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70주년, 동백꽃이 피었습니다]① 제주4.3, 대한민국 역사로 자리매김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깊이 감사드립니다.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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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 4.3 영령들에게 참배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제주4.3 70주년을 맞은 2018년은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운동 30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성과'를 거둔 해로 기억될 것이다.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7년부터 제주도에선 109개 단체로 70주년기념사업회를 구성하고, 전국적으로는 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결성됐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교육청, 4.3유족회, 4.3단체는 새해 벽두부터 '4.3 70주년 2018년 제주방문의 해'를 선언하고 국민들에게 4.3 알리기에 나섰다.
 
영화배우 안성기씨와 정우성씨 등 유명연예인들이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라는 영상 캠페인에 동참하며 4.3을 전국에 홍보했다.
 
제주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 달기는 전국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당초 4만3000개만 제작할 예정이었지만 43만개를 넘어 70만개를 제작했다.
 
국가추념식으로 격상된 후 단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4.3 추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다시 한번 '국가폭력'에 의한 제주도민의 무고한 희생에 대해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깊이 감사드린다"며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공표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4.3은 제주만의 행사가 아니었다. 4월3일부터 전국 19개 지역에 분향소가 설치돼 제주의 아픈 역사를 추모하고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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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화제에 참가한 국민들이 동백꽃을 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촛불혁명의 성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3항쟁 70주년 광화문 국민문화제'가 열렸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선 '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란 주제로 90여일간 '제주특별전'이 열려 4.3을 전국에 알렸다.
 
70주년에는 4.3 당시 대규모 인권유린과 주민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한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에 10만9996명이 참여했고, 4.3유족회와 범국민위원회는 이를 미국대사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70주년 다양한 행사 보다 더욱 의미있는 일은 '70년만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는 '생존 희생자 수형인 재심 재판'이었다.
 
4.3 수형 생존희생자 18명은 지난해 4월19일 '불법 군사재판이 부당하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올해 9월 제주지방법원은 70년만에 '재심'을 결정했다.
 
제주법원은 "제헌헌법과 구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하면 사람을 체포.구속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하고, 구속기간은 최장 40일을 초과할 수 없는데 청구인들의 경우 구속영장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조사과정에서 폭행과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제헌헌법 및 구 형사소송법의 인신구속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은 재심대상이 된다"고 결정했다.
 
검찰은 재심 결심공판이 열린 지난 13일 '공소기각'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에 따라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해 무효일 경우 유, 무죄 판결에 앞서 소송을 끝내는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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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영문도 모르고 감옥에서 희생당했던 제주도민들이 70년만에 재판을 받았다.
검찰의 공소기각 요청은 당시 재판이 불법적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사실상 무죄를 요구한 것이다. 
 
4.3 70주년에 또 다른 의미있는 행사는 군부 독재정권 시기 4.3 진상규명을 할 수 없었던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 진상규명 운동을 펼쳤던 일본에도 4.3 위령비가 세워졌다.
 
지난 11월18일 일본 오사카 통국사에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비'가 세워졌다. 일본 내 4.3희생자 위령비가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교계에서도 4.3 영령을 위로했다. 천주교와 불교, 기독교, 원불교 등 5대 종단에서 70주년 법회와 미사, 예배를 진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치유와 화해를 증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깊은 형제애의 연대와 항구한 평화의 기초위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든 사람이 투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제주 4.3 70주년 각종 행사로 인해 4.3평화공원을 찾은 방문객도 23만명에서 43만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제주4.3 전국화에 성큼 다가선 2018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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