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기운으로 무병장수한다는 봉용코지 물맞이 산물
용의 기운으로 무병장수한다는 봉용코지 물맞이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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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95) 토산리1 남토리 산물

예로부터 명수(明水)의 조건은 반드시 힘찬 용의 기운을 받아야 한다. 남토리(남쪽에 있는 토산리란 의미) 바닷가에도 바위 궤(동굴의 제주어)에 용트림 하듯 숨겨진 귀한 산물이 있다. 
토산2리 바닷가인 토산개에 있는 산물인 ‘산열이통물’이다. 근처 봉용코지(곶[串])는 지형지세가 용트림하기위해 용이 엎드려 있는 형국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용의 기운을 받고 용출하고 있어 충분히 명수라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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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열이통물과 봉용코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산열이통물(산이리통물)은 물이 차고 좋아서 주민들이 여름에 더위를 식히고 땀띠를 없애기 위하여 목욕을 하며 더운 열을 식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물이 솟는 위치는 매우 특이하다. 궤에서 솟기 때문에 통물이라 하고 있으며, 토산리 바닷가에 궤처럼 생긴 동굴 같은 바윗집에서 용출된다. 동굴의 크기는 너비 1.8m, 높이 0.6m 정도다. 

이 산물은 옛 문헌의 기록에도 나올 정도로 백중날이 물로 물맞이하면 무병장수한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여름철에는 주민뿐만 아니라 산물을 잘 아는 사람들이 시간을 빼서 즐겨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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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열이통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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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궤 안의 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예전 수도가 없던 시절에 마을주민 등 인근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애용했던 식수이기도 하다. 산물이 흘러내리는 바다 쪽 자리에는 세답통(빨래터)을 만들어 사용했던, 시멘트를 덧씌워 만든 빨래터 흔적이 일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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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파손된 빨래터.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일주동로 토산 중앙교차로를 지나 산열이통 입구라 표기된 버스정류장에서 해안가쪽으로 표석(산열이통)을 따라 가다보면 바위굴 속에 정좌하여 숨어있는 산물을 만날 수 있다. 물이 차갑고 달콤함에 절로 감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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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궤 안에 정좌한 산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통물이라고 하면 둥그런 돌담에 갇혔거나 시멘트 통에 있을 것이라는 일상의 생각을 깨고, 용암빌레(너럭바위)의 언덕 같이 보이는 왕석 밑에서 산물이 솟구치고 있을 줄은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샘들이 개발에 밀려 시멘트에 묻혀 사라져 버렸거나 원형의 모습을 잃어가는 지금, 산열이통은 인위적으로 치장하듯 만들지 않고 자연 그대로 소박함과 정겨움이 묻어나는 전형적인 제주 바닷가의 모습이다. 그런지 샘이 있는 곳에 마을이 있었고 사람 사는 곳에 훌륭한 샘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산물을 찾는 발걸음에 넉넉함을 더해준다.

#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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