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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진상조사보고서 입수, '비윤리적 언행' 다반사...A교수 소명 대부분 불인정 

갑질 의혹을 받아온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 학과 A교수가 제자들이 출품한 공모작에 자신의 자녀 이름을 끼어넣었다는 의혹이 대학 자체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A교수는 그간 자녀이름 끼워넣기 의혹에 대해서는 '자녀의 아이디어를 채용한 것'이라며 관련 사실을 극구 부인해왔다. 

제주대는 상습적인 폭언, 성희롱, 부당지시 의혹에 이은 추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24일 A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제주대는 지난 6월15일 '멀티미디어디자인과 4학년 재학생 비상대책위원회'의 공식 요구에 따라 실시한 A교수의 갑질 의혹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23일 마무리하고 이날 그 결과를 비대위측에 통보했다. 

A교수의 갑질 의혹은 크게 △성희롱, 폭언 등 인권 관련 의혹 △제자 공모전에 자녀 이름 끼워넣기 등 연구 실적 관련 의혹 △제자에게 개인적인 부당 지시 등으로 분류됐고, 이중 성희롱·폭언과 관련된 사안은 제주대인권센터, 연구실적 관련 사안은 연구윤리위원회, 그 외 갑질의혹 등은 교무처가 맡아 각각 진행했다.

이날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제주대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A교수의 '교수답지 않은 언행'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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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과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낮 12시 제주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수 갑질 의혹에 대한 교무처 조사결과에 대해 반발하며 집회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 "잤어?", "쓰레기"...툭하면 폭언, 성희롱

학생들이 피해를 주장해왔던 폭언과 성희롱 등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인권센터 차원에서 진행된 조사 결과, A교수는 학생들에게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 잤어?", "오르가즘?"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센터는 이에 대해 "합리적인 평균적 여성의 입장에서 수치감 내지 굴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성희롱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A교수측은 상당 부분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분위기 전환용 농담'이라고 항변했지만, 센터는 "학생이 명시적으로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음을 감안할 때 친밀감의 표시로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음성파일 등 객관적 증거가 없어 조사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입수된 증언 등에 따르면 A교수는 "OO이가 모텔을 잘 알지", "시각장애인 체험을 여친 스타킹으로 해보라", "뒤태가 예쁘네", "커피 섹시하게 타 와봐" 등의 발언을 한 의혹도 있다.

또 A교수는 "너희는 인성이 쓰레기야", "망치로 다리를 부러뜨려봐야 장애인 마음을 알지", "나이 헛 쳐먹었네", "이렇게 밖에 못하냐? 이렇게 버러지 같이?" 등의 폭언 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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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2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갑질논란 제주대학교 A교수 파면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제주의소리
◇ 사적 심부름-자택 작업에 학생 동원...'직권남용' 여지 

A교수가 자택을 짓는 과정에서 학생들을 동원해 작업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다.

인권센터는 이에 대해 "A교수는 학생들에게 연습 기회를 주는 측면에서 교수 개인 주택에 대한 작업을 지시했다고  진술했으나, 그러한 목적이라면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했어야 하며, 그에 따른 별도의 혜택 역시 부당하다"고 A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오히려 학생들에게 부당하게 의무 없는 일을 부과한 것으로, 교육공무원으로서 성실 의무를 위반해 직권남용으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 공모전 참가-상금 배분 강요...A교수 "농담이었다", 학교측 "공감 어려워"

A교수가 지위를 이용해 공모전 참가와 상금 배분 등을 강요했다는 학생측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교무처는 "A교수는 공모전을 통해 수업시간에 진행한 결과를 국내외 디자이너들과 겨뤄보고 자신의 가치를 측정하거나 입증할 수 있는 유익한 과정으로 참가를 안내했고, 미참가로 인한 불이익은 없다고 진술했다. 수업 시간 중 농담으로 상금 배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지만 실제 상금 배분을 강요하거나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며 A교수측의 주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모전 참가 권유 및 상금 배분 요구는 수업시간 중 수 차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상금 배분 요구가 농담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고려할 때 금전 요구와 관련된 농담에 대해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공감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평소 A교수의 수업 방식, 강의실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A교수의 말과 행동은 학생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는 교육적으로 부적절한 처신으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특정 서적 구입을 강요한 건에 대해 A교수측은 "졸업작품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적극 추천한 것일 뿐 책 구입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지만, 서적 판매업자를 수업에 참관토록 하고, 학생들에게 '책 구입'을 발표 과제물 관련 지시사항 중 하나로 권고한 점 등이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A교수가 이후 수업시간마다 책 구입여부를 확인하고, 과대표와 과목대표 등에게 추천 서적 구입을 의무로 하도록 안내한 사실을 종합해 '성실의무 위반'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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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과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6월18일 오전 10시 제주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 제자 작품에 자녀 이름 '버젓'...'부당한 저자 표시' 판단

제자들의 작품에 자녀의 이름을 끼워넣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결과 '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해당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자녀로부터 아이디어를 제공받았다고 주장하며 '이름 끼워넣기' 주장에 대해서만큼은 강하게 부정해 온 A교수의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다.

조사 대상은 2014년 스파크 디자인어워드(Spark Design Award)를 수상한 작품 'Multi-Functional Streetlight', 2011년 레드닷 디자인어워드(Red-dot Design Award) 수상작 'African Wrench', 2011년 레드닷 디자인어워드와 2012년 스파크 디자인어워드를 동시 수상한 'Arrow' 작품 등이다.

윤리위 조사 결과, 해당 작품에 A교수의 자녀 이름이 포함된 것은 연구부정행위 중 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된다고 판정했다. 자녀의 디자인 기여 여부가 '협동디자인' 관점에서 인정할 수 있는 요건들을 갖췄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리위는 "제보 학생들은 공모전 수상 결정 이전 공모전 진행 과정에서 A교수로부터 자녀의 이름과 디자인 기여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바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A교수 자녀의 공동수상자 표기는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봤다.

윤리위는 "디자인 팀 작업은 하나의 목표를 가진 집단으로서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참여, 구체적 참여 의지, 참여자의 상호 인지와 동의를 가지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각각의 역할을 하나로 집약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A교수의 자녀는 이러한 부분에 충분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A교수가 자녀의 공동수상자 표기를 참여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동의를 구했다는 내용 역시 상호 인지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A교수 지시 불이행에 의한 피해를 의식한 참여 학생들의 타의적 동의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면 2011년 IDEA 수상작 'Handsfree Shower', 2015년 스파크 디자인어워드 수상작 'Booth Design for Jeju National Geopark' 역시 A교수 자녀의 이름이 포함됐지만, 제보자 진술과 서면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했다.

◇ 제주대 징계위원회 회부, 경찰 조사 진행 중

조사 결과가 마무리됨에 따라 제주대는 A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현재 송석언 총장이 국정감사 참석 관계로 부재중이어서 돌아오는 시기와 맞물려 징계 절차 등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주대는 학교 자체적으로 판단을 유보할 수 밖에 없었던 사안 2건에 대해 이달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횡령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관계는 파악이 된 상황에서 법리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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