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딩월 자문관 15일 도착…22일까지 도 전역 조사내년 7월초 우리나라 최초 자연유산 등재여부 결정

제주 자연유산을 한국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유네스코의 본 심사가 16일부터 시작된다.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올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현지실사를 위하여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폴 리차드 딩월(Paul Richard Dingwall) 자문관이 15일 오전 11시40분 제주공항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제주 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인 현지실사가 앞으로 일주일간 제주도 전역에서 계속된다.

이날 제주에 온 폴 딩월 유네스코 및 IUCN 상임 고문 겸 자문관은 뉴질랜드 왕가누이에서 출생한 영국 국적의 뉴질랜드 시민권자로 뉴질랜드 캔터버리대학교에서 지리학을 전공하였고 2005년부터 현재까지 유네스코 및 IUCN 상임 고문 겸 자문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폴 딩월 자문관 제주방문에는 이인규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를 비롯한 문화재청 공무원과 학자 등 20여명이 함께 내도했다.

▲ 세계자연유산 등재 대상 중 하나인 한라산 전경. 폴 딩월 IUCN자문관이 15일 제주에 도착, 16일부터 일주일간 도 전역에 대한 실사에 들어간다.
◆7일간 제주도 전역 조사, 도민 인식도 중요=15일 제주에 온 폴 딩월 자문관은 17일부터 본격적인 현지 실사에 돌입한다.

폴 딩월 자문관은 17일 오전9시 제주도청을 방문, 김태환 지사를 면담한 직후 4층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오전10시30분까지 제주자연유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켜야 할 당위성을 비롯해 자연유산 중 하나인 일출봉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갖는다. 이 첫 번째 실사를 받게 될 일출봉을 방문한다. 일출봉은 육상과 해상을 통해 조사한다.

자문관은 매일 아침 현장조사를 하게 될 곳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한 후 현장으로 이동한다. 17일에는 한라산을 오른다. 헬기를 통해 진달래 밭에서 내린 후 걸어서 한라산 곳곳을 본다.

이어 만장굴을 보고,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을 확인하며, 제주도 전체 지질을 확인하기 위해 경비행기를 이용해 마라도를 포함한 제주도 전역을 둘러본다. 또 뱅디굴도 확인한 후 실질적인 현장 실사를 끝낸다.

폴 딩월 자문관은 21일 오전10시30분에는 한국측 등재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그랜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날 오후에는 도내 문화해설사와 리셉션을 갖는 것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마무리 하게 된다.

폴 딩월 자문관은 이어 제주도 자연문화유산 등재에 도움이 될 서귀포 패류화석층과 섭섬, 문섬, 범섬과 대포 주상절리대를 확인하고 23일 오전 제주를 떠난다.

▲ 세계자연유산 등재여부는 서류검토와 현장실사, 패널토의를 거친 후 내년 7월초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제31회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결정된다. 사진은 일출봉 전경.
◆자연유산 등재 무엇을 보게 되나?=이번에 폴 딩월 자문관에 제주에서 실사를 벌이는 것은 우리나라 정부와 제주도가 제출한 서류가 현장과 일치하느냐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세계자연유산위원회가 자연유산 등재여부를 가리는 기준은 4가지다.

첫 번째는 자연유산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정도로 최상의 자연현상을 유지하고 뛰어난 자연미를 보여주는가 여부다. 두 번째는 자연유산의 지구의 역사를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 세 번째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생물들의 진행과정을 보여주고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생물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있는지를 가리게 된다.

4가지 기준 중 하나 이상에 해당돼야 하며, 보전상태가 완벽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신청한 자연유산은 3곳이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그리고 용암동굴계다.

우리측은 용천동굴 등 용암동굴과 성산일출봉, 그리고 한라산이 초자연적 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제주에 산재돼 있는 360개의 기생화산은 화산활동의 직접적인 증거물로 지구의 역사를 판단하는 중요한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용천동굴인 경우 제주도의 일반적 동굴이 용암동굴인데 반해 내부에는 석회암 동굴의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이 완벽하게 보전돼 있어 세계자연유산 등재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퐁 딩월 자문관은 우리나라와 제주도가 신청한 자연유산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만한 유산적 가치가 있는지, 보전상태에 대한 보고서 기술내용과 현장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또 우리정부가 제시한 관리계획의 실현가능성과 타당성, 향후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훼손될 수 있는 환경적 요소, 그리고 최근 들어 강조되고 있는 유산 관리자와 지역주민의 이해도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 이번 현지실사에는 유산관리자와 주민들의 인식정도가 매우 중요한 심사근거가 된다. 사진은 용암동굴과 석회암동굴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용천동굴
◆세계자연유산 등재 언제쯤 결정되나?=이번 폴 딩월 자문관의 현지 실사는 IUCN이 하는 3가지 중 하나다. IUCN는 우리나라가 제출한 신청서를 토대로 외부전문가들이 참석한 서류검토를 벌인다. 서류검토는 현재 진행 중이다. 두 번째가 이날부터 시작하는 현장조사다.

서류검토와 폴 딩월이 제주 현장실사 이후 작성하게 되는 기술보고서를 토대로 패널회의가 열린다.

패널회의는 내년 1월초 열린다. 여기에서 세계유산등재위원회에 권고할 보고서를 적성하게 되며 세계자연유산위원회는 자체 검토를 거쳐 내년 6월말 또는 7월초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제주 자연유산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지 여부는 이번 현지실사에서 가늠하기가 어렵다. 현지 실사 자문관이 이에 등재가능성을 현장에서 이야기 하는 게 엄격히 제한돼 있는데다가 현지 실사뿐만 아니라 서류검토와 패널회의라는 나머지 관문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지를 직접 실사하는 폴 딩월이 기술보고서를 직접 작성하고, 패널회의에 제출 토의를 하게 되는 만큼 자문관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은 있다는 게 대부분의 관측이다. 그만큼 현지 실사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현재 세계유산위원회가 지정한 세계유산은 138개국에 830건이며, 이중 자연유산은 162건에 불과하다. 문화유산은 문화적 특성상 세계적 가치를 입증하는 게 쉬운 반면, 자연유산인 경우 세계 각지의 자연과 비교해야 하는 만큼 그만큼 시간이 소요되고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창덕궁 등 7건의 문화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이번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등재되면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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