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전지사·하후보 집 '2인조 강도' 범행동기 조작 기도…'후보 납치'가 목적?

"살 수가 없다"

최근 '2인조 원정강도범'을 검거한 경찰이 할말을 잃었다.

우근민 전 지사와 하맹사 제주시장 후보 집을 털려했던 범인들이 경찰서 유치장에서 범행동기까지 조작하려 했기 때문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5일 제주경찰서에 따르면 하 후보 집에 금품을 털기위해 침입했다 현장에서 붙잡혀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60·부산)는 4일 오후 4시40분께 경찰서 유치장에서 범행동기에 대해 입을 맞추자는 내용의 글을 쪽지에 적어 옆 감방에 수감된 공범 장모씨(47·부산)에게 건네려다 적발됐다.

부산으로 달아났다가 뒤늦게 검거된 장씨는 경찰에서 범행 동기와 목적 등 일체를 자백했다. 장씨의 입에서 나온 범행 동기는 때가 때인지라 돈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 도지사와 선거 출마자 집을 털어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것.

그러나 강·절도 등 19범으로 무려 43년을 감방에서 보낸 김씨는 동일 전과가 추가되면 또다시 장기간 수감생활을 할 것이 두려웠는지 범행 동기까지 조작하려 했다.

김씨는 감방에 영치된 소설책 뒷 여백을 찢어내 7장의 쪽지로 만들고 장씨에게 '장문의 글'을 썼다.

요약하자면 강·절도가 아닌, '후보납치'로 범행동기를 꾸미자는 것.

김씨는 쪽지에 "우지사 절도는 동생(장씨) 혼자 했다고 해라. 후보(하맹사) 강도는 '납치가 성공하면 1억원을 받기로 했다'고 강도혐의를 부인하라. 납치미수는 재판과정에서 벌금형으로 나갈수 있다…

우리 동생. 지금이 죽느냐 사느냐는 고비에 놓여있다. 마음을 잘 가다듬어서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라. 동생이 시인한 것은 경찰의 공갈, 협박, 고문에 의해 시인했다고 하라" 고 적었다.

'죽느냐 사느냐'는 비장함까지 드러낸 김씨는 전문가(?) 답게 형량까지 꿰뚫고 있었다.

실제로 형법상 납치(약취유인) 미수는 강도상해 보다 처벌이 가볍다.

그렇다면 김씨는 움직임 하나하나에 제약이 따르는 감방에서 어떻게 종이와 필기도구를 구했을까.

김씨가 동원한 아이디어는 편지였다. 김씨는 경찰관에게 "고향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겠다"며 볼펜과 종이 1장을 받아 부산에 사는 친구 황모씨에게 1통의 편지를 썼다. 일종의 '눈가림용'이었다.

김씨는 이와 별도로 '범행조작' 편지(?)를 추가로 작성, 같은 감방 수감자에게 영치된 크림빵 속에 넣어 전경대원을 통해 전달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의 감시망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미 이들의 범상찮은 범행에 주목, 전경대원 등에게 감시를 철저히 하라고 신신당부 했던 터였다. "절대 통모(通謀)를 못하게 하라"는 특별 주문을 받은 것.

김씨가 편지를 쓸 때부터 수상쩍은 기미를 눈치챈 전경대원은 빵에 쪽지를 넣는 장면을 포착함으로써 빵을 건네받자 마자 공모 기도는 들통났다.

사전에 발각돼 범행동기 조작 혐의가 추가될 여지는 적지만, 꼼수를 부린 만큼 법정에서의 '정상참작' 여지를 스스로 좁게 만들었다.

한편의 드라마처럼 대범한 범행을 기도한 이들은 경찰에 잡힌 후에도 심상치 않은 행보로 경찰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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