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야생조류 분변에서H7N7 AI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제주시가 7일 한림 금악리에서 AI 등 가축질병 가상방역훈련을 주최했다. 

AI 방역활동 ‘엇박자’…고희범 시장 등 AI현장 있어야 할 공무원들 훈련장에 집결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AI(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방역활동에 집중해야 할 제주도와 제주시가 AI 등 악성 가축전염병 대비 가상방역훈련을 실시해 구설에 올랐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고병원성 확진 판정에 대비해 가상방역훈련 일정을 미루고 구좌읍 시료채취 지점 일대에 대한 방역활동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공직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달 30일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야생조류 분변에 대한 AI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한 결과, H7N7형 AI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6일 오후 제주도에 알려왔다. 

이날 제주도 방역당국은 긴급 행동지침에 따라 시료 채취 지점으로부터 반경 10km를 야생조류수 예찰지역으로 지정하고, 예찰지역 내 31개 농가, 가금류 75만8000마리에 대한 이동을 제한했다.

이날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일대 곳곳에는 방역 초소가 설치됐다. 차량 이동 등으로 인한 AI 확산을 막기 위한 초동조치다. 

검출된 H7N7형 AI 바이러스가 저병원성인지 고병원성인지 여부는 아직 판정되지 않았다. 채취된 시료 검사결과는 금명간 나올 전망이다.

▲ 제주도와 제주시가 7일 오후 2시 한림읍 금악리 제주축협 가축시장에서 ‘2018 AI·구제역 등 악성 가축전염볌 가상방역훈련’을 주최했다. ⓒ제주의소리

문제는 고병원성 여부가 판명나지 않더라도 고병원성 AI에 준하는 방역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는데 있다. 

제주시가 이미 AI바이러스가 검출돼 비상상황인 이 중요한 시기에 굳이 가상의 방역훈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예정된 훈련 일정이더라도 AI가 발생한 상황을 고려해 더 큰 피해예방을 위한 방역활동에 인력을 집중하는 게 옳다는 지적들이다.  

만약 고병원성으로 판정될 경우 시료채취일(10월30일)로 부터 21일간 이동제한을 실시하고, 21일이 경과된 11월21일부터 검사해 이상이 없을 경우 사육가금에 대한 이동제한이 해제될 예정이다. 저병원성으로 판정되면 이동제한 조치는 즉각 해제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와 제주시가 이날 오후 2시 한림읍 금악리 제주축협 가축시장에서 ‘2018 AI·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 가상방역훈련’을 예정대로 강행(?)했다. 한쪽에선 ‘훈련’, 다른 한쪽에선 ‘비상방역’. 아무래도 ‘엇박자’란 지적이다.  

이날 가상방역훈련에는 고희범 제주시장을 비롯해 시 축산과 공무원들과 축협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가상방역훈련은 행정시인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가며 매년 열린다. 올해 제주시에서 열렸기 때문에 내년에는 서귀포시에서 열린다.

AI 바이러스 검출에 따라 유관기관과 함께 방역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제주시장과 담당 부서장·공무원들이 모두 훈련에 참가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AI의 경우 방역초소 근무자 관리나 예찰지역 내 농가 현장 점검, 시료 채취 등을 양 행정시가 맡고 있다.

이번 AI 바이러스는 제주시 구좌읍에서 검출됐기 때문에 제주시 축산과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빈틈없는 초동방역 시스템이 운영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날 제주시 본청 소속 직원들은 방역훈련 행사를 주최하느라 바이러스 검출지역 정반대인 한림읍 금악리에 집중돼 있었고, 바이러스 검출지역인 구좌읍 일대의 방역 초소는 구좌읍사무소 직원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축산과 관계자는 "AI바이러스 검출 사실을 어제(6일) 밤 예찰지역내 농가에 모두 안내했고, 오늘 새벽에 주변 소독까지 마친 상태다. 매뉴얼대로 처리했으며, 이후 후속 대응까지 준비를 마쳤다"며 "오늘 예방훈련 행사는 한달전인 10월 중순 일정을 잡았다. AI 발병에 따라 훈련 연기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주시 공무원 B씨는 “악성 가축전염병 발병에 대비한 방역대응훈련은 꾸준히 해야 한다”며 “다만, 실제 AI 상황이 벌어졌는데, 아무리 예정됐던 훈련일정이더라도 강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당연히 훈련 일정을 연기하고, 비상상황이 발생한 지역에서의 방역활동에 집중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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