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을 읽고

▲ 책의 표지 ⓒ 써네스트
페렐만은 17살 때인 1899년부터 잡지에 기고하면서 저술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만연해있던 '불의 비에 의해서 지구가 멸망할 것이다'라는 예언이 근거 없으며, 별똥별이 지구에 떨어지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으며 현재에도 있는 현상으로 지구의 존재에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담긴 <불의 비를 기다리는 것에 대한 소고>를 신문에 발표하였다.

그는 190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임학대학에 입학했다. 이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에 관심을 두고 꾸준하게 연구하면서 17년간 잡지 <사람과 사람>에 500여 편의 글을 발표했다.

교양과학의 아버지

페렐만의 교양과학은 일반 과학에 서 때때로 너무 어려워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는 내용까지 대중이 관심을 두게 만들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학교 과학의 공백을 메우려 하였다. 그는 43년 동안 창작 활동을 통해 47권의 흥미 있는 과학책, 40권의 교양과학책, 18권의 교과서를 만들었다. 페렐만은 과학적인 발견도, 새로운 기술발명도 하지 않았지만 교양과학 연구의 정상에 우뚝 서 있었다.

"과학은 매우 재미있다. 하지만 누구한테 그렇게 재미있단 말인가? 바로 과학에 심취해있고 여러 가지 과학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사람만이 그렇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과학은 지루하고 재미없다. 과학의 대중화에 힘쓰는 사람들은 과학 그 자체가 독자와 청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페렐만)

책은 이야기 속의 수학, 생활 속의 대수학, 생활 속의 기하학, 확률 이야기, 수열 이야기, 수로 된 수수께끼, 다양한 문제들 등 수학의 전 분야에서 독자들이 흥미를 놓지 않은 소재들로 채웠다. 전설이나 신화, 혹은 톨스토이의 동화나 체호프의 단편에서 소재를 찾기도 하고, 좋은 달걀을 구별하는 방법 등 일상에서 소재를 찾기도 했다. 독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의 새로운 측면을 밝히면서 이해력과 관찰력을 증대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성경속의 수학

▲ 노아의 방주(오른쪽)를 현대의 배(왼쪽)와 비교한 삽화 ⓒ 써네스트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페렐만은 수학적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성경에는 당시 '노아의 방주'의 크기가 '길이 300큐빗, 폭 30큐빗, 높이 30큐빗'이었으며 방주는 총 3층으로 되어있다고 기록돼 있다. 신은 지상의 모든 생물을 멸종할 결심을 하였으되, 노아와 그 가족에게 선택된 생물들로 새로운 세계를 세우고자 하셨다. 그래서 신은 노아에게 모든 동물의 암수 한 쌍과 더불어 동물들이 먹을 먹이를 함께 방주에 실으라고 명하셨다.

페렐만은 1큐빗은 약 45cm임을 감안하여 방주의 크기를 현대 수치로 환산하였다. 그 결과 가로 135m, 폭 22.5m가 되어 방주의 넓이는 3040㎡(135m×22.5m)에 이른다. 3층으로 지어졌으니 총 면적이 9120㎡라는 말인데, 여기에 동물과 동물의 먹이와 노아의 가족을 싣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 페렐만의 결론.

또 지표 1㎡에 분포하는 수증기의 평균 분포는 16kg정도이고 최대 25kg을 넘을 수 없으므로 전 세계에서 대기 중의 수증기가 모두 비가 되어 내린다면 물기둥의 높이가 약 2.5cm를 넘을 수 없다고 하였다(가로 100cm×세로 100cm×높이 2.5cm =2만5000㎥, 즉 25kg이 된다). 따라서 노아의 홍수는 좁은 지역에서 일어난 홍수였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이야기 속의 수학' 중).

소문의 속도

인구가 5만 명 정도 되는 작은 지방 도시에 매우 재미있는 소식을 아는 한 신사가 8시에 도착했다. 호텔에 도착한 신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소식을 호텔에서 일하는 3명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신사가 지방 도시에 도착한 지 15분 후의 일이다. 신사에게서 재미있는 소식을 알게 된 지역 주민 3명은 15분 후에 각각 3명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즉, 소식이 이 도시에 도착한 후 30분이 지난 뒤에 이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4+(3×3)=13명이다.

그리고 새롭게 소식을 알게 된 9명은 15분 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또 다른 3명에게 이 소식을 전해 주었다. 8시 45분이 되자 이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13+(3×9)=40명이 되었다. 이와 같이 소식이 계속해서 전달된다고 가정하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의 수는,

9시 40+(3×27)=121명
9시 15분 121+(3×81)=364명
9시 30분 364+(3×243)=1093명
9시 45분 1093+(3×729)=3280명
10시 3280+(3×2187)=9841명
10시 15분 9841+(3×6561)=2만9524명이 된다.

