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이 만난 사람2-최의팔 목사

제주에 외국인노동자 수련원 건립을!!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 최의팔 목사.

기독교 사회운동과 인권운동 분야에서는 일찍이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시는 목회자로 알려져 있는 분, 최의팔 목사. 그 이름과 모습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6~7월 방영된 MBC TV의 [느낌표] 프로그램의 '아시아, 아시아'에서 이다. 소년같이 해맑은 미소를 띤 50대 중반의 모습인 그를 지난 17일 제주시 소재 늘푸른교회에서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대표역할을 하시는 홍성직원장(제주환경련 공동의장)과 함께 만났다.

엊그제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외국인 노동자 35명과 함께 15·16일 서귀포시 중문동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제주도 가서 놀자 축제’를 주최하는 문화연대 초청으로 내도, 제주관광과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위한 제주포럼’등)을 마친 후 일행들은 돌아가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쉼(休)'을 찾는 중이시다.

최목사님은 현재 '외국인노동자 대책협의회' 공동대표라는 직함을 갖고 계시지만,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ijunodong.prok.org)' 소장으로 더 알려져 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는 국내 3D업종에 종사하며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으면서도 인권을 유린당한 채 아웃사이더로 전락해버린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목적에서 1996년 9월에 개설된 단체다.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산재·여성쉼터 인권상담실 한글·컴퓨터교실 등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 무료진료도 운영해 왔다 한다. 아울러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우리나라의 의료보험과 같은 '의료공제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40세가 넘으면 삶을 실천할 나이이지 공부할 나이가 아니다!"

어떻게 최목사는 이 일(외국인 노동자문제)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목사님 말씀이 '하나님의 뜻'이란다. 목사님으로서 당연한(상투적인?) 대답이라고 여겨질 만도 한데, 그 하나님의 뜻이 무엇을 말함인지 잠깐 살펴보자(아래의 얘기는 최목사의 말씀과 몇 년 전 국민일보(2000년 8월)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최목사는 신학대가 아니라 사회학과 출신이다. 1970년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군복무를 마치고 크리스천 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이 무렵 한신대학원에서 신학공부를 시작하게 됐는데 그때는 목사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문을 보다 잘 만들기 위해 신학을 좀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란다. 이후 88년 독일교회의 장학금을 받아 부부가 함께 3년간 독일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박사 학위 취득을 눈앞에 두고 낮은 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 최목사는 “40세가 넘으면 삶을 실천할 나이이지 공부할 나이가 아니다”고 아내를 설득해 91년 한국행을 선택했다 한다.

이후 최목사는 92년 1월부터 97년 5월까지 청암교회(민중교회) 목사로 시무하면서 청암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섬김의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일하면서 1년간이나 월급을 받지 못하던 중국인 근로자 8명이 본국 송환을 피해 청암교회로 피신해 들어오면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최목사는 이 일을 계기로 96년 서울 창신2동에 외국인노동자센터를 개설한다. 선교센터의 일이 본격화되면서 최목사는 이듬해 교회를 아내인 한국염 목사(여신학자협의회 총무)에게 일임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사역에 몰두했다.

얘기가 나온 김에 함께 만난 그의 아내 한국염목사에 대해 잠깐 소개하고 넘어가자. 최근 '교회내 성폭력 문제'의 공론화와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한목사는 73년 한신대를 졸업하고 91년 독일 함부르크 대학 신학부 박사과정(여성신학 전공)과 98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 목회학 박사과정(여성신학 전공)을 수료한 저명한 여성신학자다. 97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에서 여성으로는 드물게 목사안수를 받았고 99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총무직을 맡고 있다.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감동드라마(?), 느낌표

'느낌표' 프로그램으로 유명해 지신 목사님께, 그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이 프로그램이 고용허가제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긴 한데...

지난 3월 고용허가제를 찬성하는 여론지지층이 채 30%를 넘지 못했는데 느낌표가 방송된 이후 70%를 상회하게 됐다고 하시면서, 이 프로그램이 영향력이 매우 컸다고 인정하신다. 그러면서도 아래와 같은 지적을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지금 국내에 30여만 명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 중에서 MBC 방송의 도움으로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겨우 열 손가락을 조금 넘습니다. 가족상봉 방송을 볼 때마다 실제 그렇게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얼마나 밤새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마치 '로또복권'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당첨의 기대를 갖고 복권을 사고 있지만, 그러한 행운의 기회는 절대 대다수의 사람에게 올 수 없는 것이죠..."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감동 드라마라는 역설적인 지적이시다. 이 때문에 센터 내부에서도 논쟁이 많았단다. 어떤 측면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희화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에서부터, 근본적으로는 프로그램이 제도개선 문제는 피해갔다는 점이다. 최목사가 방송과 인터뷰를 할 때도 제도개선과 관련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말했지만 정작 방영된 것은, 이런 얘기는 뭉턱 짤린 채 나오기 십상이었다 하니...

그래도 외국인 노동자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 하에 이 프로그램에 협조하기로 했고, 이번에 법 통과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후한 평가점수도 마다하지 않으신다.

