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거야

요즘 들어 집사람이 ‘우리도 남들처럼 로또복권을 사 보자’고 합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 길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합니다. 삶의 무게가 능력 없는 가장의 어깨를 내리누릅니다.

현실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보고자 무던히 애를 쓰고 노력해 봐도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을 때, 지친 가장은 뜻밖의 행운에라도 의지하고 싶어집니다. 혹은 이제 그만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주변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저를 찾아옵니다.

 
▲ 여수에서 작은 형이 보내온 배
ⓒ 홍용석
 

며칠 전 여수에 사는 작은형이 파와 고추 그리고 추석 때 선물로 들어온 배 몇 개를 보내왔습니다. 배는 며칠 전 감귤을 한 바구니 가져다 준 옆집과 나누어 먹기로 하였습니다.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 지친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됩니다.

 
▲ 밤새 어머님이 다듬어 놓으신 쪽파
ⓒ 홍용석
 

 
▲ 여수에서 온 대파와 고추
ⓒ 홍용석
 

어머님께서는 저희 가족이 잠든 후 작은형이 보내 온 쪽파를 다듬어 놓으셨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작은형수는 지민이 입히라고 옷도 한 벌 보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입던 것인데 옷이 깨끗해서 보냈다고 합니다. 펼쳐보니 새 옷이나 다름없습니다.

작은 선물이지만 삶에 눌리고 세상에 지친 가장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고 힘이 됩니다. ‘나에게는 정을 나누어주는 형제가 있다’는 사실은 용기를 잃은 가장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 작은 형수가 보내온 지민이 옷
ⓒ 홍용석
 

지민이는 옷 선물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지 요 며칠 재롱 인심이 넉넉해 졌습니다. 아빠한테도 곧잘 안깁니다. 지민이의 재롱은 아빠의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버립니다.

 
▲ 갈수록 재롱둥이가 되어가는 지민이
ⓒ 홍용석
 

고향에 있는 형들과 통화를 마친 어머님이 말씀하십니다.

“니네 형들이 설까지 애기 봐주라고 한다.”

막내 손녀 돌보시려고, 아니 막내아들 도우시려고 멀리 낯선 제주에까지 오셔서 팔순 생일을 보내신 어머님. 이곳 제주에서 추석을 보내신 어머님이 이제 설까지 이곳 막내 집에서 보내시겠다고 합니다.

어머님께서 설을 타지에서 보내시는 것은 80평생에 이번이 처음을 것입니다. 막내아들을 향한 어머님의 사랑과 희생은 끝이 없습니다. 어머님의 사랑 앞에서 막내아들은 지쳤다는 핑계로 주저앉을 수가 없습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 지난 추석 때 송편 만드시던 어머니
ⓒ 홍용석
 

오늘 하루 직장 일로 피곤한 아내가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아들에게 한글 공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들은 엄마를 선생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입니다. 얼마 전 까지는 학습지 선생님한테서 배웠는데, 아빠의 경제적 능력 때문에 지금은 엄마와 같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 하랴, 집안 살림 하랴, 아이 공부 가르치랴 1인 3역을 해 내는 아내는 슈퍼우먼입니다. 무쇠 체력을 과시하며 열심히 사는 아내를 보면서 저는 더 이상 약해지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타일러 봅니다.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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