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우의 도체비 뉴스] 곤충들의 '생로병사'가 여기 있습니다

제주의 들녘엔 한라산 자락을 휘감아 돌아온 바람과 석양빛 노을을 잔뜩 머금은 억새꽃이 마치 황금빛 물결처럼 일렁입니다.

제주 곳곳의 과수원엔 감귤도 농부의 마음과 함께 가으내 영글어갑니다.새들도 잘 익은 감을 골라 포식하며 '주홍빛 가을'을 만끽합니다.

이렇듯 가을은 넉넉함과 풍요로움으로 곁에 섰습니다. 가을은 그러나 '야누스'처럼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 섭니다. 조락하는 낙엽들과 시들어가는 가을 꽃...이네들을 대할라치면 지나온 삶의 긴 그림자도 함께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숲에서 만난 곤충들은...
죽어 있거나, 죽어 가거나 혹은 죽음을 '예비'하고 있거나 또는 겨울나기 채비를 하는 '이 가을에 만난 곤충'들은 제 안의 번민과 갈등,시샘까지 모두가 부질없이 무상한 것임을 온몸으로 말해줍니다.

수 억만년 억겁의 시간동안을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은 곤충들...겉보기엔 울긋불긋 '가을빛깔'로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숲의 안길에는 지금도 죽은 채로, 혹은 죽어 가며,  머잖은 날의 죽음을 예비하며 '생명의 순환'을 거듭하는 곤충들의  삶이 있습니다.

땅 속에서 기나긴 세월을 감내하다가 마침내 나온 지상에서 마지막 호흡 거둘 때까지 목놓아 울었을 이 매미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임'을 다했을까요. 조락한 나뭇잎을 모아 무덤을 만들어줬습니다.

 


벌 맞나요? 제 '똑딱이 디카'로는 벌 사진을 제대로 찍기가 쉽지 않은데 이 벌은 카메라를 들이대도 가만 있습니다.이른 새벽의 찬 공기에 몸이라도 얼어붙은 걸까요? 아니면 죽어가고 있는 걸까요?


  왕갯쑥부장이와 한 몸이 됐습니다. 아마 살아있는 나날들 늘 함께 했을 꽃...최후의 순간에 요람 삼았습니다. 꽉 움켜진 이녀석의 발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녀석은 죽음조차 그리 외롭지 않았을 거야...


어쩌면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이 녀석도 아마 마지막 그 날엔 꽃과 함께 하겠지요?


말벌 맞나요? 허거걱 -_-;;'움찔' 놀라 피했다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모두 죽어 있더군요.


아랫배를 비집 나온 침(?)이  나무의 두터운 껍질을 박았습니다.

▼나방

자판기 속에서,   마룻바닥에서 죽음을 맞은 나방들입니다.


 '겁대가리'를 상실한 나방입니다.(사진을 찍다가 짬을 내어 컵라면과 막걸리를 먹는데 이 '용감무쌍한' 나방이 한참을 얼씬거렸습니다)
그래도 이쁘고 귀엽지 않나요?


햇살도 들지 않은  숲 깊은 속에도 나방들이 있습니다.


*(사진 위)'쌍'으로 뭉친 나방들은 좀처럼 떨어지질 않습니다.
*(사진 아래)죽어가는 이 나방은 '혼자'군요.

▼달팽이

너무 음울한 이야기로 흘렀나요?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이 가을에 다시 만난 달팽이입니다.


이 달팽이는 나무가 제공한 안락한 보금자리에서(찬 바람이 휘몰아쳐도 끄덕 없습니다) 곤히 잠을 자는 듯 싶습니다.

▼진딧물

진딧물의 한 종류 맞나요?

▼거미

이번엔 지난번 '이 가을에 만난 곤충'들 편에서 못다한 거미들을 마저 소개합니다.


이 거미들의 이름을 아시는 분 계신가요?


아,빼먹은 거미가 있었군요.  이 거미는 나뭇잎의 빛깔을 닮았네요.
*보호색일까요?

▼무당벌레

위의 사진 속의 이놈은 잘 아시는 놈이죠?
그런데 아래 사진속의 이놈을 저는 처음 봤습니다.


이놈 역시 처음보기는 매한가지입니다.(잽싼 놈이라서 제대로 '포커스'를 맞추진 못했습니다)


 콘크리트 처마 밑에서 '더불어'겨울채비를 하는 듯 싶은 이놈들의 이름 역시 저는 알길이 없습니다.


이놈은 더더욱 모르겠습니다.-_-;;; 이렇게 생겨먹은 곤충도 있었군요.


함께 동행했던  지인 중 한 분이 '폭탄벌레'라는 설명을 주셨습니다.


이 곤충의 이름도 잘 모르겠습니다 -_-;;;


이놈들은 '개미'일까요,'벌'일까요?

▼파리

앗,이놈들은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파.리.입.니.다!!!!! ^^;;;


이놈도 파리 아닌가요? 꽃의 꿀을 탐닉하는  파리도 있군요.


이놈도 파리입니다!!!


이놈은 풀모기? 워낙 작은 놈이라 아무리 '접사'를 하려해도 제대로 담질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어느샌가 '휘잉'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놈이 바로 모기...제가 '유일무이'하게  때려잡는 모기입니다.
(허나, 한편 생각하면 이 놈들은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놈입니다. '목숨을 걸고'인간의 피를 섭취해야만 하는 녀석들의 '숙명'은 녀석들의 잘못이 아니겠지요...).


대체 이놈은 겨울을 어떻게 맞이하려는 걸까요?
(눈 분분 날리는 날에 차갑게 식어갈 녀석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놈들은 '제주어'로  '개얌지'혹은 '개염지'라 불리는.... 
'매서운 바람'을 피해 서로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이 가을에 곤충들을 만나면서 해가 지는 줄도 몰랐습니다. 저무는 햇살을 뒤로하며 깊은 상념에 빠져보았습니다.
고작 이삼 일 동안 '띄엄띄엄'만났을 뿐인  곤충들이 이렇게 많을진데, 저 숲 안의 안에는 얼마나 많은 곤충들이 '윤회'를 거듭하고 있을까요.

이름조차 알 길이 없는 많은 곤충들....
다시 숲 안의 안을 찾더라도 얼마 전까지 '꿈결처럼'만났던 곤충들은 이제 다시 볼 수 없겠지요.

내년 봄을 기다립니다. 이 가을에 만났던 그 곤충들은 아니겠지만 이 가을에 만나 사랑했던, '4억만년씩이나' 이 지구상에 생존해 온 곤충들을 다시 카메라에 담겠습니다.

*간밤에 수없이 많은 곤충들과 노니는 꿈을 꾸었습니다.
 * 카메라 셔터소리에 놀랐을 '죽어가는 곤충'들을 위해 기도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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