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아름다운 경관도로’ 공사재개 계획 발표…3개 구간 분리, 잣성 원형보존 담아   

삼나무 숲 벌채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전면 중단됐던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대천동~송당) 확·포장 공사가 재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기존 공사 구간을 3개 구간으로 나누어 설계 변경하는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을 위한 대안’을 내놓았다. 공사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여론에 대해 환경훼손은 최소화하고 생태가치는 최대한 살리는 변경안으로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도는 지역주민 여론과 전문가 그룹 자문절차를 거쳐 29일 오전 10시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단된 기존 공사계획의 구간별 개선방안인 ‘아름다운 경관도로’로 명명된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재개 계획을 밝혔다. 설계변경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공사재개는 내년 2월께 추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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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우 정무부지사가 29일 오전 10시 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좌읍 비자림로(대천동~송당) 확·포장 공사 재개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안동우 정무부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비자림로 확장과 관련, 2개월 동안 지역주민 여론수렴, 전문가 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기존 전체 구간을 총 3개 구간으로 분리, 삼나무 수림 경관을 살리면서 협소한 현재의 도로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안 부지사는 “식물, 조경, 경관, 환경, 교통분야 등 각계 전문가 15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총3개 구간으로 설계 변경하고, 잣성으로 추정되는 돌담은 회전교차로와 14m 이격해 원형 보전키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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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우 정무부지사가 29일 오전 10시 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좌읍 비자림로(대천동~송당) 확·포장 공사 재개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핵심은 ▷당초 계획대로 4차로 확장하되 기존 수림 보전에 중점 ▷경관을 고려해 도로노선 설계를 3구간으로 분리 ▷기존 수림대는 중앙분리대로 활용 ▷잣성 추정 돌담 원형 보존 등이다. 

이번 설계 변경 개선안에 따르면 삼나무 벌채 면적은 당초 4만3467㎡에서 2만1050㎡로 줄어들어 계획했던 벌채 면적의 51.6%인 2만2417㎡ 삼나무 숲이 살아나게 됐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기존 벌채된 약 6000㎡도 설계변경 벌채 계획면적인 2만1050㎡에 포함됐다.  

확포장 공사 준공 시점은 당초 계획대로 2021년 6월로 예정하고 있다. 

# 4차로 확장 계획 유지…“기존 수림 보전에 중점”
 
도에 따르면 이번 개선안은 지역주민 요청 등 비자림로 확장 필요성으로 4차로 확장 계획은 유지됐다. 다만 현재 식재돼 있는 삼나무의 최대한 보존에 방점을 두고, 도로경관 개선 방안에 대해 자문위원회의 현장답사를 포함한 자문 절차를 거쳐 지난 22일 최종 확정됐다. 

도는 개선안에서 당초 설계에 반영된 교통량 조사결과가 일평균 7843대(2020년)~9,53대(2039년)로 예측·산정해 V/C(교통량 대 용량비) 서비스 수준이 편도 1차로(비확장)일 경우 V/C값은 0.68~0.79, 서비스 수준 ‘D~E’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8년 교통량 조사결과(2018년 10월 18일(목) 오전 7시부터 24시간 조사)에서도 하루 1만440대로 조사돼 편도 1차로(비확장)일 경우 V/C값은 0.94~1.35, 서비스 수준은 설계당시 보다 낮은 ‘E~F’로 분석돼 4차로 확장이 시급한 실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토교통부의 도로업무편람(2016년)에 따르면 4차로 확장 기준은 지방도의 경우 2차로 교통량이 하루 7300대를 초과해야 한다. 

자문위는 현재 식재돼 있는 삼나무는 관리가 미흡하고 수형이 빈약해 보존가치는 떨어지짐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존치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개선(안)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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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2.94km 총 3구간으로 분리, 왜?

도는 자문위의 개선(안)을 반영해 확장노선 전체 2.94km를 3개 구간으로 나눠 삼나무 수림 경관을 유지하며, 도로 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제1구간은 대천교차로~제2대천교(0.9km)다. 제2대천교까지 0.9km는 도로선형 조정이 곤란한 구간으로, 도로 유효 폭을 당초 24m에서 22m로 2m 축소하고, 도로부지 여유폭도 당초 계획에서 3~4m 축소하기로 했다. 

