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살아 움직이듯 솟아나는 하천 끝자락 산물
뱀이 살아 움직이듯 솟아나는 하천 끝자락 산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93) 하천리 내끼 산물

하천리는 하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주사형국이라 하여 뱀이 살아 움직이는 형치라고 한다. 하천의 끝나는 곳이란 의미로 내끼, 내끝, 또는 내깍이라 부르던 마을이다. 마을 경계에 천미천이 흐르고 있어 천미촌, 천미포라고도 불렀다. 이 마을은 한때 신풍리와 합쳐 천변촌이라 했던 마을로 천미천의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서 ‘알내끼(하천미)’라 불렀다. 

이 마을의 식수는 주로 마을 경계에 있는 천미천에 의존한다. 천미천은 한라산 흙붉은오름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흐르는 제주 섬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 평상시는 건천이지만 곳곳에 소(물웅덩이)가 발달되어 있어 천미천 일대 마을의 생명수인 식수를 공급하는 생명 천이었다.

마을 해안가에도 넓은 바다라는 넙여에서 큰 산물이란 바다 샘이 솟아난다. 산물은 산에서 내리는 큰물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산물들은 하천포구에서 남쪽으로 80m지경 해녀탈의장 앞 바닷가 조간대에 위치해 있는데, 많은 물이 군락을 이루며 솟는다 해서 큰산물이라 부르고 있다.

1.큰산물 군락.JPG
▲ 큰산물 군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세 군데에서 용출되는데, 하나는 탈의장 바로 밑에 우물 형태처럼 자연적으로 형성된 암반위에 1m 정도의 원형돌담을 쌓아서 보호된다. 

다른 곳은 바닷가 쪽에 타원형 담을 쌓은 2개의 보호시설을 만들고 용암절리대 경계부 암반 틈에서 솟아난다.

2. 우물형태의 큰산물1.JPG
▲ 큰산물 1(우물 형태).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3.큰산물 1의 내부.JPG
▲ 큰산물 1의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4. 큰산물 2(왼쪽).JPG
▲ 큰산물 2(왼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5. 큰산물 3(오른쪽).jpg
▲ 큰산물 3(오른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다소 염분기가 있어서 식수보다는 목욕이나 어로 활동을 위한 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뭄 등으로 천미천의 소에 있는 물들이 말라버릴 경우에는 비상식수로도 사용됐다.

6큰산물 용출광경.JPG
▲ 큰산물 용출 광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고치땅물은 천미천의 끝자락인 바닷물과 경계하는 곳에 설치된 수중보의 역할을 하는 배고픈(凹形) 다리 밑에서 자연적으로 솟아오르는 산물이다. 고치땅물이라 한 것은 아마도 땅이 끝나는 지점의 산물이란 뜻이 아닐까 유추해 본다.

7. 고치땅물.jpg
▲ 고치땅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물은 주로 낚시꾼들이 사용한 물로써 보호시설이 없으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배고픈다리를 지날 때 바다 쪽 암반 사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바닥에서 용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나 하천개수공사 등으로 산물이 많이 축소되었다. 

만조 시에는 바닷물이 덮이고 간조 때는 물이 바로 바다로 빠져 나가버리는 특성이다. 때문에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서 별도의 보호시설을 만들지 않았으며, 예전에는 목욕물이나 우마용 먹는 물로 사용했었다.

8.고치땅물 용출모습.jpg
▲ 고치땅물 용출 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소금을 만들었던 소금막과 더불어 바다비경을 지켜온 큰산물이 오늘도 마을을 지킨다. 천미천과 달산봉과 함께 표선면 동쪽 끝에 자리한 자연 자원은 마을 공동자산이다. 내끝 마을의 스쳐지나가는 한 자락의 바닷바람엔 상쾌함이 실려 있고, 푸른 바다의 넉넉함이 묻어 있다. 

바램이라면 이 마을의 소문난 바다전경의 감흥을 얻기 위해 해안을 찾는 탐방객들을 위한 산물안내판을 세워 산물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그냥 무심코 지나치는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

#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1
표사모 2019-01-07 16:07:58
옛날에 하천리 고첫당 산물은 식수로 사용 했지만 수도물이 생기면서 식수로는 사용 하지 않고 여름에 바닷가에서
목욕하다 몸에 짠물을 싯거나 산물이 워낙 시원하여 아이들 땀띠 치료용으로 썼다 하지만 지금은 하천리에
양어장이 생기면서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은 위치도 파악하기 힘들다..그 잘난 양어장이 제주도 바다를 더립히고
있는것 같다..매일 뿜어져 나오는 양어장 하얀 용수..
59.***.***.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