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진해-해군기지사령부④] 해군기지법 등 수십년간 묶인 규제행정 민.관.군 TFT '탈출 시도'…신항만 개발로 '활기' 기대

▲ 일반 해군 사병은 자전거로, 하사관급 이상은 보통 승용차로 이동한다.
해군작전사령부가 있는 진해시의 도심 발전은 어쩌면 해군의 영향력과 반비례해 왔다.

군부독재 시절부터 야금야금 땅을 내주면서 이미 전체 토지의 53%가 국방부 소유로 된 진해시는 이미 군(軍)에 의해 '포위'된 땅이다.

그만큼 개발도 더디게 진행됐다. 더욱이 해군부대 중심으로 도심 공동화 현상이 촉진되면서 동.서가 뚜렷하게 갈리는 기형적인 발전이 가속화돼 왔다.

이는 '시내의 모든 건축물의 신.증축은 관할 부대과 협의 후 건축 가능하다'는 막강한 '해군기지법'과 '공군기지법' 등에 저촉된 탓이다.

수십년 동안 건축행위를 제한해 온 해군기지법은 86년 9월 '1차협약'부터 지난해 11월까지 6차 협약을 거치며 '지역별로 8~35m 건축물의 고도제한을 해제하는' 등 변신을 거듭해왔다.

이 가운데 올해 새 민선시장이 부임하면서 '민.관.군 혁력 TFT팀'을 시험적으로 가동하는 등 행정이 비로소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행정당국의 '희망' 일 뿐 "해군측이 얼만큼 진해시의 입장을 받아들일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진해시는 말한다.

▲ 진해시내 곳곳에서 헌병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 국방부에 포위된 남해 땅 '진해'...100년 군항의 역사

진해는 일본군이 1900년대 초부터 日해군의 거점으로서 해군군항으로 사용하면서 100여년간 군항으로 이용되온 '군항'의 상징도시다. 해군의 심장부인 해군작전사령부가 있고, 해군기지사령부를 비롯해 그외 많은 전단급 부대와 교육부대, 해군사관학교 등이 자리잡고 있다. 근처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도 있다.

그만큼 높은 담으로 둘러져 외부에서 절대 조망할 수 없는 '철통보안'을 자랑한다.부대가 개방되는 경우는 진해 군항제 기간(4.1~9일)이 유일하다.

진해시 전체 면적 113.11㎢ 중 절반 이상이 해군 소유(57.7㎢-그린벨트지역 포함)로 있으며, 군인 가족까지 포함하면 2만여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한다.

특히 진해 해군기지는 여러 부대가 흩어져 이동거리가 먼 곳은 10여km에 달하는 등 대규모 부지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군 장병들은 개인 차량이나 자전거를 이용해 영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생활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군항'으로 시작해 배후도시로 형성된 진해시 주민들은 해군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인해 사실상 '거부감'도 덜하다. 진해시의 형성과 성장과정이 해군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 때문이다.

그 만큼 해군에 대한 경제 의존도도 높아 진해시는 대략 25%의 효과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진해시는 "7~8년전까지 해군에 의존하며 살았다"며 "진해상공회의소장이 해군사령관에게 외박.외출을 보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군의 위상이 셌고, 그 만큼 해군 이외의 다른 경제 파급 요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 진해시 곳곳 담벽에 그려진 군함. 100년의 군항 역사 동안에 지역민들의 생활에 해군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 행정 모든 협의 '해군' 거쳐야...까다로운 '해군기지법'

"사실 해군과 원만한 관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해군기지의 모기지로서 상생의 길을찾아야 한다."

▲ 정재홍 진해시 도시건설국장
▲ 김병준 진해시 세무과장. 민.군.관 협력 TFT팀장을 겸하고 있다.
제주출신인 진해시청 정재홍 건설도시국장은 "도시 면적의 53%를 해군이 차지하다보니 모든 협의를 해군과 거쳐야 한다"며 "솔직히 지금도 불편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수 십년간 고도제한 등 건축행위 제한으로 인해 해군기지가 있는 진해 서부지역은 답보상태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진해 신청사을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동·중부지역으로 이전했을 정도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서부지역은 '공동화' 현상까지 초래되면서 '기형발전'을 가져왔다.