즉, 10시 15분이 되면 인구의 절반이 이 소식을 알게 된다. 그리고 10시 30분이 되면 8시에 도착한 한 사람이 전한 재미있는 소식을 도시 전체 주민들이 다 알게 된다('수열 이야기' 중).

다단계 사업 :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눈덩이

어느 날, '50루블짜리 자전거를 10루블에 팝니다'라고 쓴 광고 문구를 봤다면 그냥 지나칠 소비자들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안내 문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10루블을 내면 자전거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티켓 4장을 보내 드리는데, 이 티켓을 한 장당 10루블씩 4명에게 팔아서 40루블을 가져오면 자전거를 준다. 그리고 10루블에 티켓 한 장을 산 사람들은 10루블을 투자한 셈이므로 회사로 찾아가면 5장의 티켓을 받을 수 있고, 그 5장의 티켓을 한 장당 10루블에 팔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이 경우 구매자는 지갑에서 10루블을 꺼내고 지인들에게 4장(혹은 5장)의 티켓을 파는 번거로움만 감수한다면 10루블에 자전거를 살 수 있으므로 광고주는 약속을 지킨 셈이 된다. 그리고 지인을 통해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도 자신이 투자한 비용 이상으로 티켓을 판매할 수 있으므로 손해 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이 사업을 프랑스인들의 말을 인용해 '눈덩이 사업'이라 부르며 명백한 사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처음 1명이 참여해서 4장의 티켓을 판매하면, 다음 4명이 각각 5장의 티켓을 판매하게 되고, 다음 20명이 각각 5장의 티켓을 판매하게 된다. 이렇게 진행되면 125명이 10루블을 투자해서 티켓 판매에 참여했지만 실제 자전거를 살 수 있는 사람은 그 중 25명에 불과하다. 즉 회사는 20%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구매할 수 있도록 80%의 사람들이 돈을 허비하게 만든 셈이고,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125명의 영업사원을 고용해서 자사 제품을 열심히 홍보하여 팔게 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런 사업을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눈 덩이'라고 불렀던 러시아 소설가 야신스키의 말을 인용하면서 명백한 사기에 해당한다고 단정했다(수열 이야기 중).

마법의 그루터기

수학 퀴즈가 담겨있는 한 노인과 가난한 농부의 이야기도 소개되었다.

노인 : 이 숲속에 신비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그루터기가 하나 있다네. 이 그루터기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지. 이 그루터기 앞에 돈이 들어있는 지갑을 놓고 백까지 세면 돈이 두 배로 늘어나 있지. 정말 마법의 그루터기라네.
농부 : 그럼 제가 해도 그렇게 될까요?
노인 : 물론이지. 다만 그 그루터기가 있는 곳을 알려준 사람에게 돈을 지불해야 하네. 자네에게 그루터기가 있는 곳을 알려준 사람이 나니까 돈이 두 배로 늘어날 때마다 내게 1루블 20코페이카(1루블=100코페이카)를 지불하게.

책에 대하여

저자 : 야콥 파렐만(1882-1942)
벨라루시의 자그마한 도시 베로스토크에서 태어났다. 190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임학대학에 입학한 후 수학과 물리학에 관심을 두고 꾸준하게 연구하면서 17년간 <자연과 사람>에 500편의 글을 발표하였다.
1931~1933년 우박을 내리지 않게 하는 로켓 개발에 참여했고, 1935년 레닌그라드에 교양과학관을 설립했다. 1942년 1월 아내가 죽고, 같은 해 3월 16일 기아로 목숨을 잃었다.

옮긴이 : 임 나탈리아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주에서 출생.
쿠반 국립대학교 한국학부 석사를 마치고 경북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하였다.

이렇게 약속한 두 사람은 숲속으로 들어가 이끼 낀 그루터기를 발견하였다. 노인은 농부에게서 지갑을 건네받고 그루터기 갈라진 틈에 농부의 지갑을 열었고, 농부는 그 사이 하나, 둘, 셋 세기 시작했다. 결국 백까지 세었다. 그리고 지갑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지갑 속에는 농부가 가지고 있던 것의 두 배가 되는 돈이 들어있었다.

농부는 약속대로 노인에게 1루블 20코페이카를 지불했다. 농부는 다시 백까지 세었고 돈은 역시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또 약속대로 농부는 노인에게 1루블 20코페이카를 지불했다. 그리고 세 번째 시도에서 농부의 돈이 두 배로 늘어나고, 그 대가로 농부가 노인에게 1루블 20코페이카를 지불하고 나니 농부의 지갑에는 돈이 한 푼도 남지 않게 되었다('이야기 속의 수학' 중).

페렐만은 독자들에게 묻는다. "농부가 불행한 일을 당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돈은 얼마였을까요?" 계산이 끝난 독자님들은 답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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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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