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키나와-대만 연결하는 東亞 평화예술 연대 출범
제주-오키나와-대만 연결하는 東亞 평화예술 연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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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st Asia Peace Art Project, EAPAP) 준비위원회 발족식 모습. ⓒ제주의소리

3국 작가·평론가 9명 포함한 준비위 발족...매해 순회전, 잡지 발간 등 추진

4.3의 제주, 태평양 전쟁의 오키나와, 2.28의 대만. 지울 수 없는 학살의 역사를 지닌 동아시아 세 지역이 ‘평화예술’의 기치 아래 손 잡았다.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st Asia Peace Art Project, EAPAP) 준비위원회는 23일 오후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준비위 발족식을 가졌다. 이날은 11월 23일부터 12월 7일까지 4.3평화기념관에서 진행하는 <오키나와와 제주 교류미술전> 개막식이기도 하다.

EAPAP 준비위에는 제주, 일본 오키나와, 대만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9명이 참여한다. 강정효, 김수범, 김준기, 박경훈(제주), 가미야 미시마, 히가 토요미츠(오키나와), 메이딘옌, 펑홍츠, 한리안(타이완) 씨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매해 세 지역을 순회하면서 국제 미술 행사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가칭, 동아시아평화예술매거진(East Asia Peace Art Magazine)도 제주, 오키나와, 타이완에서 공동 편집하고 지역별로 발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준비위원회 뿐만 아니라 매거진 편집위원회도 조직한다.

세 지역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배경은 4.3, 태평양 전쟁, 2.28이라는 유사한 역사에 기초해, '종전 70년'이라는 최근 시기에 맞춰 활발한 예술 교류가 이뤄지면서다.

2015년부터 시작한 오키나와 평화 예술 행사 ‘마부니 피스 아트 프로젝트’에 4.3예술가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4.3 70주년을 맞는 올해 제주, 오키나와, 타이완, 베트남, 난징, 하얼빈, 광주의 제노사이드를 다룬 예술 작품을 모은 제주도립미술관의 기획전 <포스트트라우마>는 연대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올해 제주포럼에서도 ‘동아시아 평화예술 네트워크’를 주제로 토론을 여는 등 잇달아 접점이 늘어났고, 이번 <오키나와와 제주 교류미술전>을 맞아 EAPAP의 출범을 선언했다.

제주는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7년 7개월’ 동안 도민 3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한민국 군인, 경찰 등 공권력은 무장대 뿐만 아니라 무고한 도민까지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여기에는 최초 미군정의 탄압에 맞서고자 조직된 무장대에 의한 민간인 희생도 일부 포함됐다. 

오키나와는 1945년 일제와 미군이 부딪힌 ‘오키나와 전투’에 휘말려 오키나와인 9만4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태평양 전쟁 동안 오키나와 출신 일본군속 2만8000여명도 사망했다. 당시 오키나와 인구가 약 60만명임을 고려하면 오키나와인 5명 가운데 1명이 전쟁으로 숨진 셈이다. 전쟁이 끝났어도 미군기지가 오키나와에 남아있으면서 관련 범죄, 미군기지 확장 등으로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만은 1947년 2월 28일 국민당 정부의 폭압에 맞서 본성인(本省人, 섬 출신)들이 들고 일어났는데, 국민당은 3만명에 가까운 본성인을 학살했다. 더욱이 사건 이후 장기간 계엄령을 유지하면서 진상 규명을 막았다.

EAPAP 준비위는 이날 발족식에서 밝힌 취지문을 통해 “제주도와 오키나와, 타이완은 전쟁과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과 저항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섬이다. 동질의 역사를 가진 세 섬의 예술가들은 전쟁과 국가폭력의 역사가 만든 망각에 대한 저항과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노력을 지속해왔다”며 “그것은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며 폭력과 망각에 저항하는 ‘섬의 노래’이다. 우리는 이것을 평화예술이라고 부르고자 한다”고 지난 배경을 설명했다.

EAPAP 준비위는 ‘평화예술’의 정의를 ▲전쟁과 국가폭력의 진실을 역사와 현실 속에서 온전히 밝히고 그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예술활동 ▲현존하는 전쟁 위협에 맞서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이를 상호 공유와 나눔의 지혜로 연결하는 예술활동 ▲공동체와 공존하고 동행하는 공동체예술과 사회변화를 촉구하는 행동주의예술을 통하여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추구하는 예술활동이라고 규정지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호국가주의(internationalism)의 한계를 넘어 상호지역주의(interlocalism) 관점을 견지해 국가와 지역, 도시, 개인 간의 연대를 실천할 것이다. 정부와 민간의 협업과 연대 체제를 구축하며, 이를 바탕으로 상호 교류와 협력, 지원 체제를 마련하겠다. 교류와 연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물적, 인적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동아시아 평화예술 네트워크 확립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의 신호탄이나 다름 없는 <오키나와 제주 교류전>은 12월 7일까지 4.3평화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한다. 오키나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12명과 제주 예술인(강정효, 고길천, 김수범, 김영화, 박경훈)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오키나와에서 온 작품들은 오키나와가 미군기지로 인해 현재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지 잘 보여주는 회화, 사진, 설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준비위원회 취지문
평화예술, 우리 공동의 미래를 향하여