정 국장은 "군사보호구역 설정 등 군기지에 따른 규제가 대부분 완화되는 추세에 있어 예전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군이 갖는 폐쇄성과 제약성을 감안할 때 한계는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해시는 올해 6월 이무화 신임 시장이 부임한 후 '민.군.관.협력지원 TFT'를 만들어 내년도 정식기구로 발족할 예정이다. 해군도 많이 변하고 있는 만큼 윈-윈게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 7월 발족한 T/F팀은 오는 2010년 6월까지 군시설의 지역발전 자원화는 물론 ▷ 해군부대가 밀집해 있는 구도심지 서부권 ▷ 신거주지역인 중부권, ▷ 진해시 동부와 부산을 잇는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이 위치한 동부권 등 3개 권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해군의 협조를 적극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정 국장은 "예전 진해시내에는 5층 이상 건물을 짓지 못하게 했지만 지금은 15~18층까지 지을 수 있는 등 지역 국회의원과 행정의 노력끝에 풀리는 추세"라며 "현재는 임시기구로 세무과장이 민.관.군 TFT팀장을 겸임하고 있지만 내년엔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진해시는 해군기지를 에워싸는 'ㄷ 형태'로 도심이 형성돼 있다.

▲ 10분 거리의 창원과는 무려 땅값 10배 차이...市 "솔직히 해군 떠났으면"

대부분 노른자 땅이 해군 소유로 인해 특히 서부지역 개발은 거의 정체돼 있다. 모든 시설이 중부.동부로 집중되다 보니 서부지역은 자연히 '공동화' 현상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심지어 10분 거리에 있는 창원과는 무려 10배 가까이 땅값의 차이를 보인다.

▲ 해군테니스장 '출입금지' 문구
지역발전이 없다보니 진해시청 공무원들조차 '정체된 도시'라며 라며 "사실상 해군이 떠났으면..."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상인들은 "진해시 옛 중심지인 중앙시장 등은 70% 가량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해시 중앙시장에서 2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박승목씨(60.상인연합회 이사)는 "진해시가 자체 생산이 없고 창원과 가까워서 창원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며 "땅값이 창원의 1/10수준이어서 땅값이 싼 것 외에는 내세울게 없는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 보면 해군기지보다는 신항만과 함께 산업단지 유치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말했다.

진해시는 "사실상 인구 증가의 효과는 해군부대 때문이기 보다 인근 마산.창원 일대 신항만 개발에 따른 영향이 크다"며 "진해시의 발전은 신항만 개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군항제 벗꽃축제에 대한 관광객 유입효과에 대해서도 진해시는 "해군 때문에 각계 인파가 몰린다고 할 수는 없으며 춘삼월 '벗꽃 구경'에 따른 자체 매력이 가장 크"며 "군항 공개와 군악대, 의장대 시범 등의 볼거리도 다소 영향은 있지만 앞으로 군항제와 벗꽃 문화행사를 구분해보자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해군(력)으로 인해 시로 승격한 진해시는 '생존'을 위해 살았던 단계를 벗어나 뒤늦게나마 해군과 공생의 길을 찾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종속도시'의 면모를 벗어나지 못한 진해시의 장래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진해시에 있는 미해군.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진해사람들...>

▲ 왼쪽부터 박승목 상인연합회 이사, 손재식 바다사랑실천 운옹본부 공동대표, 한도식 진해시 환경의제21.
지난해 3월 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은 "진해 군항 앞 소모도를 매립해 조성된 해군기지를 미국 핵추진잠수함이 아무런 감시없이 드나들고 있다"며 "섬 매립에 따른 민.관 공동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마산만이라는 해양생태환경을 희생양으로 삼는 소모도 매립은 수질오염으로 인한 막대한 어업피해까지 초래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방부는 국방부가 단독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 마산만 오염에 대한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과를 내놨다"며 불신의 시선을 보냈다.

