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1일 국가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제주도에 자치경찰이 닻을 올렸다. 출범 당시 지방분권화 시대에 맞는 선진적 제도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가경찰에 종속되며 무늬만 경찰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에 나서면서 또다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송년기획으로 제주에서 실험중인 자치경찰의 과거와 현재 통해 주민밀착형 자치경찰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과거-2006년 출범후 제도적 한계에 봉착 '무늬만 경찰'
②현재-2018년 국가경찰 파견 전국화를 위한 제주의 실험
③미래-2021년 전국 전면시행 민생치안 자치경찰의 과제

[송년기획-자치경찰] ① 2006년 출범 후 제도적 한계...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역부족

2006년 7월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분권형 치안 모델인 자치경찰도 문을 열었다. 

자치경찰의 등장은 행정과 경찰분야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참여정부가 구상한 자치경찰제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향후 전국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반면 제도가 전격 시행되면서 업무 범위와 권한에 대한 세부사항이 정리되지 못했다. 음주운전자 조차 적발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 '무늬만 경찰'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제주특별법 제90조에 명시된 자치경찰의 사무는 생활안전을 위한 순찰, 가정‧학교 폭력 예방, 교통안전과 교통소통에 관한 사무, 공공시설의 지역경비 등이다.

출범 당시 조직은 국가경찰에서 넘어온 38명이 전부였다.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려 6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지만 정원 127명을 채우는데도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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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측정 권한은 있었지만 조사권은 없었다. 애초 산림분야 특별사법경찰 업무를 맡았지만 이는 행정직 공무원의 업무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자치경찰은 조직을 키우기 위해 국가경찰의 업무 이관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제주특별법 제91조에 따라 자치경찰 사무분담은 지방경찰청장의 협조가 선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치경찰은 2008년 지능형교통시스템(ITS)센터와 주정차 단속 사무를 흡수하고 2011년에는 행정시의 교통시설사무도 넘겨받는 등 행정 사무로 덩치를 키워갔다.

2012년에는 관광 제주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기마대까지 창설했다. 기마대는 각종 축제에서 퍼레이드를 선보였지만 치안을 위한 활동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뒤따랐다.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을 통해 2014년에는 음주측정과 통행의 금지권한을 확보했다. 그동안 자치경찰은 음주운전 의심자를 적발하더라도 국가경찰에 신고 후 인계해야 했다.

통행금지 권한도 없어 각종 행사에서 질서안전 업무에만 집중했다. 도로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찰의 협조를 먼저 얻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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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결심판 청구 권한 부여도 챙겼다. 애초 자치경찰은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에 대해 통고처분을 할 수 있으나 단속자가 이를 무시하더라도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없었다.

즉결심판청구권은 경찰이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법적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다.

2016년에는 제주특별법 제106조를 손질해 자치경찰단장의 직급을 자치총경에서 ‘자치경무관’으로 격상시켰다. 국가경찰에서 적용중인 자치경감의 근속승진도 도입했다.

12년 가까이 덩치를 키웠지만 아직도 도민들에게 확실한 자치경찰의 이미지를 심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인력과 예산, 권한이 따르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체감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자치경찰의 전국화를 추진하면서 제주자치경찰은 출범 12년 만에 다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제주 입장에서는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라는 취지를 되살릴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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