동아시아에는 한반도와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있다. 이들은 20세기를 지나면서 제국주의와 국가주의에 의한 폭력을 겪었다. 동아시아는 21세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도 지워지지 않은 깊은 상처, 트라우마로 작동하고 있는 참혹한 전쟁과 학살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그 상처는 가까운 과거의 것이어서 지금까지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제주도와 오키나와, 타이완은 전쟁과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과 저항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섬이다. 동질의 역사를 가진 세 섬의 예술가들은 전쟁과 국가폭력의 역사가 만든 망각에 대한 저항과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그것은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며 폭력과 망각에 저항하는 ‘섬의 노래’이다. 우리는 이것을 평화예술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2018년을 기점으로 동아시아 예술인들은 평화예술교류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오키나와에서 열린 <마부니피스아트프로젝트>에 제주4.3미술이 동참했으며, 제주도에서 오키나와 평화예술을 소개하는 전시와 심포지움을 열었다.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제주도와 오키나와 타이완, 베트남 난징, 하얼빈, 광주의 제노사이드를 다룬 예술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 <포스트트라우마>가 열렸으며, <2018 제주포럼>에서는 ‘동아시아평화예술네트워크’를 주제로 한 토론을 벌였다. 이제 동아시아 예술인들은 국가와 도시의 경계를 넘나들며 적극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토대로 평화예술의 연대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에 제주와 오키나와, 타이완의 예술가들, 나아가 전쟁과 국가폭력의 상처를 저항과 치유의 예술언어로 승화해온 동아시아 예술인들은 다음과 같이 평화예술의 뜻을 공유한다. 
▶평화예술은 전쟁과 국가폭력의 진실을 역사와 현실 속에서 온전히 밝히고 그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예술활동이다. 
▶평화예술은 현존하는 전쟁 위협에 맞서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이를 상호 공유와 나눔의 지혜로 연결하는 예술활동이다. 
▶평화예술은 공동체와 공존하고 동행하는 공동체예술과 사회변화를 촉구하는 행동주의예술을 통하여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추구하는 예술활동이다. 

이제 동아시아 예술인들은 공동의 기억을 딛고 공동의 미래를 향하여 새로운 평화예술의 길에서 만나고자 한다. 동아시아 예술인들은 다음의 원칙 아래 상호 연대한다. 

▶첫째, 우리는 상호국가주의(국제주의, internationalism)의 한계를 넘어 상호지역주의(interlocalism) 관점을 견지하여 국가와 지역, 도시, 개인 간의 연대를 실천할 것이다. 

▶둘째, 우리는 정부와 민간의 협업과 연대 체제를 구축하며, 이를 바탕으로 상호 교류와 협력, 지원 체제를 마련할 것이다. 

▶셋째, 우리는 평화예술 교류와 연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물적, 인적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동아시아 평화예술 네트워크 확립의 기반으로 삼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뜻을 공유하는 동아시아 예술인들은 다음과 같은 일들을 추진할 것이다. 

▶첫째, 제주와 오키나와, 타이완을 순회하면서 해마다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st Asia Peace Art Project, EAPAP)>를 개최한다. 이를 위하여 제주와 오키나와, 타이완의 예술인들과 예술인단체들이 함께하는 ‘(가칭)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st Asia Peace Art Project, EAPAP)준비위원회’(이하 EAPAP 준비위)를 꾸린다. 

▶둘째, 동아시아 평화예술 교류와 연대의 뜻을 공유하고 이를 대내외로 확산하기 위하여 ‘(가칭)동아시아평화예술매거진(East Asia Peace Art Magazine, EAPAM)을 제주와 오키나와, 타이완에서 공동편집하고 지역별로 발간한다. 이를 위하여 ’(가칭)동아시아평화예술매거진(East Asia Peace Art Magazine, EAPAM)편집위원회‘를 꾸린다.

긴 세월동안의 억압과 침묵의 강을 건너 치유와 저항의 메시지로 예술공론장을 만들어온 동아시아 평화예술인들은 우리의 뜻을 나누고 넓히기 위하여 손을 잡고, 팔짱을 끼며, 어깨를 걸고 함께 나아가기로 한다. 지난 역사의 고통을 딛고 현실의 지평을 열어온 동아시아 예술인들은 우리 공동의 미래를 향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연대의 깃발을 높이 올리며 평화예술의 바다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2018년 11월 23일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st Asia Peace Art Project, EAPAP) 준비위원회
(준비위원 : 가미야 미시마, 히가 토요미츠[이상 오키나와], 강정효, 김수범, 김준기, 박경훈[이상 제주], 메이딘옌, 펑홍츠, 한리안[이상 타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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