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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내 차례! 2020년 4.15총선을 향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제주시 갑 선거구에서 거론되는 예비주자는 10명. 최대 격전지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Z 방향으로 강창일, 강기탁, 고병수, 구자헌, 김영진, 김태석, 박원철, 박희수, 오옥만, 장성철. ⓒ제주의소리
[설특집-20대 총선 누가 뛰나] ②제주시甲, 자천타천 10명 거론 최대 격전지 예고

 설 명절을 앞둔 제주정가가 차기 총선과 관련한 여러 전망들로 벌써부터 설왕설래하고 있다. 총선까지는 1년2개월 넘게 남았지만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선거 얘기는 이번 설 명절 민심의 주요한 상차림 메뉴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예비주자들과 총선 가늠자가 될 민심의 향배를 미리 짚어본다. /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워밍업 들어간 4.15총선, 관전포인트는?
누가 뛰나? 제주시갑 선거구
③ 누가 뛰나? 제주시을 선거구
④ 누가 뛰나? 서귀포시 선거구

내년 4월15일 치러지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제주시 갑 선거구는 벌써부터 최대 격전지를 예약해놓고 있다. 선거를 14개월여 남긴 현 시점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예비주자가 10명이나 된다.

한마디로 난립 양상인 가운데, 현역인 강창일 의원의 ‘5선 도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6명 정도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강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은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불경죄’에 걸릴까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야당에서는 자유한국당 구자헌 도당위원장, 바른미래당 장성철 도당위원장, 정의당 고병수 탑동365의원 원장이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의 대표주자가 확정되더라도 최종 대진표는 4~5파전이 예상된다.

◇ 민주당, 후보군 넘쳐나는데 강창일 눈치보기…박희수 “넘겨줄 때 됐다” 정면승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현역인 강창일 의원 외에 강기탁 변호사,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장과 박원철 환경도시위원장, 박희수 전 도의회 의장, 오옥만 전 도의원 등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4선인 강창일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후보군이 확 줄어들 수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강 의원은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당시 5선의 거물 정치인 현경대 전 의원을 꺾고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20대까지 4연속 당선되며 중진 반열에 올랐다.

3선 당시 국회의 꽃이라고 하는 상임위원장(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지만, 20대 국회 들어 원내대표에 도전했지만 쓴맛을 봤다. 5선이 되더라도 뚜렷한 비전이 안보인다는 게 딜레마다.

이 때문인지 최근에는 행정안전부 장관 입각설, 차기 주일대사 차출설 등이 그의 주변을 맴돈다. 호사가들은 총선 불출마를 압박하는 당 차원의 메시지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본인은 “그런 자리는 줘도 안한다. 총리, 부총리라면 모를까…”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한다, 만다” 똑부러진 말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출마 여부를 묻자 “하늘이 하지 말라면 하지 않을 것이고, 하라고 하면 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해야 하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라며 “지금은 주어진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강 의원의 이 같은 애매모호한 태도 때문에 후배 정치인들은 애간장이 타들어간다.

김태석 의장은 “어떻게 내가 먼저 말하나. (국회의원은) 내가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정가에서는 3년 후 기초자치 부활이 됐든, 행정시장 직선제가 됐든 행정체제 개편 이후 ‘직선 시장’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원철 위원장 역시 “그 어른(강창일)을 모신 지 10년이 넘었다. 먼저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평소 농담조지만 “도지사는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던 점으로 미뤄 결국 정치적 지향점은 중앙(국회의원)보다는 지방(도지사 or 시장)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 제주도지사 선거를 통해 정치인 신고식을 올린 강기탁 변호사는 “목하고민중”이라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일단은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당분간 강 의원의 행보를 비롯한 여론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부쩍 출마설이 나도는 오옥만 전 도의원은 ‘아직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현실정치에 뛰어들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 전 의원은 2010년 국민참여당 간판으로 도지사선거, 2012년에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한 바 있다. 최근 돌고돌아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박희수 전 의장 정도만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강창일 의원도) 이제는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정면승부를 택했다. 박 전 의장은 지난 총선 때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강 의원의 4선 당선에 힘을 보탠 일등공신이다.

조천읍(와산리)으로 이사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조그만 밭을 하나 장만했는데, 그게 와전된 것 같다. 그냥 오라동에 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 한국당 구자헌-바른미래당 장성철-정의당 고병수 출마 확실…김영진 “생각 없다”

야당에서는 사실상 대표주자들이 일찌감치 정해진 양상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제주시갑 당협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구자헌 도당위원장이 출마 결심을 굳였다.

그는 “평범한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로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권위적일 필요도 없고, 특권을 누릴 이유도 없는 평범한 직업인으로서 국회의원을 꿈꾼다”며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한 공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은 새로운 인물이 선택받는 총선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사표나 다름 없다.

구 위원장은 오현고를 중퇴(검정고시 졸업)했고, 대전지검, 부산동부지검,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를 역임했다. 2011년부터 제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사태로 당이 어려울 때 구원투수로 나서, 도당위원장 직무를 대행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장성철 도당위원장의 출마가 확실시 된다.

장 위원장은 “총선까지는 1년 넘게 남았다. (출마 여부를 밝히는 건)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말을 아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유권자는 별로 없어 보인다. 자꾸 출마한다고 하면 도민들에게 ‘피로감’만 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지난 총선에서 장 위원장은 1만5909표(15.2%)를 얻으며 선전, ‘장․성․철’ 이름석자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보적 NGO 활동가에서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으로 점점 우클릭하는 행보와 관련한 정체성의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지가 젊고 똑똑한 정치인 앞에 놓인 숙제라면 숙제다.

정의당에서는 고병수 탑동365의원 원장이 출마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시갑 지역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도지사후보로 나서달라는 당의 요청에도 “준비가 안됐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던 그가 총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데는 노회찬 전 의원의 사망이 계기가 됐다.

그는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 때부터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제주에 진보정치 깃발을 꽂겠다”고 말했다.

한림이 고향으로, 어릴 때 제주시로 이사를 해 제주서교-제주중-제주일고를 졸업했다.

정당인은 아니지만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의 출마설도 지방정가에서는 파다하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저의 임기(2021년 2월말)가 거의 다 되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저도 그 얘기를 듣고는 그냥 웃고 넘겼다”며 “관광업계가 워낙 어렵다. 현재로서는 정치에 대한 생각을 가져볼 여유조차 없다”고 출마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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