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어놓은 촛대마저 새카맣게 타 든다

가을들판 차고더운공기 번갈아가며 고행을 거듭,

견딜 수 있었던 것도 님을 맞기 위한 수행이었습니다.

   
 
 
수행이 거듭될 수록 나는 더욱더 붉은빛에 가까와졌고

혹여 그냥 지나치실 님, 외면하지 마옵소서.

   
 
 
여기 함초롬히 앉아 내내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지나간 계절 모진풍파 견디었는데,

뒤에선 다가 올 추위가 위협하고 있음에 행여 당신 못 만날까,

   
 
 
그냥 지나치심 어쩌나 벙어리 냉가슴은 온몸으로 분장에 정성을 다 했습니다.

   
 
 
그대 오시는 길 밝히고 싶은 촛대도 마련하고

   
 
 
그 촛대마저도 기다림에 지쳐 까맣게 타는 마음을 어찌하오리까.

   
 
 
있는 목 뽑고 또 뽑아

기다림에 지쳐 늘어질지라도 당신과 불밝힐 튼실한 촛대 마련해두는 이 가을은 쉬지않고 깊어만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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