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교육, 혁신인가 실험인가] ① "국제학교 수준 공교육 강화" IB교육 도입 급물살

평가의 혁신을 골자로 하는 IB교육 도입을 두고 제주 교육계가 연일 뜨겁다. 국내 교육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시도라며 날선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지역교육청 차원에서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을 적용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례적인 일. 성패를 떠나 IB교육 도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제주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의소리>는 기해년 신년을 맞아 제주도교육청이 역점 추진중인 IB교육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둘러싼 우려와 과제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주>

1.jpg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국제학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상대적 박탈감과 지역간 불균형 등을 해소하기 위해 제주공교육은 변화돼야 합니다." -2014년 6월 4일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 확정 인터뷰 중.
"평가에 있어 공정성과 신뢰성의 문제가 있다면 이걸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합니다. 4 더하기 3의 정답은 하나뿐이지만, 질문을 '7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로 던지면 아이들에 따라 수 없이 많은 정답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존중받는 교육은 스스로 질문하면서 답을 찾는 평가방식과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 2018년 5월 20일 제주도교육감 후보 시절 <제주의소리>와의 대담 중.
5년 전 평교사이면서 전교조 출신인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당선은 지역사회에 큰 화제가 됐다. 주요 교육현안에 있어 변화의 필요성을 주창해 온 이 교육감은 조타수를 잡은 이후에도 혁신적인 정책 기조를 이어갔다. 

그의 이전 발언에서 엿볼 수 있듯이 국제학교 수준의 공교육 강화, 수능 위주의 주입식 교육 탈피 등이 주된 목표였다.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교육 도입은 정확히 그 연장선상에 있다. 유명 국제학교가 도입한 교육모델, 평가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모델, 그 접점에 IB교육이 있다. 

그간의 발언에 비춰보면 이 교육감에게 IB교육은 이상적인 모델인 셈이다.

◇ 전세계 150여개국 도입한 IB교육이란?

IB교육은 공인된 외부기관의 평가를 의뢰하는 토론 논술형 교육과정이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교육기관인 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1968년 개발해 전 세계 153개국 4783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IB교육과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초등과정 프로그램 PYP(Primary Years Program), 중학과정 프로그램 MYP(Middle Years Program), 고등학교과정 프로그램 DP(Diploma Program), 직업교육과정 프로그램 CP(Career-related Program) 등이다. 

여러 단어가 혼재됐지만 사실상 핵심은 고등학교 과정인 DP다. DP과정이 안착되면 PYP와 MYP 등의 과정은 자연스레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BDP는 모국어인 제1언어, 제2언어, 사회, 과학, 수학, 예술 등 6가지 교과학습 영역을 다룬다. 

구조가 단순해 보이지만 교과군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와 어떤 심화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뉜다. 사회 과목 내에 경영학, 경제학, 지리, 역사, 정보기술, 철학 등으로 나뉘고, 과학 과목에서 생물학, 화학, 물리학, 환경학 등으로 나뉘는 식이다. 

학생들은 6개 과목군에서 한 과목씩 총 6개 과목을 선택하되, 3~4개 과목은 '고급 수준'에서 2년 내 총 240시간의 수업을 받아야 하고, 나머지 과목은 '표준수준'으로 1년 내 150시간의 수업을 받아야 이수할 수 있다. 평가 문항은 논서술형·수행평가다.

무엇보다 IBDP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핵심 필수과정인 지식론(Theory of Knowledge), 소논문(Extended Essay), 창의체험활동(Creativity, Activity, Service)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이 과정은 학생들이 지나치게 학습에 치중하다가 놓치기 쉬운 예술 활동, 사회봉사활동, 지식에 대한 사고력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공인된 외부기관의 평가...공정·신뢰성 담보

IB교육의 핵심은 평가방법에 있다.

IBDP에서 평가는 내부평가와 외부평가로 이뤄진다. 내부 평가는 학생들이 2년 동안에 걸쳐 학습하는 기간 중에 이뤄지는 것으로 학생들의 프레젠테이션,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등을 바탕으로 한다. 평가는 교과 담당 교사가 진행하되 학교 외부로부터 공정성을 확보하는 장치를 둔다. 

외부시험은 IBDP 프로그램의 마지막 학기에 실시된다. 학생들은 재학 중인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며 평가는 전적으로 IBO를 통해 진행된다. 

학생들은 선택한 6개 과목 시험에서 각 7점 만점에 4점 이상, 합계 24점 이상을 얻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성적에 대한 판단의 책임은 각 국의 공인된 심사관에게 부여된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전세계적으로 IBDP의 합격률은 80% 수준으로, 엄격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IB교육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경우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부작용이나 내신 절대평가 도입시의 부풀리기 등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 한글화 작업 앞둔 IB교육 도입 '급물살'

이 교육감의 의지에 비례해 IB교육 도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1월 제주도교육청은 IBO에 IB과정의 한글화 협의 요청을 했고, 공문 발송 1년여만에 한글화 작업 협력각서(MOC) 체결을 앞두고 있다. 2022년 대입을 목표로 협력각서의 최종 문구 협상과 법적 검토 단계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육감도 최근 <제주의소리>와의 신년대담에서 "IBO와 한글화 도입의 총론은 합의를 봤다"며 "늦어도 3월 안에는 최종 계약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IB를 통한 새로운 혁신모델을 제시해 제주지역만이 아닌 대한민국 교육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제주도의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IB교육 관련 예산이 일부 삭감되는 진통을 겪었지만 정책 추진을 위한 동력은 확보해 놓았다. 제주도교육청은 내년 하반기 읍면지역 1개 고교를 IBDP도입학교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신바람을 내고 있는 교육당국과는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IB교육 도입의 중심에 서야 할 일선 교사들의 반발이 크다.

②편에 계속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