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단식 24일째 김경배씨 면담...팽팽한 신경전 속 소득없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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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지사와 제주도청 앞에서 24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김경배씨가 11일 오후 도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24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는 김경배씨와 드디어 만났다. 그러나 둘의 만남은 서로 입장만 확인하며 팽팽한 신경전만 벌인 채 40여분만에 소득없이 마무리됐다.

김경배씨는 원 지사에게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의 중단을 요구했고, 원 지사는 국토부로부터 검토위원회를 종료한 이유와 입지타당성 재조사 용역 결과를 듣고 난 후 공식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원희룡 지사는 11일 오후 2시 도청 집무실에서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와 면담을 가졌다.

김경배씨는 지난해 12월19일부터 제주도청 앞 인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24일째 단식중이다. 

이날 면담에는 안동우 정무부지사, 김승철 소통혁신정책관, 강영돈 전 공항확충지원단장, 현학수 공항확충지원단장 등 도청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제2공항 반대측에서는 김경배씨 외에 김형주 성산읍반대대책위 공동대표, 윤경미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경배씨 대리인 자격으로 김순애 씨 등이 참석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홍명환 도의원(이도2동 갑)과 정의당 고은실 도의원이 함께 했고, 녹색당 활동가가 현장에서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2017년 11월 이후 다시 단식하게 돼 마음이 안타깝다"며 "의견을 충분히 경청할테니 하고 싶은 말 다 하시고, 몸이 상할 수 있으니 못이기는 척 해서라도 단식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김경배씨는 "몸이 회복도 안된 상태에서 왜 다시 단식에 들어가는 지 아시느냐"며 "제주의 미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사께서 제주를 아끼고 사랑했다면 제가 단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뼈있는 말을 건넸다.

그는 "지금 사태에 대해 지사께서 여러차례 입장을 밝히셨는데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났으니 빨리 발표하라고 했고, 제주도는 검토위에 끼지 말라고 해서 할 게 없다는 등 책임회피를 했다"고 꼬집었다.

원 지사는 "제주도민이 저에게 권한도 줬고, 책임도 위임했다. 어떤 책임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경배씨도 소중한 도민의 한 분이고 제2공항에 대해 찬성하고 궁금해 하는 분들도 제가 섬겨야 하는 도민"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검토위 구성이 되는 과정에서 합의문 작성까지 제주도가 국토부에 요청했지만 이후 진행은 제주도는 배제됐다"며 "언론 보도와 반대측이 주장하는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해듣고 있다. 국토부에 소상히 질문도 하고, 얘기를 나누는 중이다. 국토부 입장을 파악하는대로 반대측 주장 등을 종합 검토해 도지사로서 책임있는 답변을 모든 도민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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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지사와 제주도청 앞에서 24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김경배씨가 11일 오후 도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 씨는 "모든 도민을 다 챙겨야 한다고 하셨는데 지금 국토부가 검토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고 기본계획에 착수했다"며 "지사가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원 지사는 "검토위에서 어떤 과정과 얘기가 있었는지, 연장을 둘러싼 과정이 어떻게 됐는 지에 대해 언론보도나 반대위 측 주장을 단편적으로 들은 것 밖에 없다"며 "국토부에 확인 중"이라고 답변했다. 

김 씨는 "입지타당성 문제에 대한 의혹 해소가 안되고, 지사도 저도 모르는데 국토부가 기본계획에 착수했다"며 "도지사라면 당연히 중단을 요청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압박했다.

원 지사는 "국토부에 자료를 요청했고, 설명을 듣고 있다. 반대위 측 주장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을 내린 다음 발표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발표할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미를 요구했다.

그러자 김 씨는 2017년 11월 제주도와 반대위가 합의한 공문을 내보이며 '사전타당성 재검토 용역은 부실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공정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사전타당성 재검토 용역 결과는 기본계획수립 용역 발주 여부를 결정하는 구속력을 갖도록 한다'는 조항을 제시했다.

그는 "사전타당성 재검토 용역결과는 기본계획수립 용역 발주 여부를 결정하는 구속력을 갖도록 되어 있다"며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당연히) 기본계획을 중단 요청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원 지사는 "구속력을 갖는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점과 결함이 나올 경우 원점에서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구속력을 담은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반대위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이 결정적인 게 안나오면 승복한다는 양쪽 모두에게 (해당되는) 구속력의 의미"라고 반박했다.

원 지사는 "김경배씨가 주장하는 것과 국토부의 입장은 다르다"며 "정확히 진실에 근거해 사리에 맞게 판단해서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한참을 원 지사와 김 씨는 지리하게 비슷한 질문과 답변을 반복했다.

배석한 김순애씨는 "국토부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는데 그 과정 이후 다시 면담을 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원 지사는 "반대위 주장은 그동안 말씀이나 문건, 기자회견을 통해 다 듣고 있다"며 "잘 감안해서 판단하겠다"고 재면담 요구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김경배씨는 "검토위 운영 중간에 타 후보지 점수조작 문제가 불거졌고, 국토부에 자료를 요구했는데 거부하다 종료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국토부를 신뢰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원 지사는 "반대측 입장은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궁금한 부분과 확인해야 할 부분을 확인하고, 객관적인 자료와 근거를 갖고 정확히 하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해 제주도 입장을 발표하기 전에 다시 반대측과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김순애씨는 "김경배씨의 요구는 기본계획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국토부의 의견을 듣고 발표하기 전에 반대측 의견을 듣고 판단해 달라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반대측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원 지사는 "검토위에서 제주도는 배제됐기 때문에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검토위가 두 달 연장 안된 것은 저희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면서 "만약 제주도가 검토위에 포함돼 있었다면 검토위 연장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경배씨는 "국토부 얘기를 듣겠다고 하셨는데 인정하지 못한다"며 "합의한 '사전타당성 재검토 용역 결과는 기본계획수립 용역 발주 여부를 결정하는 구속력을 갖도록 한다'는 조항에 따라 기본계획 용역 중단을 요청하라.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식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이날 원 지사와 김경배씨의 면담은 40여분간 치열한 신경전 끝에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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