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는 '교육청자치'가 아니라 '학교자치'
교육자치는 '교육청자치'가 아니라 '학교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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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2)] 지방행정으로 일원화하거나, 단체장과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주민직선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 정책 중 핵심과제로 '경찰자치'와 함께 '교육자치'가 얘기된다. 전자의 밑그림에 대해서는 앞선 글에서 살펴보았고, 후자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교육계 내·외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출돼 왔으나, 교육주체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차 때문에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방분권로드맵’을 통해 지방교육자치제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확정하는 기한을 2004년~ 2005년으로 설정한 바 있다. 그동안 교육자치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이 간간이 발표된 바는 있으나, 기본 방향이 공개된 적은 없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발표된 원고(교육자치 발전 방향과 지방행정교육행정제도의 개선과제)는  비록 앞서 연재한 자치경찰제와 비교 구체성이 부족하고 이기우 교수 개인의 발표 형식을 띠고 있으나, 이 교수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의 전문위원이라는 점, 원고의 전체적 내용이 교육자치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적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이 글이 정부혁신위의 교육자치에 대한 기본입장이라 이해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특히 제주도는 올해 교육감 돈선거 파문으로 재선거가 실시되었고 며칠 후면 새로운 도지사와 시장을 뽑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으나, 대부분의 후보들은 '교육자치'와 관련한 의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분명한 입장 개진은 물론이고 쟁점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자치경찰제처럼, 교육자치제도 또한 시범적으로 제주에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미 새로 선출된 교육감이나 향후 특별자치도를 추진해 나갈 새로운 도백은 물론, 각 교육주체들이 주의 깊게 살펴 볼만한 내용이 아닌가 한다.(아래는 이기우 교수의 원고를 요약한 것이다)

교육자치는 '교육행정청의 자치'가 아닌 '학교자치'

교육자치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한국에서는 여러 견해가 제시돼 왔다.

가장 전통적 견해는, 교육자치를 지방교육행정기관을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행정기관으로부터 분리하고 독립시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교육자치에 대한 두 번째 견해는 교육에 대한 지방자치를 지방교육자치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즉 교육자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 교육사무를 국가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법령의 범위 내에서 주민의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본다.

세번째 견해는, 교육자치란 단위학교의 운영과 교육문제를 그 구성원인 교육주체(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교육청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학교자치'를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이 세 번째 견해가 바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의 기본입장으로 보인다. 즉 지방교육행정체제와 학교자치로서의 교육자치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주민에게 보다나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로서 지방행정교육체제의 개편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칸막이 교육행정체제’의 문제점

이기우교수는 기존의 교육행정체제를 아래와 같이 ‘칸막이 교육행정 체제’라 비판한다.

“지방교육행정기관이 칸막이 속에서 다른 기관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밀실에 유폐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칸막이 교육행정으로 인하여 지방의 일반행정기관과 유기적인 협조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도시계획에서 교육이 고려되지 않아 학교부지를 확보하기 어렵고, 학생 통학로의 안전이 충분히 배려되지 못한다. 지방의 생활문제해결에 교육적인 관점이 반영되지 못하며 학생들의 학습체험장으로서 지역의 의미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행정기관을 별도로 분리· 독립시킴으로써 인건비가 증대됨은 물론 사무의 관리비용도 증대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방의 교육이 낙후되어 주민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다른 지방으로 떠나가는 결과를 초래해도 어느 누구 한사람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교육감은 단체장에게 책임을 돌리고 단체장은 교육감에게 가보라고 한다.”

‘교육행정 독립론’ 비판

이러한 관점에 기초해 이교수는 교육자치를 교육행정을 일반행정기관에서 분리시키는 것으로 이해하는 전통적인 시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지방교육행정기관을 일반행정기관으로부터 분리시키면, 교원 인사의 객관성과 교육재정의 안정성을 주장하는 견해에 대하여 :

“통합된 지방교육행정체제하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원인사(승진, 전보 등)에 개입하게 되어 인사의 공정성을 해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하지만 최근 몇몇 교육청에서 빚어지고 있는 교육감선거와 관련된 인사비리는 분리형 지방교육행정체제 하에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학교자치제도와 인사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해결되어야 하며 교육행정기관의 분리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단위학교에서 교장이나 교사의 인사가 결정되어 진다면 문제의 상당한 부분은 해결된다.”

또한 분리적인 지방교육행정체제는 교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유지하여 교원의 신분안정에 도움이 되며 지방자치단체에 통합되면 교원의 지방직화로 교원의 신분이 불안하게 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

“이 또한 근거가 없다. 지방교육행정기관이 분리된 현행제도 하에서도 교원의 지방직화 문제는 여전히 나타날 수 있다. 왜냐하면 현행 지방교육청도 국가로부터 독립된 지방자치단체의 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교원의 지방직화 문제는 이원적인 지방교육행정체제와는 관계가 없다.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이다.”

셋째로 교육행정기관을 분리하고 교육재정을 특별회계로 함으로써 교육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 :

“통합적인 모델 하에서도 교육특별회계는 유지될 수 있다. 또한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을 통합하면 교육재정이 감소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확실한 근거가 없다. 주민의 가장 큰 관심사가 지방교육발전에 있다면 지방정치인은 당연히 교육에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려와는 달리 통합모델 하에서 과잉적인 교육투자가 우려할 수도 있다.”

