) -노박덩굴과-

한라산 단풍이 절정을 향해 달려 가는 듯 붉게 물들어, 마치 색동옷을 갈아 입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참빗의 빗살을 만드는 재료였다는 참빗살나무를 <제주의소리> 독자 분들께 소개해 드립니다. 우리나라 산자락이나 계곡, 냇가, 하천에서 잘 자라는 이 참빗살나무는 가을이 되면 단풍과 열매가 인상적인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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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참빗은 진소(眞梳)라고도 부르는데, 크기에 따라 대소(大梳), 중소(中梳), 어중소(於中梳), 밀소의 4 가지로 분류합니다. 참빗의 마구리(양 끝에 대는 넓적한 부분) 재료에 따라 중소의 경우, 우골(牛骨)로 만든 것은 골중소, 나무로 만든 것은 목중소, 대로 만든 것은 대중소라고 합니다. 바로 목중소의 참빗은 이 참빗살나무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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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10월 중순 이후면 열매가 달려 11월 중순까지 볼 수 있는데, 꽃은 5~6월에 피어납니다. 이 참빗살나무의 목질이 단단해 예로부터 도장이나 지팡이로도 쓰였다고 하는데, 줄기 껍질과 열매를 한방에서는 사면목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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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참빗살나무가 있는데 빗살나무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빗살나무도 있는데 정명은 화살나무를 빗살나무라고 부르지요. 빗살나무를 화살나무라고 하는 이유는 나뭇가지에 화살의 깃처럼 코르크질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일명 귀전우, 신이 쏘는 화살이라고 해 신전목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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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살나무 꽃.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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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빗살나무 꽃. ⓒ제주의소리

참빗살나무를 노래한 시 한 편을 만나 보겠습니다.

참빗살나무의 노래
유유

참빗이 무엇인지 모르는 시대에
참빗과 머리카락 사이가
어떠했었는지
어찌 설명하리
참빗살나무 이름만
무심히 흔적 남겨라

이리저리 불규칙이라
마구 갈라진 수피에
끝이 뾰족 타원형
약한 톱니 가진 이파리
가지 사이에 피는 흰 꽃
사각의 붉은 열매는
네 쪽 가르며 홍자색 씨를
살짝 내보인다네

참빗살나무 희생정신
슬그머니 자랑한다
줄기는 지팡이
가지는 바구니
새순은 나물로
잎은 약이 되고
심장 모양의 열매는
술 되기도 하지만
한겨울
새들의 보존 식량
더없이 소중하여라

참빗살나무에 열매가 달리면 이렇게 빨갛게 되는데 지금 한라산 곳곳에는 참빗날나무의 열매가 익어 가고 있습니다. 참빗살나무의 다른 이름은 물뿌리나무입니다. 육지에서는 이 참빗살나무가 계곡을 따라 많이 자라는데 물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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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한라산 등반을 하다 보면 빨간 열매가 달린 참빗살나무를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참빗살나무와 함께 같이 살아 가는 나무들이 색동옷을 입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더불어 살아 가는 세상이 고운 단풍이 든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의소리> 독자분들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빌어 봅니다.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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