제2구간은 제2대천교~세미교차로(1.35km)다. 3구간 중 최장 구간으로 제2대천교에서 세미교차로까지 1.35km는 현재의 왕복2차로 좌·우측 수림을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제2구간의 도로 오른쪽 목장의 삼나무 방풍림을 존치시켜 중앙분리대(평균 8m)로 활용하고, 계획됐던 2차로는 현재 초지인 목장부지를 매입 활용해 삼나무 훼손 없이 도로주행성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제3구간인 세미교차로~종점부(0.69km)까지는 이미 벌채가 이미 진행된 곳이다. 이 구간은 도로 왼쪽 삼나무 숲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오른쪽 벌채된 구간을 활용해 확장키로 했다. 도로유효 폭과 도로부지 여유 폭은 1구간과 마찬가지로 각각 24m에서 22m로, 3~4m를 축소하기로 했다. 

도는 “도로노선을 3개 구간으로 구분해 수림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하면, 삼나무 등 벌채 면적은 당초 4만3467㎡에서 2만1050㎡로 줄어들게 돼, 결국 당초 계획에서 총 2만2417㎡(51.6% 감소)의 삼나무 숲이 살아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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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삼나무 숲 중앙분리대 활용…일부는 비자·산딸·단풍나무로 교체 
 
도는 이번 개선안에서 전체 공사구간의 약 46%를 차지하고 있는 2구간의 기존 수림을 보존하면서 도로여건을 크게 개선하는 점을 강조했다. 

도는 “제2구간의 기존 삼나무 수림을 그대로 유지하고, 초지대인 목장부지를 활용해 2차선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라며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게 될 기존 삼나무 수림은 삼나무가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일부를 솎아내 제주 고유종인 비자나무와 산딸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수종을 교체해 생태여건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도민과 관광객이 삼나무 수림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숲길을 조성해 환경친화적인 도로로 기능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구간과 3구간 중앙분리대(폭3m)에는 당초 관목류 식재 계획에서,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분리대를 4m로 늘려 산딸나무, 사람주나무, 단풍나무 등의 교목을 심을 계획이다. 

겨울철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중앙분리대 교목식재 구간 및 기존 삼나무 존치 구간에는 염수를 자동분사하는 시설도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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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훼손 논란 일었던 ‘잣성 추정 돌담’ 원형 보존 결정

안 부지사는 제주 중산간의 독특한 생활문화가 남아 있는 잣성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잣성으로 추정되는 돌담’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현장의 돌담이 잣성인지 아닌지 여부는 단정 짓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잣성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이 나온 만큼 종점부 회전교차로 구간에 위치한 잣성 추정 돌담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일부 돌담은 원상복구 후 보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전교차로 시설계획은 잣성 추정 돌담 오른쪽 14m 지점으로 조정해 잣성 추정 돌담이 훼손되지 않도록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논란이 제기된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시 동부지역(구좌·성산지역)의 주민숙원사업으로, 지난 2009년 주민요구에 의해 국비(2017년, 특별교부세 10억 원)를 확보하면서 올해 6월 공사에 착공했지만 삼나무 숲 환경훼손 논란이 일면서 한달여 만에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날 안 부지사는 “이번에 마련된 비자림로 경관도로 조성 대안은 환경단체 등에서 논란이 됐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로의 기능별 위주의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계획을 지양한 것”이라며, “주변 자연경관을 고려한 환경친화적인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장기간 고민한 결과”라고 밝혔다. 

안 부지사는 또, “앞으로 새로운 도로 건설시 비자림로 경관도로 조성 사례를 거울삼아 환경 친화적인 경관도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도민의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에서 제기된 삼나무 훼손 지적 및 공사 백지화 요구와, 도가 내놓은 이번 개선안과는 사안별 입장 차가 커 전국에서 몰아쳤던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반대 여론의 향배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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