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Q&A] "왜 IB교육인가" 도입 초읽기, 기대-우려 여전히 공존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제주 도입이 초읽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막바지 작업인 IB 한글화 방안이 조율 중에 있어 사실상 IB 도입은 시간문제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불확실하고, 그에 따른 위험부담이 뒤따르는 법이겠죠. 하물며 그 대상이 우리의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첫선을 보이게 될 IB가 대한민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개혁의 시발점이 될지, 아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졸속교육이 될지, 판가름 날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두 달 전 신년기획으로 IB교육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던 <제주의소리>는 이번 설 연휴를 맞아 전문가들의 조언을 모아 IB교육를 둘러싼 질문을 Q&A 형식을 빌려 소개합니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이 사그라들길 바라며, IB교육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쳐보겠습니다.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앞서 소개됐던 IB교육 관련 기사들을 훑어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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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IB교육이란 무엇인가요?

A. 다소 딱딱하지만, 기본 개념만 짚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IB교육이란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교육기관인 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1968년 개발한 토론 논술형 교육과정을 의미합니다. 공인된 외부기관의 평가로 인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한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미 전 세계 153개국 4783개 학교에서 이 IB교육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서귀포시 영어교육도시에 자리 잡은 노스 런던 컬리지 에잇 스쿨 제주(NLCS jeju)와 브랭섬홀 아시아 등의 국제학교가 이 IB교육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IB교육과정은 크게 초등과정 프로그램 PYP(Primary Years Program), 중학과정 프로그램 MYP(Middle Years Program), 고등학교과정 프로그램 DP(Diploma Program), 직업교육과정 프로그램 CP(Career-related Program) 등 4가지로 나뉩니다.

여러 단어가 혼재됐지만 사실상 핵심은 고등학교 과정인 DP입니다. DP과정이 안착되면 PYP와 MYP 등의 과정은 자연스레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이번 Q&A코너 역시 IB중에서도 고등학교 과정인 DP의 사례가 중점적으로 다뤄집니다.


Q. 왜 IB교육을 도입하는 것인가요?

A. 제주도교육청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IB가 지닌 장점과 기대효과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 있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JTBC 드라마 <SKY캐슬>을 보셨나요?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적나라하게 연출하며 많은 이들, 특히 학부모들로부터 절대적인 공감을 샀죠.

사실 주입식 정답 찾기 평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의 고질적 문제는 누구나 공감해 왔습니다. 단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을 뿐이었죠. IB는 '생각을 꺼내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예시가 있습니다. 

"동학혁명이 일본의 조선병합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가?", "한국전쟁이 발발하는데 외세의 관여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이 문항들은 IB교육을 통해 실제 출제될 수 있는 시험 문제입니다. 100명의 학생이 100개의 답을 내놓는 시험. 개인적으로 취재 과정에서 상당히 호기심을 유발하는 문항이었습니다.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부작용이나 내신 절대평가 부풀리기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여담이지만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에게 있어 IB 도입은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과제였다고 여겨집니다. 그간 밝혀 온 교육철학과도 일치할뿐더러,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그 성과가 뚜렷하게 남는 정책이기도 하죠.

'이석문표 제1기' 교육청을 관통한 이슈가 고교체제 개편이었다면, '제2기'의 핵심 화두는 IB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도가 어찌 됐든 현재 막바지 단계인 IB의 '한글화 작업'이 완료된다면, IB교육은 전국화까지도 기대할 만한 상황입니다. 이미 대구교육청이 제주도교육청과의 파트너십으로 IB 도입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연구용역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왜 IB교육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거죠?

A. 어떻게 장점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현시점에서 IB는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입니다. 마냥 환영하기에는 아직 설득되지 못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습니다.

특히 학교 교육의 한 축인 교사들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큰 고민거리입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갖다 놓은들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은 오롯이 교사들의 몫입니다. 교사들의 전적인 지원을 힘입어도 모자랄 판에 벌써부터 상당한 거리감이 감지되고 있죠.

교원단체인 전교조 제주지부가 우려 사항을 잘 정리해뒀습니다.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아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 △특권교육과 귀족학교가 될 것이라는 위험성 △IB 성적이 국내 대입 전형에 없다는 점 △고비용 부담으로 형평성에 위배되는 점 △IB 운영이 전 국가적으로 실시되지 않고 제주에서만 도입하려는 점 등이 대표적인 지적 사항입니다.

대부분, 타당한 지적들이지만 개중에는 필요 이상의 오해를 사고 있는 대목도 있습니다. 한 가지씩 살펴보도록 하죠.


Q 아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닌가요?

