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多>는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잘 끌고 갈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30편을 향해 순항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위해 글도 딱딱하지 않은 대화 형식의 입말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제주의소리>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질문을 남기시면 정성껏 취재해 궁금증을 해소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소리多] (28) 대한민국서 가장 높은 무덤 확인...1982년 신혼여행 등반 중 20대 부부 동사
현장을 봐야 하니 후손들을 따라 무조건 한라산 어리목으로 향했습니다. 건장한 성인 5명이 호미(낫)와 지팡이를 들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2시간 넘게 오르니 해발 1608m의 만세동산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여기서 부터였습니다. 우거진 숲과 가시넝쿨, 거친 언덕을 넘어 '진짜 산행'이 시작됐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분들에겐 성묫길이었죠. 방향도 모른채 가다보니 민대가리오름 앞에 거대한 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묘 너머로 제주시내가 한눈에 펼쳐졌습니다.
묘의 주인은 장흥 마씨(長興 馬氏) 강진파 입도조인 故 마희문(馬喜文)씨. 일단 크기부터 달랐습니다. 봉분은 일반 묘의 갑절 이상이고 산담 둘레만 40m에 이를 만큼 거대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소가 바로 이곳인 한라산 1600m 고지의 돗트멍입니다. 돗트멍은 어미돼지가 누워서 새끼를 젖먹이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힙니다.
실제 이장 후 가족들에게 좋은 일이 많았다고 하는데 사적인 부분이어서 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뜻 깊은 취재였습니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더 높은 곳에 무덤이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1700m 고지에 대한 제보가 있었고, 백록담 바로 밑에 예사롭지 않은 묘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1800m 고지에 원주 원씨(原州 元氏)씨의 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10여년 만에 '한라산 최고(最高) 묘지'에 대한 동행 취재까지 준비를 했습니다.
이 무덤은 한라산 정상 남벽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한라산 남벽이 수 십 년간 폐쇄되면서 이 무덤도 자연스럽게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요새(?)가 된 것이죠.
비석에는 ‘김00(마가렛) 김00(요셉)의 묘. 一九八二. 四.二六. 신혼의 아름다움 속에 하느님 곁으로 가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상황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도서관으로 가서 1982년 4월 신문을 뒤졌습니다. 그리고 1982년 4월29일자 濟州新聞(제주신문) 사회면에서 이들의 아픈 사연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홍익대에 다니는 대학생 부부였습니다. 1982년 4월5일 서울에서 결혼을 하고 4월24일 제주로 신혼여행을 왔습니다.
입도 이튿날인 4월25일 아침에 이들은 성판악 코스를 따라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이후 연락은 끊겼고 사흘 뒤인 4월28일 오전 10시 한 등반객이 남벽 등산로에서 시신을 발견합니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 40년간 일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는 헬기도 없어 시신 수습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결국 유족의 동의를 얻어 현장 관계자들이 돌무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들이 30년 전부터 돌무덤 보호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제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무덤이 대한민국 최고 높이의 산소가 된다는 아이디어에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실제 이를 궁금해 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가장 높은 무덤은 찾았지만 신혼부부의 안타까운 소식에 마음이 오히려 숙연해집니다. 비석의 문구처럼 한라산의 품 속에서 고인들이 좋은 곳에 머무르며 기억되길 바랍니다.
관련기사
- 한라산 첫 눈 대체 언제야? 첨단장비도 무용지물 된 사연
- '50만 제주시' 대도시 특례 풍성? 2년후에나 따져봐야
- 지하수를 물 쓰듯 쓰는 제주도, 물 부족 섬의 공포
- 관용차 타고 경찰청 간 제주도지사, '공용차량' 범위 아리송
- 스마트폰이 바꿔 놓은 제주의 공중전화와 우체통
- 바다에 발만 담가도 욕? 제주 물꾸럭‧구젱기 분쟁의 실체
- 1년새 사라진 122만명, 제주 해수욕장 통계 더위 먹었나?
- 아파트로 가는 제주 기관장들...구시대적 산물이 된 관사
- 제주 해수욕장 백사장 일부는 사유지 “그냥 들어가도 되나…”
- ‘렌터카 천국 제주’ 유사보험으로 가려진 자차보험의 비밀
-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밀려드는 난민들 ‘괴담과 진실사이’
- 야외로 가는 애주가들...불법과 합법의 경계
- 피해자는 지금도 울고 있다...아직도 풀지 못한 제주 3대 미제사건
- 산자와 망자의 ‘교감’ 풍수를 벗삼아 무덤천국이 된 제주 입산봉
- 제주시민 48만명 자전거 보험 자동가입 “나만 몰랐나?”
- 제주지사·교육감 후보 등록 기탁금은? 알쏭달쏭 선거제도
- 제주 왕벚꽃 가로수는 모두 일본산? 숨겨진 벚꽃 이야기
- 4·3희생자추념일 지방공휴일은 제주도 공무원만 쉬나요?
- 전기차 1만 시대 제주도 수소차 1대도 없는 이유
- 제주 차량 50만대? 37만대? 29만대? 대체 진실은...
- 제주~완도 배는 어디서 타나...물 위의 주차전쟁 ‘선석’
- 농어촌민박 제도에 숨은 게스트하우스 “넌 정체가 뭐냐”
- 역대급 폭설 경험한 제주도...대체 적설량 측정은 어떻게?
- "도시가스=LNG" 제주선 틀린 말...'난방비 괴담' 실체는?
- 제주 교차로 건물 옥상 초대형 전광판 주인은 누구?
- 푸드트럭 제주시는 불법, 서귀포시는 합법인가요?
- “나 8호 광장 지나는중” 그럼 2,3,4호 광장은 어디?
- 제주 영리병원 속 한중 FTA...ISDS가 대체 뭐길래
김정호 기자
news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