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남북시대, 한라에서 백두까지] (하) 감귤보내기 등 5+1, 제주형 교류사업 확대

평화의 바람이 백두에서 한라로, 한라에서 백두로 불고 있다. 세계의 눈은 온통 한반도의 해빙으로 쏠려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으나 남북 분단시대 이후 지금처럼 남북 간 평화와 협력이 구체화되었던 역사를 우린 아직 써보지 못했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남북 평화통일의 실질적 물꼬가 제주에서 열리는 것이 상상에 머물 일만은 아니다. 2019년 새해를 맞아 신(新)남북시대,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나아가야 하는 제주의 역할을 조명해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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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제주에서 열렸던 제주 민족평화축전
남북 화해 협력의 시대가 열렸다. 2018년 3차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대결과 반목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신남북협력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해 말 서울 답방이 무산되면서 한라산 등반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밑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올해 반드시 답방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신남북시대를 맞아 제주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넘어 통일의 오작교를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도래했다.

제주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해마다 북한에 감귤을 전달하면서 '비타민C 외교'라는 극찬을 받았다.

제주도는 2010년까지 감귤 4만8328톤, 당근 1만8100톤 등을 북한에 보냈다.

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사업 가운데 단일사업으로 거의 유일하게 10년 이상 이어졌다. 

특히 북한 감귤 보내기 사업은 자치단체와 도민이 한마음이 돼 추진한 첫번째 사례로 국민적 공감대라는 대북지원의 원칙을 구체화시킨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의 '비티민C 외교'는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최로 이어졌고,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포하기에 이른다.

북한은  제주도민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제주도민 대표단 835명을 평양·개성·백두산·묘향산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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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제주에서 열렸던 제주 민족평화축전과 북한 감귤보내기 사업
또 제주는 남북고위급 회담이 단골로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2000년 9월 김용순 노동당 비서가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제주를 방문, 남측의 임동원 국정원장과 특사회담을 가졌다.

당시 김 비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꼭 한라산을 올라갔다 오라고 했다”고 말해 남북정상회담의 제주 개최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8월 남측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에서 “한라산 일출을 보고 싶다”며 제주 방문을 희망했었다.

같은 해 9월24일부터 26일까지 남북 국방장관회담, 9월27일부터 30일까지 제3차 남북 장관급 회담도 잇따라 제주에서 열렸다.

2003년 10월23일부터 27일까지는 북한 예술·체육 참가단 190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월드컵경기장 등 도내 일원에서 민족통일 평화체육문화축전이 열려 남과 북이 하나가 됐다.

2005년 12월13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진 제17차 남북 장관급회담도 제주에서 열렸다.

활발하던 남북교류도 보수정부 9년 동안 얼어붙었다. 2010년 감귤 보내기를 마지막으로 제주에서 남북교류협력사업은 맥이 끊겼다.

하지만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제주산 귤 200톤을 북한 주민들에게 선물로 보냈다. 9월 평양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데 대한 답례의 표시였다.

제주감귤이 다시 남북교류협력 사업, 비타민C 외교의 메신저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제주도는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이미 5+1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감귤보내기 재개 △제주-북한 평화 크루즈 △한라-백두 남북한 교차관광 △한라산 백두산 생태.환경 보전 공동 협력 △제주포럼 북한 인사 초청 등 5대 사업과 추가로 남북에너지 평화협력 사업이 그것이다.

북한감귤보내기는 과거와 같이 대규모로 지원하기 어렵고, 북한 입장도 고려해 소규모로 추진하고, 지원형태도 생과 위주에서 감귤원액, 감귤주스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제주-북한 평화크루즈 사업은 동북아시아의 평화벨트를 조성하고 크루즈 해상 운항구간을 완충지대로 설정, 제주에서 남포까지의 서해안 항로와 제주에서 장전, 제주에서 원산까지의 동해안 항로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교차관광 사업은 항공편의 경우 제주~순안~삼지연의 환승노선과 제주~삼지연의 직항노선을 개설하고 여객선은 제주~남포 항로를 여는 등 중장기적으로 제주와 북한 간 연계 관광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통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한라산과 백두산의 생태.환경보존을 위해 공동협력사업도 구체적으로 추진된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02년)과 세계자연유산 (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이라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과 함께 기후와 지질, 동식물 분포, 생태환경 보전, 관광자원 방안 등을 연구한다는 구상이다.  

제주포럼에 북측 인사를 초청해 한반도의 평화와 협력을 논의할 기회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남북간 에너지 평화협력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제주도의 신재생 에너지 조성모델을 북한지역에 적용해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라에서 백두까지’로 상징되는 제주가 남북교류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도 이미 손을 봤다.

제주도는 현재까지 52억원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했고, 2023년까지 100억원을 적립할 계획이다.

신남북시대를 맞아 제주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민 공감대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고성준 제주통일미래연구원장은 “이제는 제주의 대북교류협력 정책도 좀 더 도민 속으로 들어가서 도민들과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것이 곧 도민 공감대 형성이고 도민 성원을 유지하는 길”이라며 학계, 시민사회, 지방정부 등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새로운 남북관계 환경변화 등을 반영해 기존 5+1 사업을 수정 보완해 추진할 것"이라며 "제주가 갖는 장점과 경쟁력에 기초한 '제주형 남북교류' 협력사업 발굴 및 추진계획 수립 등 제주 특화력을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접목시킬 새로운 영역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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