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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 의원(민주평화당, 왼쪽)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국회 보건복지위, 영리병원 허가 복지부장관 질책..."복지부 유권해석, 허가 명분 준 꼴"

국내 1호 외국인 영리병원 개원과 관련,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터져나왔다. 특히 '내국인 진료 금지' 조항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과 의료법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명기)는 13일 안건심사를 위해 제364회 국회 정기회 폐회 중 전체회의를 열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른 녹지국제병원 개원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민주평화당 장정숙 의원(비례대표)은 "제주에 영리병원 허가가 내려지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특히 제주도가 허가 조건으로 외국인 진료만 허용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현재 제주특별법에는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 금지 조항이 없음에도 복지부는 제주도의 유권해석 의뢰에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에 대한 진료 거부가 국내법 상 처벌받는 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며 "이는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 결정에 명분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주특별법 309조에 따르면 외국 의료기관과 외국인전용 약국에 대해 의료법과 약사법을 준용한다고 명기돼 있다. 이에 따라 의료법 제15조를 준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나. 복지부 유권해석이 의료법과 정면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법 제15조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외국인 영리병원에 대한 예외조항도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답변에 나선 박능후 장관은 "(외국인 영리병원은)특별한 조건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영리법인을 제주에서 설립 허가해주는 조건으로 내국인 진료 못하도록 돼 있었는데, 저희는 의료법에 정하고 있는 특별한 조건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장 의원은 "녹지국제병원 사업 승인 당시 복지부는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음에도 승인을 해줬다. 제주도 보건의료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보면 이 자료를 분명하게 제출받아 심사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이어 "더 기가 막힌 것은 복지부가 외국인 영리병원에 대해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고 국내 보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첫 영리병원 허가임에도 허가권자는 제주도라면서 문서로 세 차례 정도만 답변하고 허가시 손을 놓고 지켜봤다"며 "누굴 위한 복지부냐. 아무리 봐도 복지부가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복지부의 대응을 문제삼았다.

박 장관은 "영리병원이 보편화되거나 확대된다면 상당히 큰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내국인 진료 금지'를 전제로 한 조건부 허가로 인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미비하지만 녹지병원이 중국 일본의 의료기관과 네트워크를 맺어 업무협약을 맺은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충남 천안시 병)은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경우 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하는 예외 조항은 장관이 참고할 사안이지 장관이 명령할 사안은 아니다. 그건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료인이 그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조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 조항은 일종의 인권에 대한 사안이다.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사안을 말하는 거지 국가가 사회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해석이나 관념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 조건이 합리적일 경우에는 법률적으로 막을 수 있는게 아니다. 앞으로 이 조건이 어쩔 수 없이 합법적이라는 검증이 진행될 것"이라며 "검증 속에서 하자가 없다면 받아들이고 국민이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의원은 "이건 법률적인 결단으로 될 일이 아니고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미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사회적 이슈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법률적으로 답변하려면 옹색해진다.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장관은 "충분히 공감한다. 공공성 강화 개념 비영리 의료체계가 영리 의료체계보다 국민에게 더 낫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면 궁극적으로 영리병원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며 "정치적 결단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답변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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