A. 결코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지적 중 하나입니다. 알다시피 IB의 공교육 도입은 국내 첫 사례입니다. 이에 대한 불확실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IB는 그 자체의 난이도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질문이 입체적으로 던져지기 때문에 학교와 교사들이 전적으로 서포트한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수료하기까지는 학생 본인의 상당한 노력이 필수입니다. 벼락치기도 소용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문제는 이 IB교육을 처음 접하게 되는 현재의 중학교 2학년, 2021년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초등학교-중학교에서의 교육은 기존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랐다는데 있을 겁니다.

단순 교육내용이 아닌 패러다임이 아예 변하는 교육 속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지.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겠지만 결코 손을 놓아서는 안 될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동안의 흐름을 관심 있게 지켜보셨던 분들이라면 눈치챘을 수도 있겠는데요. IB는 최초에 'IB교육과정'이라고 불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IB교육프로그램'으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은 단순 억측을 무마하기 위해 명칭을 변경했다고 설명했지만, 엄연히 IB는 정부에 의한 교육과정이 아니라는 점에 있어 두고두고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Q. 그럼 IB교육은 '엘리트 교육', '귀족 교육'인가요?

A. 현시점에선 '그렇다, 아니다' 단정 지을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엘리트 교육'이란 꼬리표는 얼마든지 떼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현재 IB교육은 소위 일부 '엘리트' 층의 학생들이 영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서두에 설명해 드렸듯이 매 학기 수천만원의 학비를 지급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국제학교, 수도권 지역 특목고 1곳 정도가 IB교육을 운영하고 있죠.

하지만, IB가 공교육의 영역으로 편입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 세계 고등학교에서 IB 만점은 45점입니다. 40점 정도가 넘으면 옥스퍼드, 케임브릿지, 하버드, 아이비리그의 대학에 입학할 수준이 됩니다. 실제 국제학교 학생들의 성적도 상당히 우수한 축에 속합니다.

주목할 점은 전 세계 평균이 29점이라는 점입니다. 제주에 IB교육이 도입되면 전 세계 평균인 29점보다 낮은 점수도 나올 수 있겠죠. 

상위권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고,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나쁜 성적을 받는 학교를 굳이 '엘리트 교육'으로 칭해야 하는지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Q. IB 학생들의 국내 대학 입학은 어떻게 이뤄지는 건가요?

A. IB교육 관련 위탁연구 용역을 실시하고 있는 교육과혁신연구소 이혜정 소장의 말을 빌려보겠습니다.

"국내에서 IB를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 중 하나가, 교육과정과 평가가 바람직하고 좋기는 하나 현 대입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공교육 도입은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대학입시체제에서는 이미 IB 학생들이 합격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과 달리 우리는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수시 일반전형으로 이미 경기외고나 제주국제학교 등 국내 학력을 인정받는 IB 학교의 학생들이 수능을 치르지 않고 IB 점수만으로 국내 대학에 합격을 해왔다."

즉, 현재의 체제에서 수능최저등급이 없는 수시모집을 통해 IB 역시 대학교 입학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자신의 입시 전략을 준비하는 풍토상 IB교육이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엄밀히 따지면 아직까지 IB는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 보다 '대학도 갈 수 있는' 교육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죠. 아직 대학 입시의 부담이 상당한 한국교육의 현실상 꼭 넘어서야 할 과제가 아닐까요.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2021년까지 지금과 같은 대학 입시체제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IB가 도입과 맞물려 대입의 문호를 넓히는데도 교육청 차원에서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Q. IB교육을 위해선 천문학적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A.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 또한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IB교육 인증 학교로 운영되는 비용은 한 해에 1000여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프로그램 내용상 그다지 비싼 금액이라고 생각하긴 어려운 수준이죠.

다만, IB교육은 교사들의 연수와 교육을 상당히 중요시 여깁니다. 이 같은 연수가 얼마나 활발히 이뤄지는지에 따라 들여야 하는 예산의 규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은 최대치로 1년에 3~4억원까지 투입될 수 있다고 예상하니 참고가 될 듯합니다. 3~4억원을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겠습니다.


Q. 4년 후 교육감이 바뀌면 IB도 사라질 것이라고 하던데요?

A. IB 운영이 전 국가적으로 실시되지 않고 제주에서만 도입하고 있다는 점도 여전히 불안요소이긴 합니다.

다만, IB 인증학교의 경우 한 번 인증되면 최소 5년간 IB교육을 유지해야 합니다. 2021년 최초 도입되면 적어도 2025년까지 해당 학교는 IB교육이 운영된다는 의미입니다.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IB교육을 무위로 돌려버리진 않겠지만, 그 사이에 IB로 인한 효용가치보다 병폐가 두드러진다면? 장담하긴 어렵겠네요.

이번 특집에서는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돼 온 문제들을 추렸습니다. 이 외에도 IB교육에 대한 다양한 걱정이 있을 줄 압니다. 댓글이나 메일을 통해 문의하신다면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성의껏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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