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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4.3생존수형인 18명 첫 공판 예고...검찰, 70년 전 사건 재구성 ‘공소장 변경’ 가능성
 
판결문과 공소장이 없는 사상 초유의 재심 공판을 앞두고 검찰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70년 전 사건을 재구성한 최초의 4.3사건 공소장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양근방(86) 할아버지 등 4.3생존수형인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청구사건에 대해 29일 첫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재심사건은 판결문이 없는 사건에 대한 사실상의 첫 재심 청구로 관심을 끌고 있다. 군법재판 사건을 일반 법원에 청구한 특이 사례여서 재심을 두고 법조계의 관심도 높다.
 
당시 정부는 1948년 12월 14차례에 걸친 군법회의 재판에서 871명을 처벌했다. 이듬해 6~7월에도 14차례의 재판을 열어 1659명을 처벌하는 등 희생자만 2530명에 이른다.
 
문제는 당시 군법회의를 진행하면서 공소장과 공판조서, 판결문 등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법회의 자료는 정부기록보존소가 소장한 수형인 명부가 사실상 유일하다.
 
당시 군법회의의 근거가 된 국방경비법 제81조, 83조에는 소송기록의 작성과 보존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공판조서와 예심조사서는 빠졌고 판결문도 작성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재심이유) 7호에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때’를 재심 사유로 명시했다.
 
재판부는 재심의 근거가 되는 확정 판결의 직접 자료는 없지만 청구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송돼 옥고를 치르는 과정에서 사법기관의 판단이 있었다며 9월3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군법회의가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이 이뤄진 것인지 여부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체포와 구금을 통한 부당하게 이뤄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그동안 대검과 협의하며 재심 개시 결정의 근거와 법리적 문제, 본안 소송시 공소사실 유지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 했다.
 
첫 공판 일정까지 잡혔지만 형사재판의 근거인 공소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난감한 입장이다. 법원이 개시 결정과 동시에 공소사실 입증 책임을 검찰에 넘긴 것도 부담이다.
 
공소사실을 자체를 부정할 경우 재판 진행이 자체가 어렵다. 이 경우 재심 청구인들의 진술과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70년만에 공소장을 변경해 다시 작성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98조(공소장의 변경)에는 검사가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소장 변경이 현실화 되면 1947~1948년을 전후에 존재했던 당시 형법상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을 토대로 4.3사건에 대한 첫 공소장이 법정에 등장하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 없는 재판과 70년 전 공소장 변경도 모두 첫 사례여서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며 “경우의 수를 고려해 법리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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