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4급 개방형공모 3명 모두 퇴직 앞둔 공무원 임용…개방형 전환 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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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의 ‘인사권 독립’ 의지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지사의 눈치를 보지 말고 ‘의회 맨’이 되어달라는 취지로 외부 전문가 채용을 염두에 둔 ‘개방형 직위’에 잇따라 퇴직을 앞둔 일반직 공무원이 임용되면서다.

가득이나 행정 의존도가 높은 제주에서 도의회마저 집행부 견제․감시 기능을 포기, ‘제주=공무원 공화국’을 가속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주도의회는 제주도지사가 인사권은 물론 조직·기구 편성 등 사무분장에 대해 전권을 갖고 있음에 따라 11대 의회 출범 이후 인사권 독립 차원에서 개방형직위를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10월 4급(서기관) 직위인 농수축경제전문위원을 개방형으로 채용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행정자치전문위원도 개방형 공모로 선발했다.

농수축경제전문위원에는 수산직 공무원 출신인 좌임철씨가, 행정자치전문위원에는 제주시 총무과장 등을 지낸 김상영씨가 임용장을 받았다. 공모할 당시 직급은 모두 5급(사무관)으로, 공모를 통해 사실상 승진 기용된 셈이다.

개방형 공모에서 9대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26일 임용장을 받은 소연주 문화관광체육전문위원 역시 현직 공무원이다. 제주도청 안전정책팀장에서 개방형 공모를 통해 직급이 한단계(5급→4급) 상승했다.

문화관광체육 분야 근무라고는 서귀포시 관광상품팀장이 전부로, 전문성을 갖춘 외부전문가 채용이라는 개방형 공모 취지를 살렸는지 의문이다.

이처럼 도지사의 인사 그늘에서 벗어나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감시하기 위한 개방형 공모에 현직 공무원들이 잇따라 임용되면서 의회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일고 있다.

도의회는 이 같은 공직자 출신 임용에 대해 풍부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수립과 집행부와의 예산 협의, 의정지원 활동에 강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어렵사리 개방형 직위로 전환해놓고 또 다시 공직자들을 발탁하면서 승진에서 밀린 공무원들의 ‘승진 우회로’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차라리 의회가 원하는 공직자를 지목해 교류하는 ‘핀셋 인사’를 통해 불필요한 행정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방형은 최초 임기(통상 2년)를 마치게 되면 근무실적에 따라 5년 범위 내에서 공고 없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충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 집행부 견제․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적격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퇴직을 앞둔 ‘끝물’ 공무원들의 승진 우회로가 된다면 근무기간도 짧아 전문성 있는 의정지원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한편 제주도의회는 인사·조직권을 제주도로부터 이양받기 위해 제주특별법(44조)에 명시된 자치조직권 특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례 확보를 통해 조례가 개정되면 개방형직위 확대는 물론 의회직렬까지 신설할 수 있다.

현재 의회사무처장(2~3급)과 총무·의사·입법담당관(4급)을 비롯해 8개 전문위원(4급)에 대한 인사 및 사무분장 등 조직권한은 도지사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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