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FC, '격렬'했던 그 첫느낌
제주FC, '격렬'했던 그 첫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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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문외한 시민기자의 제주 첫 프로축구팀 탐방기
나, 축구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관심자체가 전혀 없다. 2002년 월드컵 때도 거리응원은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고 올해 월드컵 때도 그랬다. 간혹 술 약속을 한 친구가 어느 나라와 평가전을 한다고 해서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할 땐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오죽했으면 군대에서 전투체육시간에 축구하지 않고 작업을 자원했을까?

그런 내가 프로축구단을 취재한다. 그것도 내가 태어나고 현재까지 살고 있고 내 신상에 엄청난 일이 있기까지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 뼈를 묻을 곳, 이곳 제주도에 연고를 둔 제주유나이티드FC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요즘 축구에 흠뻑 빠져있다. 반별로 축구경기가 있기 일주일 전부터는 특별훈련을 자청하는데 그 관심이 제주의 프로축구단까지 뻗쳐있다. 이에 부응하여 명색이 시민기자인 내가 아들의 관심에 동조하여 취재를 결심하게 되었다. 새삼 느끼지만 좋은 아빠 되는 것은 참 힘들다.

자 이제부터 프로축구단, 그것도 제주FC의 모습들을 들여다보자.

제주공항에서 만난 선수들

 
▲ 제주FC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비행기로 이동한다. 맨 마지막 사진은 구단 전용 버스.
ⓒ 강충민
알다시피 올해 2월 부천SK프로축구단이 제주유나이티드FC로 팀명을 바꾸고 제주로 내려왔다. 당시 부천팬들은 물론이고 여러 구단 서포터와 국가대표 서포터 '붉은 악마'까지 연고지 이전에 반발하면서 부천의 제주 이전은 여러가지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제주FC는 제주에서 처음 치른 올 시즌 개막전에 만원 관중을 기록해 비교적 산뜻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그 후 두 경기 더 만원 관중을 기록한 이후에는 관중이 뜸한 편이다.

이쯤해서 구단 소개를 마치고 이제 이들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 보자.

제주FC는 경기가 있을 때 비행기로 이동한다. 제주FC의 홈구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장이라는 찬사를 받는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이다. 원정 경기일 때는 선수 개개인의 짐과 장비를 싣고 비행기로 이동한다. 얼핏 생각하기에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싣고 내리고 하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해야 하기에 힘들다.

비행기로 육지에 가면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 구단 버스로 경기장까지 이동한다. 한 때는 구단 버스를 배에 실어 해당 공항까지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육지에 구단 버스를 별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선수들을 만난 건 15일 낮 12시 제주공항에서였다. 제주FC 선수들은 전날 울산에서 울산현대와 경기를 치르고 제주공항에 막 도착하던 참이었다. 선수들은 도착해서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 회복훈련을 했다.

경기를 끝내고 막 돌아왔는데도 바로 훈련이다. 경기 후 피로는 다시 훈련으로 푼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그럴 법도 하다. 오랜만에 격한 운동을 한 뒤 바로 퍼지게 잠을 자면 오히려 온몸이 쑤시지 않는가?

서귀포시내 외곽에 있는 시민구장에서 회복훈련중인 제주FC를 다시 찾은 건 오후 4시를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사실 서귀포 시민구장이 위치한 곳이 내가 태어난 곳인데도 위치를 몰라서 한참을 헤맸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니까.

연습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서귀포 시민구장 주변은 온통 감귤밭이다. 감귤주산지인 서귀포의 명성에 맞게 가을 들녘은 온통 노랗다. 하나 슬쩍 따 먹을까 하다가 참는다. 시민기자는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법.

 
▲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 강충민
 
'격렬하다.'

그들의 훈련 모습을 본 첫 느낌이다. '훈련을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이란 말을 누가 했는지 모르지만 그 말이 생각난다. 노란 조끼를 입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 양편으로 나누어 연습을 하는데 공에 맞을까봐 멀찌감치 뒤에서 구경을 했다.

스탠드에 앉아 있는 네 명의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그들에 다가가 살며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다들 얼굴을 가린다. 사진을 찍지 않고 얘기만 하겠다고 하니 그제야 얼굴을 가린 공책을 내린다.

 
▲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재빨리 얼굴을 가립니다. 쑥스럽나 봅니다.
ⓒ 강충민
 
여기 왜 왔느냐고 물으니 선수들 보러 왔다고 한다. 좋아하는 선수가 있느냐는 물음에 크게 "네!" 한다. 네 명의 여학생이 제각각 다르다. 좋아하는 선수를 얘기하면서 꼭 써달라고 부탁하는데 받아 적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이 좋아하는 선수는 '마철준' '황지윤' '최기석' '최현연' 오빠다. 우리가 항상 지켜본다고 그리고 다치지 말라고 꼭 써달라고 한다. 그들의 소망을 적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눈은 연습 중인 그들의 오빠에게 고정되어 있다.

"관객만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육지(제주에서는 제주 이외의 지역을 육지라고 한다)에서 생활하다 섬으로 옮긴 팀이다 보니 관심은 당연히 프로축구 선수로서 육지에서 생활하는 것과 섬에서 생활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이냐였다.

