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원정강도 "도청에 전화해 우 전 지사 집 확인"

하맹사 제주시장 후보 집에 침입했던 '2인조 강도'는 우근민 전 지사 빌라에 누가 사는것 까지 확인하고 침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사전에 범행대상을 찍었다는 얘기다.

경찰에 따르면 3일 오후 부산에서 검거된 장모씨(47·부산)와, 이미 구속된 김모씨(60·부산)는 하 후보 집 뿐 아니라 우 전지사 빌라가 누구 집인지를 미리 파악하고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경찰은 범인들이 우 전지사 빌라의 경우 전직 지사 집인줄 모르고 부유층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집이 좋고 범행 전날 저녁 유독 이곳만 불이 꺼져 있자 빈집으로 알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밝혔었다.

범인들은 특히 두 집을 범행대상으로 지목하기 까지 똑같은 수법을 써서 위치 확인 및 사전 답사를 거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범인들은 우 전지사 빌라의 소재는 전화로 도청에 문의해 알아냈고, 하 후보 집 역시 선거사무소를 통해 전화로 알아냈다.

이들은 도청에 전화를 걸어 우 전지사의 집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해 어렵지않게 정보를 입수했고, 하 후보 선거사무소엔 "평소 존경하는 분인데 배달할 물건이 있다"고 속였다. 하 후보는 선거팸플릿을 통해 그가 출마자 임을 알아냈으나, 우 전지사는 지사직을 잃은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또 두 집 모두 범행을 시도하기 전에 낮 시간을 이용해 사전답사까지 마쳤다.

도지사 집을 지목한 이유에 대해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선거때고 하니까 당연히 도지사나 시장 집엔 돈이 많을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고, 후보 집을 지목한 것에 대해선 "선거자금이 많이 보관돼 있을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부산에 사는 이들이 배편으로 제주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28일 오전 7시. 이들은 29일 낮 우 전지사의 빌라 위치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30일 오전 2시30분께 문잡이 까지 부숴가며 대담한 범행을 감행했고 경보음 때문에 미수에 그치자 잠시 몸을 피했다.

범인들은 얼마없어 하 후보 집을 답사한 뒤 31일 오전 2시50분을 기해 2차 범행에 들어갔다.

부산 갱생보호소 동기인 이들은 출소후 라이터 제조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 서면의 한 시장에서 흉기를 구입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다.

경찰은 이들이 모두 강·절도 전과가 화려해 적지않은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낸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풍부한 노하우(?)와 주도면밀함도 쉽사리 뜻을 이루게 하지는 못했다.

환갑에 접어든 김씨는 몸싸움 끝에 하맹사 후보 부자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고, 장씨도 얼마못가 또다시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특히 김씨는 공범으로 다른 사람을 지명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끼쳐 한때 수사가 어려움에 봉착했으나 여객선 탑승자 명단 및 김씨의 핸드폰 통화내역 등을 조회해 탐문수사를 벌인 경찰의 수사망에 장씨도 결국 걸려들었다.

장씨는 하 후보 집에서 달아난 뒤 시내 공사현장에 숨어있다 날이 밝자 항공편을 이용해 부산으로 달아났다.

한편의 영화처럼, '선거자금'을 노린 2인조 원정범의 대담한 강도행각은 초라하게 막을 내렸으나 그들이 무덤덤하게 내뱉은 진술은 과거 선거가 얼마나 혼탁했는지 짐작케하는 씁쓸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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