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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9) 설 차례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불변의 투자원칙

# 제주에서의 명절 분위기

제주에서 맞는 설 명절은 어떤 느낌이 들까? 제주에 내려와 설 명절을 지내는 새내기 도민(?)에게 다시 한 번 호기심이 발동했다. 연말을 지나면서 성탄절 트리들이 사라지면서 거리에 등장한 것은 ‘동사제’, ‘포제’, ‘입춘굿’ 등 마을제 안내 현수막이었다. 마을주민들의 무사 안녕과 생업에서의 풍요를 기리는 주요행사이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본 행사까지 마을의 화합과 결속도 다지게 되어 많은 도민들의 관심사이다. 최근에는 인근 마을과 합동으로 지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탐라국입춘굿놀이’는 탐라국시절 왕이 몸소 밭갈이하는 모습을 흉내 내며 풍년을 기원하는 굿인데, 1996년 이를 다양한 창작활동과 퍼레이드 등을 추가, 재현하여 개최해오고 있다.  

명절날 빠질 수 없는 것이 절기 음식에 관한 이야기인데, 가장 정성스레 마련하는 제주 차례상 음식이 육지와는 새삼 다르다. 우선 돼지고기와 해산물 음식은 빼놓을 수 없다. 돼지고기 산적도 많이 사용하며, 또는 고기 산적 대신에 미리 잘 손질해 둔 옥돔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지역에서도 굴비나 조기, 민어나 가자미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갈치·삼치·꽁치와 같이 ‘치’로 끝나는 생선은 절대 올리지 않는다. 

미역국에도 옥돔이나 성게, 우럭으로 맛을 내기에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육지에서 먹는 소고기 미역국과는 생소하게 느낄 수 있지만,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였다면 비린내가 없으니 안심하고 드셔보길 권한다. 

육지 사람이 볼 때 제주 차례상에서 가장 생소한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카스테라빵과 감귤주스이다. 처음에는 고인이 즐겨하던 음식을 별도로 준비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 오판이었다. 쌀이 귀하던 제주에서는 떡 대신에 보리로 만든 보리빵이나 메밀로 만든 빙떡, 상외떡 등을 차례상에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리빵을 대체한 것이 제과점에서 곱게 만든 카스텔라와 롤 케이크, 단팥빵이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감주(甘酒)를 대체한 것이 감귤주스였고, 제주(祭酒)와 겸해서 상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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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설 차례상 모습.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음식을 만나는 게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대체의 중요한 원칙 : 동일한 속성을 가진 품목 중 가장 귀하고 구하기 용이한 것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떡인지 카스텔라인지가 아니라, 가장 귀하고 좋은 재료로 제수용품을 준비하는 정성스런 마음이다. 그런데 재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할 때 원칙이 있다. 동일한 범주 안에서 가장 원재료의 맛과 정성을 담아낼 수 있는 재료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자산을 크게 주식과 채권과 같은 전통자산(Traditional asset)과 대체자산(Alternative asset)으로 구분한다. 전통자산은 주로 거래소 시장을 통한 거래 가능한 자산을 이야기하며 선물·옵션시장와 원자재시장을 포함한다. 대체자산시장에는 이러한 전통자산을 활용한 대체투자가 가능한 상품들을 통칭하여 이야기하기에 그 적용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안전자산 중 하나인 금(金)에 투자하고 싶다면, 금 거래소에 가서 시세판 가격을 보고 금을 매입할 수 있다. 그러나 실물 금은 보관하기도 어렵고, 혹여 도난·분실 시에 실명확인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런 경우 이를 대체하는 투자방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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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투자의 예: 금(金)에 투자하는 세 가지 방법

금이라는 범주 안에서 접근이 가능한 것은 우선 금 현물과 선물(futures), 그리고 금 가격에 연동한 상장지수펀드(ETF)이다. 우선 국제 금 현물시장은 런던과 취리히에 있으며, 5개의 공인 금 거래업자가 매일 2차례 입회하여 금 1온스(28.349523g, 약 7.559873돈)의 가격을 정한다. 오전 10시30분과 오후 3시에 발표한다. 거래되는 금 순도를 99.9%로 정하고 관련협회가 제조업체와 제조과정을 심사하고 인증하여 공정성을 더한다. 국내 일부 시중은행에서도 이러한 현물 골드바(금괴)를 국제 현물시세(국내 부가세 별도)에 따라 구입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선물(futures)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선물이란 미래 일정 시점에 인수·인도할 금을 현재 선물시장을 통해 매매하는 계약방식이다. 2019년 6월물 금 선물 1계약을 매수(매도)했다는 것은 금괴 1kg을 미래의 정해진 날짜(2019년 6월, 만기일)에 미리 매수(매도)한 가격(현재 계약한 가격)으로 인수(인도)키로 약속했다는 뜻이다. 

실제 만기일이 되어 현물가격이 올라가면 매수자는 이익을 보게 되고, 현물가격이 내려가면 매도자가 이익을 보게 된다. 쌍방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증거금제도와 정산소(clearing house)가 운영되어 객관성을 확보한다. 개인으로서 거래할 수 있지만, 높은 증거금과 높은 위험부담이 있어, 주로 기관들의 거래에 활용된다. 참고로 이러한 거래의 용이성 때문에 국내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금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대부분은 이렇게 금 선물에 투자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있다.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펀드로서 선물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롤오버비용(근월물에서 차근월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면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이 별도로 계산되지 않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저렴하다. 따라서 선물 금 시세와 ETF의 수익률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 ETF는 금 시세를 원활하게 추종하고 있다. 현물 금처럼 부가세가 부가되지 않고, 일반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절차로 진행되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금 ETF는 원화로 가입이 가능하지만, 해외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금 ETF는 미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환전이 필요하다. 국내 상장 ETF와 해외 상장 ETF 모두 시중 은행과 증권사에서 계좌 개설후 투자가 가능하다. 

제주출신 독자 분들은 설 명절 가가호호 만날 수 있는 차례상 음식을 당연하게 생각하겠지만,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명절 인사 차 제주를 방문한 육지 출신 사위나 며느리들은 제주 명절문화에 잘 적응하길 바란다. 물론 이러한 제주스러움에서 대체투자의 원칙을 발견하게 된 것도 우연이지만, 동일한 범주 안에서 가장 귀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로 명절 음식도 장만하시고 투자의 원칙도 찾으셨길 바란다. 

손권석은?

현재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내 제주인터내셔널PB센터를 이끌고 있는 프라이빗뱅커이다. 미 일리노이대학 경영대학원 MBA 출신으로 세계적인 IT서비스기업인 아이비엠에서 기술영업대표와 컨설턴트를 지냈다. KEB하나은행 입행 후 거액자산가들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과 자문업무를 수행했고, 부자들의 투자방법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해 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융업의 집사라고 불리우는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 업무는 금융자산 관리 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기업재무관리까지를 포함한다. 가업승계와 증여를 통해 절세전략을 세우는 등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부터 세계배낭여행과 국제교류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해 본 여행가이며, 2001년 가을 이후 제주의 매력에 빠져 사진기 하나를 달랑 메고 계절마다 제주를 찾았던 제주 애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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