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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 예술디자인대학 미술학부 공공미술기획팀이 29일 제주문화예술재단 지하 회의실에서 ‘50+BOND PROJECT’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 미술학부 ‘공공미술 기획’ 결과물 발표...“원도심에 대한 진지한 고민” 평가

은은한 조명 속에서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제주 오현단, 미디어파사드가 입혀진 남수각, 인터넷 진행자(BJ)로 변신한 동문시장 상인들. 

제주대학교 미술학부 학생들이 제주시 원도심(성내) 곳곳을 누비며 고민 끝에 내놓은 아이디어들이다. 3개월이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원도심의 새로운 공공미술을 시도한 제주 청년들의 구상이 눈길을 끈다.

제주대 예술디자인대학 미술학부(학과장 강민석) 공공미술기획팀은 29일 제주문화예술재단 지하 회의실에서 ‘50+BOND PROJECT’ 발표회를 개최했다. ‘50+BOND PROJECT’는 제주대 미술학부의 올해 2학기 수업 ‘공공미술 기획’의 일환으로, 미술학부 3학년 과정으로 편성됐다. 전공자를 비롯해 재학생 26명이 참여해 삼성혈, 오현단, 동문시장, 산지천, 탐라문화광장을 연결하는 공공미술을 상상했다. 지도 강사로는 김해곤 미술작가가 맡았는데, 김 작가는 정부 사업인 마을미술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로 활동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 목적은 ‘문화예술을 통한 원도심 재생으로 새로운 공간 창출, 향수권 신장 기여’다. 대상은 세 가지로 구분했는데, 제주 역사를 담은 삼성혈과 오현단, 살아있는 제주인들의 공간 동문시장, 제주의 미래 가능성을 담은 탐라문화광장과 산지천이다. 특히 ‘50’이란 숫자는 목전에 둔 제주시 인구 50만명과 프로젝트 구성을 모두 합하면 50개라는 뜻을 내포한다.

‘50+BOND PROJECT’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학생들이 원도심 주민을 직접 만나 무엇이 필요한지 듣고 기획에 반영하려 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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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BOND PROJECT’ 전체 지도. 제공=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의소리

오현단에서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이 노인정으로 전락해 아쉽다는 오현 동문회 측의 입장을 들었다. 야간 시설이 미흡하고 오현단에 대한 쉬운 설명이 없어 젊은 층의 관심도 떨어진다는 주민 요구는 ‘오현단 애니메이션 상설 상영, 야간 조명 조형물’로 구현됐다.

산지천 주민들 역시 어두운 가로등, 공공시설 부족, 생활환경 변화 미흡, 문화활동 홍보 부족 등을 개선 사항으로 전했다. 학생들은 아낙네들이 빨래하던 오랜 생활공간이자, 선녀가 내려왔다는 산지천 설화 등을 모아 미리내 아카이브 역사관, 북카페, 거리극장 등을 상상했다.

동문시장은 야시장으로 인해 기존 상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동문시장 유튜브 채널 개설, 상인BJ 활동, 뮤직비디오 제작, 전광판 설치 등 뉴미디어를 적극 도입했다.

이도1동 일대에 추진하는 ‘삼삼오오 프로젝트’는 작품 설치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참여하는 미술·생활 교육 프로그램도 비중 있게 계획해 주민 공동체의 회복을 목표로 했다.

오현단 기획에 참여한 송재혁(24, 미술학부 3) 씨는 “오현단은 이름만 들었지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주민과 만나면서 ‘오현단에 더 많은 젊은이들이 올 수 있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공공미술이 지역 사회에 필요하다는 가능성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문시장을 맡은 김승민(25, 미술학부 4) 씨도 “언론으로만 동문시장 야시장 논란을 접했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여러 가지 방향에서 사안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문화 기획의 역할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50+BOND PROJECT’에서는 ▲남수각 미디어파사드 ▲고을나에서 착안한 고씨책방, 프로젝트 대표 제품 판매점 등 거점 공간 ▲산지천 수상 공간 등이 제안됐다. 마치 ‘사진 찍고 싶게 만드는’ 시각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아이디어가 상당수 포함돼 있어 젊은 세대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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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씨네 책방 구상도. 제공=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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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단 야간 조명 시설 구상도. 제공=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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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지천 시설물 구상도. 제공=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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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지천 미리내 북카페 구상도. 제공=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의소리

김해곤 작가는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과 제한된 여건 속에서 진행됐지만, 삼성혈부터 산지천까지 이어지는 길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까지 포함한 50가지 이야기를 발굴해 명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50+BOND PROJECT’에 담았다”며 “특히 미술 작품을 설치하고 끝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특징을 밝혔다.

발표회 현장에서는 제주도,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도 참석해 학생들의 발표를 경청했다. 하드웨어(시설) 보다 소프트웨어(주민 대상 프로그램)에 신경쓴 구상이 인상 깊다는 소감도 이어졌다.

김석범 재단 공간사업본부장은 “학생들의 발표가 수업 과제물로 그칠 수 있지만, 원도심에 대한 미술학도로서의 진지한 고민을 담았기에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더욱이 생활 속 예술의 가능성을 고민했다는 점에서 향후 제주 원도심 도시재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건에 따라 향후 실질적인 과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재단이 진행하는 '제주시 원도심 공공미술 작품 투어'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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