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으로도 이해하기 버거운 완성도
새로운 도전으로도 이해하기 버거운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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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극단 가람의 창작뮤지컬 '힘차게 달려가세'의 무대 인사. ⓒ제주의소리

[리뷰] 극단 가람 창작뮤지컬 <힘차게 달려가세>

21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만난 제주 극단 가람(대표 이상용)의 창작뮤지컬 <힘차게 달려가세>는 인상적인 시도를 여럿 보여준다.

작품 주제가 제주 말(馬)인데, 말이 주요 역할을 맡아서 연기한다. 말테우리 딸을 들개로부터 구하려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늙은 말, 무리를 이끄는 젊은 검은 말, 순진무구한 망아지 등 무대 위에는 최대 13마리 말이 등장한다. 

전체 줄거리는 말 무리가 고마로에 터를 잡으면서 겪는 일을 다룬다. 우두머리를 고르고, 사랑을 하고, 한양으로 떠난 동료 공마를 태풍에 떠나보내고, 위협적인 들개를 물리치는 등 우여곡절을 지난다. 그리고 임진왜란으로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하기 위해 전장으로 투입돼 승리의 주역이 된다.

극본을 쓴 이상용 대표는 “제주 사람과 생활하며 제주 말이 느껴야 했던 기쁨과 슬픔을 뮤지컬로 극대화했다”며 뮤지컬 <라이온 킹>, <캣츠>를 염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특히, “실물 같은 말을 표현하기 위해 연극 <에쿠우스> 인형 제작 감독을 만나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노력에 걸맞게 말, 특히 머리 부위는 꽤 실제 느낌이 난다. 배우가 머리에 착용하는 ‘말머리’는 눈동자, 가죽, 갈기까지 섬세함이 느껴진다. 배우가 온몸에 말 분장을 하고 노래 연기(뮤지컬)까지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힘차게 달려가세>는 분명 여러모로 큰 도전이다.

다만 그런 입장을 고려해도, 솔직하게 관객 입장에서 느끼는 작품 완성도는 무척 당혹스럽다.

무엇보다 여러 배우가 함께 부르는 단체곡 상당수는 반주 뿐만 아니라 노래까지 미리 녹음한 곡을 재생시킨 것으로 들렸다. 배우가 직접 부르는 솔로곡과는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 객석에서는 라이브가 아닌 립싱크로 보여 큰 실망감을 줬다.

그마저도 음향이 심하게 울리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웅웅’ 거렸다. 

배우 뺨에 붙인 마이크가 연기 도중에 떨어지고, 다른 배우는 목이 잠겨 노래를 마저 부르지 못하면서 흡사 진퇴양난이었다. 연막을 뿌리는 기계는 충분한 양이 나오지 않고 찔끔찔끔 나오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특히 동물 특성을 재현하는 연기와 줄거리 구성은 작품 내내 큰 혼동을 안겨줬다. 

말 재현 연기는 고개를 흔들거나 앞발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초반부터 말미까지 주연, 조연 모두 이 패턴만을 반복하니 보는데 피로감이 들었다. 

단체로 뛰어다니는 장면이 몇 번 등장하는데, 그나마 말 특유의 역동성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차라리 달리는 모습을 더 많이 넣고 다양하게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 <힘차게 달려가세>의 기획 의도는 제주말 입장에서 느끼는 희노애락, 나아가 제주 말 문화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기획 의도가 충분히 관객에게 다가오지 않고, 줄거리가 짧게 끊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두머리를 뽑고, 암컷과 수컷이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들개를 물리치는 건 세계 어느 말이라도 똑같다. 예전 제주 사회에서 말이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보여줄 만한 장면은 태풍에 사라진 공마 정도인데, 그 마저도 귓전을 울리는 녹음곡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단순한 ‘우리(말)의 어쩔 수 없는 운명’ 정도로 슬픔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당시 말을 둘러싼 제주 사회·경제 현실을 보여주고 말해줬다면 관객이 보다 편하게 이해하지 않을까? 

여기서 필요한 게 말테우리의 역할일텐데, 작품에서는 상처를 살피는 인자한 역할에 그친다. 나라에 말을 바치는 마지막이 돼서야 말들이 말테우리의 고충을 대신해서 말해주지만 그 마저도 피상적이다. 오히려 “내 나라 내 조국이 있어야 우리가 있다”며 헌마에 기꺼이 따르는 순종하는 모습이 부각된다. 

늙은 말이 망아지들에게 ‘영주십경’을 알려주며 “(제주에서) 영원히 살아가리”라고 보내는 찬사는 어색하기만 하다.   

작품 속 들개는 말테우리의 딸을 위협하고 전도유망했던 늙은 말을 두 번 다시 뛸 수 없게 만든다. 그럼에도 들개를 무법자로 표현하면서 “왜 너희들은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냐”고 매도하는 구성은, 지나치게 선악 구도를 나눠 공감하기 어려웠다. 

말 우두머리를 뽑기 위해 (인간들이 하는) 씨름을 하고, 달리기 시합을 천천히 ‘슬로우 모션(Slow Motion)’으로 보여주는 표현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가족과 국토를 위해 기꺼이 전쟁터로 가자고 결의하는 장면은 나름 장엄하고 엄숙하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말들이 구령에 맞춰 낯익은 군대 제식동작과 구보를 하고, 난데 없이 코미디에 어울릴 만 한 흥겨운 음악이 깔린다. 

이런 점들이 모이면서 전체 줄거리가 힘을 잃고 막 하나 하나가 따로 노는 것처럼 느껴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분장하고 열연한 배우들에게는 박수를 보낸다.

1975년 창단한 극단 가람은 제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극단이다. 올해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공연장상주단체로 지정됐다. 공연장상주단체는 신작 공연, 레퍼토리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교육·교류·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상용 대표는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장으로 올해 새로운 ‘홍윤애’ 창작 연극을 포함, 바쁜 나날을 보냈다. 

제주 말을 극 무대 위로 옮긴 <힘차게 달려가세>의 시도는 높게 평가하지만, 그 시도를 완벽한 준비로 뒷받침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올해 초연 보다 발전된 무대를 기대한다. 실제 말, 들개의 느낌을 잘 구현한 소품을 십분 살려 어린이 연극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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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앤아이 2018-12-23 22:30:35
기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공연하신 분들은 수고하셨지만 뼈아픈 비판을 받고 더욱 발전하시길 바랍니다
121.***.***.110

ㅇㅇ 2018-12-23 02:12:12
한형진 기자님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쓰려 부던히도 노력한 리뷰같습니다.
최소한 위 정도의 리뷰는 기대합니다.
학예회 정도의 작품공연을 가지고
뭐라뭐라 좋은 말 써놨을때는
서로 짰나?? 하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몸짓의 굿닥터

제주의 공연 발전을 위해서
가람 작품 포함 많이 봐왔습니다.
이번 작품으로 가람 공연은 앞으로 보지 말자 했습니다.
돈 많이 들인 공연 못하는 어린이극
정도도 안 됐습니다.

제주말을 얘기한다는데
제주말이 있었나요? 말입장에서 보는 제주세상도.
제주사람입장에서의 제주말의 모습도
말이 보는 말의 느낌도
아무것도 없고
고민흔적조차 없는듯 했습니다
연출 작가

배우들 또한 뭐하는지??
모든 배우들 ..
대사도 몸짓도 노래도
...
223.***.***.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