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대화-이케다 다이사쿠 사진전

바쁜 일상에서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참 모습을 되돌아보는 아름다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자연과의 대화-이케다 다이사쿠’의 사진전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 전시관 사진을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들.

지난 달 28일부터 오는 8일까지 12일간에 걸쳐서 전시되고 있는 ‘이케다 다이사쿠 사진전’을 보기 위해 찾은 2일.

때마침 제주관광을 왔다가 대포 주상절리를 보고나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관람하기 위해 찾아든 관광객들과 도내 초중학교 학생들로 전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복지재단에서 온 장애인 친구들도 있었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의 모습도 이따금 눈에 들어 왔다.

▲ 관광온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주의 깊게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이케다씨의 작품들은 하나하나에 시가 있고 철학이 있고 자연 깊숙한 곳에 평화가 있다.

이케다씨의 사진은 바로 자연과의 대화, 그 자체였다.

이 때문인지 사진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이 났고 관람객들은 ‘작가가 저 사진을 찍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라고 묻는 듯 진지한 모습이 역력했다.

▲ 유심히 사진을 쳐다보고 있는 관람객.

특히 이케다씨는 제주도를 방문하고 나서 제주의 느낌을 이렇게 소개했다.

‘아아, 이 곳은 시인이 오는 섬이구나.’
제주도에 도착하여 곧바로 나를 사로잡은 감개(感慨)였다.
자동차가 푸르름의 길을 간다.
나무들은 한 그루 한 그루가 빌로드 같은 윤기로 빛나고 있었다.
말이 있었다. 초원이 있었다. 소가 있었다.
편안하고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바위가 많은 길이었다.
바람을 막는 돌담 하나하나에 힘껏 살아온
고생한 사람의 거칠고 무딘 손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라산을 우러러 보았다.
불가사의한 산이었다.
우주의 살아 있는 온갖 것의 마음을 모아
산으로 만든 것 같이도 보였다.
터지는 생명의 기쁨의 소리도 깨물은 입술에서 새어 나오는
한탄의 소리도 모두 꼼짝달싹 못하게 하고,
조용히 하늘과 대화하고 있는 그런 크고 큰 어머니의 모습으로도 보였다.

▲ 군산을 배경으로 축복의 무지개 다리가 놓인 제주풍경.

이 곳은 시인이 와야 할 섬이다.
정치가도 재계인도 이 섬에 일단 오면
눈앞의 이해 등을 잊고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순수한 시인의 마음이 되어 사이좋고 허심탄회하게
큰 마음으로 미래를 주시하며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정치의 비극으로 가장 비극 받았던 섬이기에.
수탈당한 경제로 인해 고통당해 온 섬이기에.
인간이 서로 싸우는 일에 진절머리가 난 섬이기에.

▲ 아름다운 제주바다. 바다와 어우러진 푸른 나무의 모습이 행복하기만 하다.

이케다씨는 제주와 인연이 깊은 일본인이다.

지난 1999년 제주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제주를 ‘아 이곳은 시인이 오는 섬’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케다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중문관광단지를 비롯해 군산을 배경으로 피어난 무지개 등 제주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이케다씨의 사진들은 틈틈이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역력하다.

순간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에는 인간의 마음과 자연이 자아내는 실상이 선명히 비친다고 말하는 그는 자칫 현대사회에서 놓치기 쉬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되새겨 주고 있다.

▲ 품격 있는 현인처럼 서 있는 오이라세나무. 8월의 짙은 녹색이 나뭇가지의 끝을, 가지를, 목숨을 다해 뻗고 있다.

이번 사진전에서 이케다씨는 사진은 세계 어디에서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모든 경계선을 넘어 지구촌 가족 모두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해 가는 휴먼메시지라며 사진기행을 통해 찍은 10점과 평화의 세기를 만들기 위해 세계 평화여행을 실천한 기록들을 담은 38점을 전시했다.

그는 또 저녁 무렵 히말라야의 흔들림 없는 위용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구성한 3점과 대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게 하는 구름사진, 일본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다양한 달의 모습과 석양의 아름다운 모습들은 카메라에 담았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와 동료들과 함께 바다 절경이 빼어난 중문동 대포리의 주상절리를 시원하게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는 ‘자연과의 대회-이케다 다이사쿠 사진전’을 감상한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듯 싶다.

인생에서 의미 있는 만남이란 그리 흔하지 않다. 그중 낯설지만 일본의 뛰어난 시인이자 사상가인 이케다 다이사쿠씨와의 사진을 통한 만남은 의미 있는 만남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 흐르는 강물을 뒤로한 채 서있는 나무와 푸른잔디 그리고 텅빈 벤칡.
사진작가들처럼 뛰어난 사진가는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한다는 그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그것을 사진 속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섬세한 아름다움이 풍부한 감성과 만나 살아 있는 생명으로 표현되는 그의 사진세계는 그만의 예리한 눈으로 살아 있는 것들을 포착하여 영원한 생명으로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 화려하면서도 청초하고 우아한 꽃들의 파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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