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남원읍사무소 사회복무요원 전민석...신고 조건-현실 불일치, 특별법 개정 절실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건' 2018년 5월부터 4․3 관련 업무를 맡기 전 제주 4․3사건에 대한 내 생각은 이것이 전부였다. 4․3, 그 비극의 역사는 나에게 단순히 글과 말로 배운 비극의 ‘역사’일 뿐이었다. 

하지만 제주4․3사건은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과거의 사람들에게 닥쳤던 현실이었다는 그 사실을 나는 여러 희생자와 유족들을 만나면서 크게 깨닫게 되었다. 

특히 피해자 분들 중 언어장애가 있었던 할머니를 도와드렸던 일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는데, 당시 나는 사무적으로만 일했을 뿐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 찾아온 사람들에게 신청방법과 요건만 전달했지 그들에게 문제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그것을 해결해주려고 하지 않았다. 

당시, 할머니께서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음을 확인한 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나중에 보호자와 다시 오라는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에 상처받은 할머니의 감정 섞인 흐느낌과 울분이 담긴 신음 소리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이전까지 내가 얼마나 이들에게 소홀했고 무심하게 대하였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이에 마음속 깊이 반성한 나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최대한 성심성의껏 도와드려 할머니는 원하는 바를 모두 신청하실 수 있었다. 

신청을 도와드릴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희생자의 친자식이지만 호적 또는 주민등록에 친자로 등재가 안 된 경우이거나, 희생자의 직계가족과 형제가 없어서 제사를 지내고 묘를 관리하고 있지만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 해당하지 않아 유족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등 신고를 위한 행정상의 조건과 절차가 유족들의 현실적 여건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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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무요원 전민석.
괴로운 것은 신청인에게 유족 인정이 어려운 점을 설명해드렸을 때 자신이 왜 유족이 되어야 하는지 여러 이유를 들어 설명하거나 사정함에도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것으로, 소리 없는 아우성과 단말마의 고함을 마음속 깊이 메아리치던 그들을 위해 4․3특별법 개정의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졌다.

4․3업무를 맡아 일했던 작년, 오히려 더 많은 가치를 찾아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만큼 황금돼지의 해라는 올해 2019년, 희생자와 유족 분들의 행복을 위해 더욱 열심히 뛰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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