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대 개혁 교수협, '선관위원·김범희 후보 사퇴' 요구

파행으로 얼룩진 제주교대 총장선거 개표중단 파문이 양측의 팽팽한 의견대립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계속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투표에 불참했던 11명이 교수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학내부에 잠재돼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사태가 점점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25일 투표에 불참했던 11명의 교수들은 '제주교육대학 개혁교수협의회(개혁 교수협)'를 구성, 28일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학내부의 파벌주의가 아니라 부정과 비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며, 투표에 불참했던 것은 다수의 힘을 믿고 소수의견을 무시하는 선거문화에 대한 저항"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선거관리위원 전원과 김범희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민호·조영배·정광중·임춘배·송재홍 교수 등 11명은 이날 오후 4시 이 대학 시청각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총장선거는 회의 성원보고를 무시하는 등 절차상의 하자를 갖고 있으며, 의사정족수를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면서 "또 의사정족수의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이 결여됐으며, 의사정족수가 미달됐음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강행한 불법선거"라며 25일 치러진 총장선거가 원천 무효임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매우 부당한 선거관리를 해 온 모든 선관위원들은 사퇴하고, 선거와 관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범희 후보자는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김민호 교수는 투표 불참이유에 대해 "총장후보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후보 정책에 대한 검증과 의견기회를 갖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총장임용추천 위원회에서는 대학 선거관리위원회로 실시여부를 미뤘고, 선관위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고 밝힌 후 "다행히 공직협에서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마련했으나 한 후보만 참석한 채 다른 한 후보는 아예 참석하지도 않은 등 다수의 힘을 믿고 은연중에 압력을 가하는 듯한 이 후보자 앞에서 우리 교수들은 '총장선거의 유권자가 맞나'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민호 교수는 이어 "다수의 힘만 믿고 소수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관행은 지금 총장 후보자 한 사람에게 한정되지 않으며, 이에 대해서는 대학 구성원 모두 자유롭지 않다"면서 "소수의견을 듣지 않고 단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선거를 추진하려 했던 이들에게 소수 의견의 중요성을 알리고 모든 선거권자의 의견을 듣도록 경종을 알리기 위해 투표에 불참했다"고 말했다.

김민호 교수는 "그러나 투표불참에 대한 이야기가 사석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나 결정은 개개인에게 맡겼다"며 의도적으로 투표에 불참한 게 아니냐는 외부의 시각을 부인했다.

또 조영배 교수는 "총장선거가 정책토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게 아니나 학연에 얽매였음을 누구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가 학연에 의해 진행됐음을 주장하면서 "한 후보는 내게 찾아와 '공직협의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겠다.서면답변도 가급적 않겠다'고 말했다"며 대학내의 비양식적인 행태들을 지적한 후 "특히 선관위에 참여했던 한 교수로부터 '선관위 구성하면서 누구 누구를 찍으라고 한 것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선관위 구성에 담합이 있었음을 주장했다.

   
이들 교수들은 "사태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 곧 공개하겠다"면서 전날 대학 선관위가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받은 후 개표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개표가 중단되고 투표함을 봉인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합의에 의해 유권해석을 하기로 했다"며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개혁 교수협 교수들과의 일문일답.

-11명의 교수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뭐냐.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투표를 무효화하기 위해 담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김민호 교수= 사석에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정은 개개인에게 맞겼다"

"조영배 교수= 저는 투표 전날 이번 선거에 문제가 있다며 후보를 사퇴했기 때문에 다른 교수들과의 관계를 떠나 투표를 못했다. 또 송재홍 교수가 투표전날 단식 농성에 들어갔는데 이중 몇 분은 (두 후보의 사퇴를 주장하는) 송 교수 주장에 인식을 같이하면서 불참했던 것 같다. 사전 담합은 없었다"

- 성명서에 표현돼 있는 비양식적 행태란 무엇인가.
"조영배 교수=비양식적 행태가 무엇인지는 개개인적으로 다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선거는 지성적이고 진실과 진리를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밝히기가 부끄럽지만 정책토론과정에서 총장후보를 선출하는 게 사라지고 여전히 학연에 얽매인 선거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두번째는 공직협에서 나와 다른 후보에게 정책질의서를 보냈다. 그런데 한 후보가 나를 찾아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 내가 '하겠다'고 하자 '나는 안 하겠다. 서면 답변도 안하겠다'는 말을 했다. 대학선거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쇼크였다.

또 하나는 선관위원을 선출하면서 담합이 있었다. 선관위에 참여했던 한 교수가 내게 찾아와 '(선관위 구성과정에서) 누구누구를 찍으라고 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밝히는 게 정말 부끄럽다"

- 11명의 교수들은 투표불참 이유를 밝히고 있으나 도민들 눈에는 패거리 정치와 유사하다고 비치고 있다. 또 선관측은 여러분들을 선거방해 교수로 보고있다.
"김민호 교수= 갈등 구조는 오랜 뿌리가 있다. 이번 선거불참도 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거를 통해 누가 총장에 당선돼도 갈등은 여전히 숨은 채 존재한다. 이번 선거를 갈등이 터져 나올 계기로 생각했다. 무엇 때문에 갈등하는 지를 살펴봐 달라. 투표당시 성원보고도 하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 기준을 달리한 것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김범희 교수를 당선시키기 위해 기준을 반대로 해석했다. 쟁점은 선거규정을 임의로 훼손한데 대한 문제제기이다"

-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해결방안이 무엇인가.
"조영배 교수=이번 문제는 인간적 차원의 갈등이나 패거리 갈등이 아니다. 부정과 비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때문에 타협하고 해결하라는 이야기에 대단히 곤혹스럽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중이다. 또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대학내에는 다양한 의견이 공유 공존 돼야 한다. 그러나 공유점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부정이 있다 없다는 것을 따지는데 어느날 갑자기 없다고 할 수도 없는 문제가 아니냐.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아니다. 조만간 해결방안을 제기하겠다"

- 어제 대학 선관위가 중앙선관위 유권해석 후 개표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 유권해석에 따를 것인가.
"조영배 교수=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하자고 합의한 것은 아니다. 개표중단 후 투표함을 봉인하면서 (양측이) 합의에 의해 유권해석을 어디에 할 것인지 의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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