그러나 정작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연고지를 옮긴 지 어느덧 6개월이 넘어가다 보니 이곳 생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이런 질문이 별 의미가 없는데다가 "어딜가든 다 똑같다"는 답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훈련 중에 만난 한 선수는 "이동할 때 비행기를 탄다는 것 외에는 부천에 있을 때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선수는 "이제 그런 질문 받는 것도 지겹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긴 여러 매체에서 이와 같은 질문을 했을 거라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대신 선수나 코칭 스태프는 하나같이 생활은 불편함이 없으니 관객만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스탠드 한 편에 팔짱을 끼고 뚫어져라 훈련 장면을 지켜보는 정해성 감독도 무엇보다 관중이 많이 찾아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경기라도 관중이 없으면 흥이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괜히 내가 미안하다.

 
▲ 정해성 감독입니다.
ⓒ 강충민
 
 
▲ 김기형 선수입니다. 작년에 결혼을 했다는데 경기장을 많이 찾아 달라고 소망합니다.
ⓒ 강충민
 
훈련 중간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프로 7년차, 결혼 1년차 김기형 선수를 만났다. 축구선수하면 터프하고 우락부락하고 덩치 크고(나만의 이미지) 그럴 줄 알았는데 미소년 같은 분위기다.

하긴 안정환, 이동국 다 잘생겼지. 결혼 1년 차인 만큼 떨어져 지내 아내가 불평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이미 축구선수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고 결혼했기 때문에 불평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기형 선수 역시 정해성 감독처럼 관중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개막전 당시 관람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 속에서 경기할 때는 정말 신바람이 났단다.

훈련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제주여행을 하거나 혼자 체력훈련을 한단다. 간혹 집에 가기도 하고. 술, 담배에 대해 물으니 술은 조금 마시는데 담배는 전혀 피지 않는다고 한다. 프로세계에 남아 있으려면 자기 몸,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 한단다.

징크스에 대해 물으니 그때그때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어 샤워를 하지 않고 출전했는데 그 경기에서 이기면 다음 경기에도 샤워를 안 한단다. 또 껌을 씹다가 패스미스를 하면 바로 뱉는다고.

 
▲ 전 국가대표 조진호 코치입니다. 늙지도 않습니다.
ⓒ 강충민
 
연습경기 심판을 보며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을 보니 아는 얼굴이다. 전 국가대표 조진호 코치. 휴식시간을 틈타 사진 한 장 재빨리 찍으니 쏜살같이 다시 선수들에게 달려간다.

드디어 훈련이 끝나고 감독의 총평이 있고 구호를 외치는데 한달음에 달려가 단체사진 포즈를 부탁했다. 3열로 순식간에 대열을 맞추는데, 아 그렇다, 이런 포즈는 정말 낯이 익다.

숙소는 '콘도'?

 
▲ 선수단체 사진. 어디서나 낯익은 포즈입니다.
ⓒ 강충민
 
선수들이 차에 오르는데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한다. 열심히 그들의 오빠를 응원하던 여학생들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등을 돌린다. 내가 못 본 사이 그들의 오빠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말이라도 제대로 붙여볼 걸하고 후회하는지도….

30분 정도 시간을 두고 그들의 숙소로 향했다. 어질러진 선수들의 방 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현재 제주FC의 숙소는 서귀포 시내의 한 콘도다. 선수단 숙소가 완공되기까지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데 시설은 상당히 좋다. 콘도의 한 동 중에서 2, 3층을 사용한다.

2인1실을 사용한다는데 문이 열린 방을 노크하니 아무도 없다. 정리되지 않은 일상적인 모습이 내가 원하던 이 취재의 목적이니 잘 됐다. 그런데 정말 깔끔하다. 이 밤에 룸메이트가 바로 청소를 했을 리도 없는데 어질러진 물건 하나 없다.

 
▲ 선수들의 침실(왼쪽)과 화장대 위 화장품(우) 화장품을 보고 솔직히 놀랐습니다.
ⓒ 강충민
 
인상적인 것은 화장대에 화장품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내가 평소 사용하는 것은 딱 스킨 하나인데 선수들 화장품은 정말 가지가지다.

식사는 콘도 내 식당을 이용하는데 뷔페식이다. 갖가지 음식이 균형 있게 준비되어 있다. 때마침 저녁시간이라 사진을 찍는데 배고픔이 몰려온다. 선수들 틈에 끼어 저녁을 해결할까 하다가 참는다.

 
▲ 선수들 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배고플 때라 같이 먹고 싶었습니다.
ⓒ 강충민
 

내가 저녁을 여기서 해결하면 우리 가족의 식사를 책임지는 막중한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참자.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배고픔을 견디는 내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취재를 끝나고 집에 돌아가자. 아! 이럴 땐 음식만들기 담당인 내가 싫다.

무엇보다 캠프 때문에 취재에 동행하지 못한 아들 녀석에게 오늘 일을 얘기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니 바빠진다.

돌아오는 길, 평화로로 이름이 바뀐 서부산업도로를 따라 제주시로 오는데 경마장이 끝나는 시간이라 정체가 심하다.

좀 전에 인터뷰 중에 한결같은 바람이 생각난다. 나를 비롯해 이 많은 사람들이 축구경기장에 왔으면 그들이 힘이 날텐데….

좀처럼 길이 뚫리지 않는다. 오늘 저녁은 라면 끓여 먹으라고 전화해야겠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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