종합적으로, 이교수는 지방교육행정기관을 분리하는 단점은 현저한 반면에 실질적인 장점은 뚜렷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대안 A : 지방교육행정기관을 지방자치단체장의 보조기관(부단체장)으로 설치,
               ‘교육위원회’를 지방의회의 ‘상임위원회’로 개편
대안 B : 단체장과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주민직선

이 교수는 따라서 지방교육행정기관을 지방자치단체장의 보조기관으로 설치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이나 국장으로 교육행정기관을 설치하거나 일본처럼 합의제집행기관으로 설치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지방행정의 의결기관인 ‘지방의회’와 지방교육행정의 의결기관인 ‘교육위원회’는 업무의 중복 내지 공통된 관심사가 많으므로 양자간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에 의하면 교육위원회에서 의결한 사항 중 조례안, 예산안 및 결산, 특별부가금· 사용료· 수수료· 분담금· 가입금의 부과· 징수, 기채안에 관한 것은 교육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다시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즉 이들 사안에 관한 한 교육위원회는 지방의회의 소위원회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로 인한 시간적, 비용· 인력의 낭비가 적지 아니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일이나 영국의 경우처럼 교육위원회를 지방의회의 '상임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즉, 교육위원회를 지방의회의 상임위원회로 하고 그 구성은 지방의회의원과 교육전문가로 충당한다면 양자간의 불필요한 마찰과 업무의 중복, 결정기간의 연장과 같은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며 지방행정의 통합적인 수행의 이상과도 부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위원회 위원은 동시에 지방의원으로서의 신분도 갖도록 보장함으로써 본회의에 출석해 모든 사안의 심의와 의결과정에 교육적인 관점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부 교육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독립형 의결기관으로서 지방의회로부터 독립된 교육위원회는 헌법 제118조가 지방의회를 지방자치단체의 최고 의결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다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행정기관과 별도로 지방교육행정기관으로서 교육감을 두되 양자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도 제안할 수 있다. 예컨대 단체장과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공동으로 출마하도록 하고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방법이다. 양 기관이 행정조직상으로는 독립이나 공동후보로서 정책적인 공조를 이루도록 하여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 방안은 행정적인 분리를 정치적인 공조로 극복하는 의미를 가진다.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의 교육자치

기초지방자치지역에 교육행정을 실시하는 선택가능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시·군·자치구에 보조기관으로 교육부시장 또는 교육국(과)을 두어 실시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 경우 교육부시장 혹은 국장도 단체장이 임명 혹은 러닝메이트로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시·군·자치구의 의사결정은 지방의회에 교육상임위원회를 두어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변형된 모델로서 현재의 지역교육청을 존치시키고,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에 교육청을 확대 설치하되, 교육장을 기초단체장이 임명하거나 러닝메이트로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도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수준에서 교육행정체제를 도입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시·도와 기능분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장학, 인사, 교원양성, 연수, 교과과정, 학교평가 등과 같은 학무행정 기능은 일정한 교육 기획능력과 정책역량을 필요로 하므로 시·군·자치구 수준으로 수행하기에는 벅차다. 이들 행정업무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맡기고 기초지방자치단체는 학교의 설치와 폐지, 설비의 공급과 관리, 수선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론 : 학교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지방교육행정체제의 개선

지방교육행정체제의 개선은 무엇보다도 학교를 관료들의 획일적 지배로부터 해방시키는데서 그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학교의 구성원들이 교육관료들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교육적인 상상을 펼치고 실현할 수 있는 교육공간을 열어가야 한다. 이 점에서 교육의 자치는 '행정청의 자치'로부터 벗어나 '학교의 자치'로 이해되어야 한다.

교육자치를 칸막이 속에 갇힌 '교육청자치' 내지 '교육관료자치'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 교육자치는 교육이 실현되고 있는 현장인 단위학교와 그 구성원들이 교육청의 획일적으로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율적인 학교생활과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본질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자치는 '학교자치', '교사의 자치','학부모의 자치', '학생의 자치'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육자치(학교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방교육청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지방교육행정청이 처리하는 단위학교에 대한 사무는 대부분 단위학교의 자율적인 기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원에 대한 인사. 단위학교의 재정운용, 교육과정의 편성, 학교교육의 목표와 과제, 교육의 방법과 내용, 학생의 입학, 학교생활의 운영, 수업시간과 학교생활의 시간운용, 주5일 학교문제 ... 등에 대한 사항은 교육청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단위학교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행정관청이 해야 할 일은 학교의 설치와 운용 및 관리, 학교환경의 조성, 학교통학로의 안전, 학교소음의 문제, 청소년 복지 문제 등 외부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역할만 남게 될 것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일반적인 관심사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청기관과 독립된 별개의 교육행정청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학교에 대한 교육관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교육청을 축소하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 학교에 대한 지원을 명분으로 지역교육청을 키우고 위상을 높이는 것은 교육관료주의를 팽창시킬 뿐이다.
 
자치경찰제는 앞서 살펴 본 처럼 경찰청과의 사전협의는 물론 구체적인 조직그림까지 제출할 정도로 연구가 진척돼 있는 반면, 교육자치제는 아직 기본방향의 제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의 이기우 교수의 글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자치제의 기본구상을 어느 정도는 알수 있다. 제주가 시범자치 성격의 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이에 대한 제주 교육주체들의 활발한 토론과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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