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104) 귀덕2리 금둘애기물

중산간 부락에서 해안에 이르는 긴 질(長路, 질은 길의 제주어), 일명 ‘진질코지’가 있어 장로(진질)동이라 했던 귀덕2리.

드넓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자강불식(自强不息)하라는 훈화적 메시지인 ‘진질정신’이란 무형의 유산을 간직한 마을이다. 이 마을은 해안가 절경이 뛰어난데, 라신동(장흥동, 라신비)의 동쪽 해안가 바위틈에서 생수가 솟아올라 인어를 치료했다는 신비의 약수인 굼둘애기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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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둘애기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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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둘애기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굼둘애기물(금둘레기물, 굼드래기물)은 설촌 당시부터 물맛이 좋아 마을사람들이 식수로 또는 생활용수로 이용해 온 산물이다. 마을에 상수도가 공급되면서 여름철 목욕용(沐浴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산물은 한림 해안도로의 ‘굼드래기여’가 있는 해안가 풍채(불교의 부처를 뜻함) 앞에 위치해 있다고 하여, 건너편 해운사 절에서는 이 산물에 와서 불공을 드린다고 한다. 그래서 신도들은 부처 앞에 있다고 하여 ‘풍채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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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채 앞 금둘애기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굼둘애기란 물오리가 고기를 잡으려고 바닷물 속으로 재빠르게 들어가는 모습을 뜻하는데, 이 산물에서 인어가 아픈 몸을 치료하고 풍채 앞인 마을을 향해 고맙다고 절을 하고 떠나갔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그래서 백중날 물을 마시고 이 산물을 맞으면 잔병이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물 맞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던 이름난 산물이다. 지금도 제주돌 판석을 붙인 원형 통 안 바위틈에서 깨끗하고 시원하며 풍부한 산물이 솟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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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둘애기물 용출 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마을에서는 굼둘애기는 돌고래나 거북이일 것이라고 하는데, 거북이가 마을 바닷가에 올라오면 그 해는 바다가 풍성하여 해산물이 많이 나고 배가 만선이 된다고 해서 거북이에게 돼지고기와 막걸리를 대접하여 다시 바다로 보낸다고 한다.

굼들애기물은 바다의 파도로 일부 파손되어 있지만 바다를 지키는 파수병으로써 그 모습이 앙증맞다. 아쉬운 것은 제주관광공사가 특정한 장소에 흐르는 강한 기(氣)를 받아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안식을 얻는 여행지인 ‘파워스폿(Power Spot)’ 으로 지정하여 가볼만한 여행지로 추천하고 있지만, 산물이라는 표석이나 안내문 등이 전혀 없어 한림해안로를 찾은 탐방객들이 그냥 지나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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