박상규의원의 망언

한편 지난 7월 17일자 한겨레신문에는 국회 산업자원위원장인 박상규의원이 한나라당 중요당직자 회의에서 “고용허가제 도입을 배후 조종하는 이들은 재야세력”이라며 “(특히) 목사들이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불법체류자들 뒤에서 (이들을) 또 뜯어먹으려고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박의원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시절에 현재 현대판 연수제도라고 비난받는 연수생제도를 도입하고 그 후 민주당에서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되어 민주당 후원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최근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사람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산업연수제를 도입한 장본인으로서 잘못은 반성하지 못할망정 성직자들의 노력을 이렇게 폄하하고 비난하다니... 이 지점에 이르러서는 목사님도 다소 흥분하신다. 이러한 발언으로 인해 금식기도 등 자신의 몸을 해치면서 이주노동자 권익을 위해 노력해온 성직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 성직자들의 권위를 손상하였기 때문이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는 7월17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한나라당 박상규의원의 망언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중소기협 회장 시절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해 외국인노동력을 착취한 박 의원이 ‘목사들이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불법체류자들을 뜯어먹으려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박상규의원은 그 발언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재야와 목회자들에 대해 공개 사과함과 동시에 국회의원직을 사퇴할 것 등을 요구했다.

통과된 고용허가제 법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가?

통과된 법률에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제한, 1년씩 연장하여 최장 3년의 체류기한의 문제, 기타 유엔이주민협약에 위반되는 제반 규정(예: 결혼, 출산, 교육 등 제반 이주노동자의 권리)등의 문제점이 있다. 즉 고용허가제가 지나치게 기업주의 입장에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연수취업제가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허가제 도입을 반대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체류기간이 4년 넘는 장기 체류 이주노동자들이다. 법이 통과되고 나서 한 외국인노동자가 목사님께 이런 얘기를 하더란다. "목사님, 이렇게 우리 쫓겨 내시려고 그동안 데모했나요?" 이들은 정부에서 자진출국 후 불이익을 주지 않고 고용허가제로 다시 입국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지만, 그에 대해 별로 믿음을 갖고 있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 입국할 때 브로커를 통해 막대한 돈을 들여서 왔기 때문에 또다시 본국에 갔다가 한국에 재입국하는 것이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자진출국하지 않고 그냥 숨어서 일을 하겠다, 강제단속에 걸리면 그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출국하겠다, 이번에 자신들도 4년 이하의 다른 이주노동자처럼 고용허가제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어떤 모험(?)도 감수하겠다는 것이 현재 4년 이상 체류한 이주노동자 8만여 명의 공통된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주노동자의 입장에 대해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다고 목사님은 보고 있다. 정부에서도 대부분 한국어와 한국 지리에 익숙한 이주노동자들이 전국 각지의 산업현장에 숨어버릴 경우 적발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뿐만 아니라 불법체류자를 계속 고용하는 업주들에게도 엄격한 제재를 가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들은 "이제 한국말도 알아듣고 숙련돼 일의 효율도 높아졌는데, 한국문화에 잘 적응한 이들을 내보내고 새로 낯선 외국인을 도입하고 싶지 않다"면서 적극적으로 호응할 의사가 없음을 보이고 있다.

새 법은 명확한 이론적 근거 없이 '체류기간 4년’으로 기한을 설정해 4년 이상 불법체류자에 대해 무조건 강제 출국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4년 이상 체류한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고용허가제를 통한 재취업에 응모할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목사님의 주장이다.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홍성직 원장께서 한마디 하신다.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알 수 있게 이번 법안의 문제점을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겠네요." 옳은 지적이시다. 솔직히 말해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필자조차 그 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었으니...

제주에 외국인노동자 수련원 건립을!

수십년 전 한국인들이 독일에 광부나 간호사로 취업을 갈 경우, 언어(독일어) 교육을 위해 국내에서 몇 달 독일에 입국한 이후에도 소정의 언어 교육 기간을 이수한 후에야 취업 현장에 배치됐었다. 최목사는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면서 그 최적지로 제주도를 꼽는다. 즉 고용허가제의 도입과 동시에 제주에서 한국어 교육을 의무적으로 일정기간(2달?) 받는 연수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외국인노동자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곳이 제주도라는 점, 이 숫자가 총30~40만에 이른다는 점에서 1년에 10만씩만 온다고 했을 때, 제주경제에도 보탬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를 위한 별도의 수용시설을 짓자는 것이다.

일만 잘하면 됐지, 언어교육이 왜 필요하냐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실제로 이런 충격적인 사례가 있었드랬단다. 한 외국인 노동자가 두통이 심하여 TV에서 방영되는 '펜잘' 광고를 보고 약국에 가서 이 약을 달랬는데 발음이 정확치 않아 약사가 '벤졸'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상상에 맡긴다.

최목사님의 주장, 이거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 또한 몇 년 전부터 이와 유사한 센터(혹은 수련원)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NGO활동가 든, 영세한 노인이든, 노동자, 농민이든, 장애인이든 저렴하게 쉬다 갈 수 있는 센터의 필요성을 말이다. 최목사의 구상과 성격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평화의 섬'을 주창하는 제주도가 가장 우선 먼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프라가 아닐까?

최목사님과의 만남을 통해 외국노동자들의 인권과 문제를 새삼 깨닫게 된다.
홍원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현재 제주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도 질적으로나 양적인 차원에서 모두 심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2~3백여명의 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데 등록되지 않은 경우를 합한다면 1천 여명에 이를 것이란다. '중국선원' 등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한 것도 문제이고...

국제자유도시의 핵심은 '노동이동의 자유화'인데, 제주의 미래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제주지역의 외국인노동자들의 문제의 실상과 특수성은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함께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이지훈의 쓴소리 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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