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3일째 교회의 새벽기도에 나가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소심하고 걱정 많은 성격인데, 요즘 일이 잘 풀리지 않다보니 더욱 의기소침하고 불안해집니다. 마음의 평안도 얻을 겸해서 새벽기도회를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첫 날은 혼자서, 둘째 날은 집사람과 같이, 그리고 오늘은 어머니와 같이 다녀왔습니다. 집사람도 계속 다니고 싶어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직장 다니랴 집안일 하랴 지친 아내가 새벽기도까지 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어머니는 예전에(거동이 불편하지 않으실 때) 참 열심히 새벽기도를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새벽기도를 나가셨던 가장 큰 이유는 '막내아들'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몸이 약한 막내아들의 건강을 위해서, 대학을 졸업한 무렵에는 소위 명문대학을 졸업하고도 거의 1년이나 취업을 못하고 있는 아들의 취업을 위해서, 취업 후에는 몸이 불편한 아들(지체장애 3급)의 결혼을 위해서...

지금까지 어머니의 기도 제목 대부분은 막내아들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막내아들이 새벽기도를 나간다고 하니까 어머니께서 당연하다는 듯 같이 가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냥 집에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두운 길 오고가다 다치시기라도 하시면 어쩌게요. 낮에 지민이 돌보시느라 힘드신데 그냥 집에서 쉬십시오."

저의 설득에도 어머니는 뜻을 굽히시지 않습니다.

"운동 삼아서 다닐란다. 집에만 있으면 안돼."

어머니의 말씀은 짧고 단호합니다. 결국 어머니와 같이 새벽기도를 나가기로 했고 오늘 처음으로 같이 다녀왔습니다.

아직 어두운 골목길. 낯선 동네의 어두운 골목길을 어머니는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뒤뚱뒤뚱 걸어가십니다. 지팡이를 짚으시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어머님 마음속에 나는 어떤 존재일까? 나는 어머니에게 있어서 여전히 걱정스럽고 불안한 존재일까? 아니면 어머니의 사랑이 원래 저리 깊은 것일까? 혹 둘 다일까?

막내아들이 새벽기도를 나간다고 하니까 팔순의 나이에 기꺼이 따라나서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정말 다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막내아들이 하는 일은 자신도 같이 해야 마음이 편하신 어머니. 또 당연히 그리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어머니. 만일 막내아들이 끼니를 굶을 형편에 있다고 한다면 자신도 끼니를 굶어야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하실 어머니입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서 옛날을 회상하십니다.

"예전에 젊었을 때는 새벽에 밭에 나가면서 기도하고 가고, 밭일 마치고 오면서 기도하고 했었는데, 요즘은 힘이 없어서 그렇게 못한다. 니네 형들도 새벽기도 가는 걸 반대하고. 혹 다칠까 걱정해서."

그런 어머니께서 막내아들 집에 오셔서 새벽기도를 나가기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아무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습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