해군기지 폐해 줄줄이...어업피해 12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中

소모도 매립은 1980년대 무기구입 최대 비리사건으로 93년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진 '율곡비리사건'(군전력 현대화 사업인 '율곡사업'과 관련하여 국방부장관과 장성들이 뇌물을 받은 사건)과 관련된 곳으로 현재 20~25만평이 매립된 상태다.

실제 일대 어민들은 "소모도 매립으로 해류의 흐름이 급격히 변화한데다 마산만 수질오염이 심화돼 어업피해가 발생했다"며 별도의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하고, 정부(국방부)를 상대로 어업피해에 따른 '12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 5년째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의 여파로 '군의 문민화와 무기 도입의 투명성 강화'라는 법안의 취지를 내걸어 군부패 척결을 내건 '방위사업청'이 신설됐다.  '민간인과 군인의 비율을 6대 4로 구성, 군인은 무기 소요제기만을 하고 무기구입은 민간인이 담당'하는 것이 골자다.

(사)바다사랑실천운동 시민연합 마창진(마산.창원.진해)운동본부 손재식 공동대표는 "8개 어촌계가 대책위를 구성하고 어민당 10~15만원씩을 분담, 현재 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에대해 1500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돼 있다"고 밝혔다.

▲ 해상에서 본 진해시 소모도(왼쪽 섬) 해군기지. 소모도 기지 주변으로 어민들의 조업을 금지하는 붉은 '해상 부표'가 설치돼 있다. 현재 이 일대 어민들은 정부(국방부)를 상대로 어업피해에 따른 '12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형매장 침투로 '엎친데 덮친격'...'이러다 모두 죽는다' 위기감 팽배

이 곳 진해시에서도 대형할인매장의 바람은 비켜가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지역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중앙시장 인근에 롯데마트가 들어온데 이어 '삼성홈플러스'가 입점을 서두르고 있어 지역 상인들의 입장에선 '엎친데 덮친격'이다.

실제 진해시 충무동 지역을 포함한 지역 상인들은 대형할인매장 입점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골목상권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들박승목 중앙시장 상인연합회 이사는 "사실 해군관련 시설물이 들어서도 지역주민은 못이나 뽑고 벽돌 나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 해군기지가 들어서 있는 위치.
그는 "상인들의 입장도 현재 해군의 필요성에 대해선 5:5로 나뉜다"며 "해군이 있어야 그나마 소비라도 이뤄진다는 입장인 반면 해군이 떠나야 창원의 배후도시로서 대단위 주거단지라도 조성할 수 있을 것 아니냐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군납은 단가 낮아 NO...교육사령부 이전 '우려'

최근 논란이 된 교육사령부 이전과 관련해서도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형편에 교육사령부마저 이전하면 그나마 유지됐던 상권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층도 많다"고 전했다.

또 군납품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도 "군납 단가를 맞춰야하는데 워낙 가격이 낮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자본이 있어야 가능하지, 영세한 상인이나 업체는 엄두도 못낼 이야기"라고 손사래를 쳤다.

한도식 진해시 환경의제 21 관계자는 "대통령 방문에 따른 헬기장 조성을 위해 인근 야산을 파헤치는가 하면 최근엔 해군기지내 주유소 설치 등으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며 "특히 서모도 기지 인근은 어업피해로 인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성섭 부산·진해 어업인생계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어민들이 전어잡이를 위해 벌금형을 무릎쓰고 군 금지구역을 넘곤 한다"며 "하지만 그마저도 지역어민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 이 곳에도 대형할인매장의 바람이 비켜가지 않았다. 인근 롯데마트에 이어 엎친데 덮친격으로'삼성홈플러스'가 상권 침투를 서두르고 있다.

▲ 해군사관학교 입구에도 경비를 서고 있다.

▲ 해군과 해군가족 전용 테니스장.'민간인 출입을 금한다'고 적혀있다.

▲ 진해만 잠깐 벗어나도 아파트 숲이 보인다.
▲ 시민단체 관계자가 해군의 '헬기장 훼손 현장'을 가르키고 있다.
▲ 해군아파트 단지. 70년대 들어선 이 아파트는 조만간 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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