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29) 길마가지나무 (Lonicera harai Makino) -인동과-

이번 주에는 봄을 알려주는 나무로 잘 알려진 길마가지나무 이야기로 <제주의소리> 독자 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제주의 허파라고 하는 곶자왈에는 많은 나무들이 봄을 알려주는데, 나무로는 백서향이 제일 먼저 꽃을 피우고 비슷한 시기에 이 길마가지나무에도 꽃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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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이 길마가지나무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요? 여러 설이 있는데요. 그 하나는 잔가지가 많아 산길을 가는 사람들의 길을 막아섰다는 의미로 지어졌다는 해석과 꽃향기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취해 멈추었다고 하는데서 온 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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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그러나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옛날 소나 말에 걸쳐놓는 운반기구인 '길마'를 닮았다는 것인데요. 이 길마는 물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반원형의 양갈래 모양입니다. 길마가지꽃이나 열매가 바로 이 길마의 모습에서 유래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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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마가지나무의 꽃봉오리와 열매 ⓒ제주의소리

이 길마가지나무와 아주 비슷한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올괴불나무'인데요. 우리나라는 괴불나무의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그 중 괴불나무를 비롯해 산괴불나무, 홍괴불나무, 올괴불나무, 왕괴불나무, 흰괴불나무, 청괴불나무 등 많은 종류의 괴불나무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올괴불나무와 이 길마가지나무가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꽃과 열매가 조금씩 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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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이 길마가지나무의 잎은 타원형으로 마주나는데 털이 많이 있습니다.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엷은 분홍색이 도는 흰색꽃이 아래를 향해 두개가 달리며 샛노란 수술들이 나와 있습니다. 열매는 하트모양의 열매가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익어가는 아주 앙증맞고 귀여운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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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유유님의 길마가지를 노래한 시 한 편 들려 드립니다.

길마가지나무의 발레
유유

스쳐 지나가는 봄 시샘 바람에
알 다리 곧추세우고 치맛자락 날리며 바르르 떤다

아직은 삭막하고 공허한 숲속
무대 정리 마치고 관중 오기 전에 발레 연습 끝내려
부지런 떨어보는 길마가지나무 꽃

주변을 의식 말고 집중력 발휘
우아한 춤사위가 왜 이리 어렵기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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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이 길마가지나무의 꽃말이 '소박함'이라고 합니다.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수수함을 뜻하는 소박함. 길마가지나무의 작은 꽃을 보면서 오늘 하루도 소박한 행복을 느껴 봅니다. 설 연휴가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2월의 중순에 <제주의소리> 독자 분들 가정에도 늘 소박한 행복이 가득하기를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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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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