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코코어멍 동물愛談](26) 경찰 최근 견주에 ‘무혐의’ 검찰 송치…또다른 폭력 부를까 우려 

지난 7월 제주를 찾은 한 관광객의 제보로 세상에 공개된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 인근 한 폐가에 방치된 개 33마리. 뼈만 남아 마치 유령처럼 움직였던 그들의 모습을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던 제주지역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일부의 사진만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수동적 형태의 동물학대인 ‘애니멀 호딩(hoarding)’으로 반려동물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하여 감당하지 못할 과도한 수로 늘어나, 병에 걸리고 굶주리며 행동문제와 죽음을 겪고 또 동료의 죽음을 지켜봐야했다. 

당시 상황을 수습했던 몇몇은 눈물 흘릴 겨를도 없이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모를 정도로 참담했다고 한다. 출동했던 경찰마저 경악스러움에 동물보호법 제14조, 동물 구조· 보호에 따라 서귀포시청의 동의하에 긴급격리 조치하게 된다. 

이후 견주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던 서귀포시는 동물보호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장소로 다시 개들을 돌려보냈다. 거기다 경찰마저 이 사건을 검찰로 무혐의 송치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현재는 검찰에서 새로운 담당자에 의해 이를 검토 중에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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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한 폐가에서 지난 7월 관광객의 신고로 구조됐던 개 33마리가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도 견주에 대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진은 구조 당시의 개들의 모습. 당시 개들은 숨진 강아지 사체와 분변 위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환경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 자료출처 = (사)제주동물친구들 ⓒ제주의소리

지난 시간들이 그저 떠도는 메아리라면 이해하련만, ‘동물학대’라는 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동물의 운명을 결정짓는 선택권을 가진 경찰의 입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무혐의 송치하여, 결과적으로 사건을 덮어 폭력을 묵인하게 하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 제 3조 기본원칙에 따르면,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동물이 갈증.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동물이 고통, 상해,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 등의 조항 중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공개되지 않는 잠재적 피해동물의 수가 어마어마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면, 모든 차별과 폭력에도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유일한 존재로써 동물을 인지하고 있다면, 그러한 결정이 동물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을 비롯한 인간사회의 폭력적 현상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다면 과연 그러한 선택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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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 당시 비위생적인 철창우리 안에 갇혀 있던 강아지들 모습 / 출처=(사)제주동물친구들 ⓒ제주의소리

동물학대는 우리 사회의 폭력의 위험요인이자 지표, 전조가 될 수 있다. 위험요인이 늘 결정적으로 작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그럴수록 더욱 일관된 기준과 결정이 필요하다.

1990년대 이후 동물학대가 인간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언젠가 그들이 더 나쁜 행동을 저지른다는 잠재적 이유가 아닌, 현재 다른 생명을 대상으로 끔찍한 폭력을 저질렀다는 그 자체가 더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학대를 ‘친절과 희생’으로 변명하며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애니멀호더, 동물학대를 하찮은 불만신고로 보는 공공기관, 인간에 대한 폭력만 ‘진정한’ 사회문제이고 동물학대는 단순히 재산문제로 여기며 결국 폭력을 장려하고 심리적 문제로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일주일 전, 직장에서 ‘성희롱, 성폭력’ 강의를 들으면서 우리 시대에 이러한 주제로 교육하고 경각심을 갖기까지 2018년이 걸렸다는 것에 놀랄 따름이었다. 그리고 심각한 수준의 반사회적 행동인 동물학대와 동물에 대한 윤리적 처우를 떠오르게 한다.  

동물에 대한 가장 일관성 있는 우리의 태도를 묻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비일관성’이다.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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