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학살 가해자로부터 당시 진술 확보"예비검속 학살자인 경찰·군인 끝까지 조사하겠다"

▲ 2일 제주도청에서 진행된 제주예비검속 사건 조사 설명회에 참석한 희생자 유족들.
제주 예비검속 대표적 사건인 모슬포 섯알오름 학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작업을 벌이고 있는 화해진실위원회가 이 사건과 관련한 '중요한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 신분)가 2일 오전11시 제주도청에서 제주에서 벌어진 예비검속 사건 조사개시에 따른 설명회 자리에서 김무용 조사1팀장은 "당시 경찰서 사찰과의 문서를 파악하고 학살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황증거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일부 가해추정자들로부터 당시 어떻게 양민들을 체포했고, 또 어떻게 학살했는지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면서 "당시 벌어졌던 학살사건의 윤곽을 그려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지금까지 섯알오름 학살사건에 대한 유족들의 증언을 계속 있어 왔으나 학살에 참여한 가해자 증언이 공식적으로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제주예비검속 사건 조사와 관련해 "피해원인과 학살과정, 피해규모와 신원 확인은 물론, 예비검속의 벌률적 불법성 여부와, 지휘·명령·집행체계를 확인할 것"이라면서 "특히 학살책임자에 대해서는 명단을 작성해 끝까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무용 조사1팀장은 "예비검속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전국적으로 벌어졌으며, 소위 '보도연맹'으로 불리는 육지부에서는 51년에 '예비구금'으로 양민들을 검거한 검찰 문서들이 있으나 국가의 공식적으로 '예비검속'이란 표현을 사용한 곳은 제주도 뿐"이라면서 "일제때 사용했던 '예비검속'은 1945년 10월 9일 미군정에 의해 공식적으로 폐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적용됐다"고 말했다.

▲ 제주예비검속사건 조사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진실화해위 김동춘 상임위원(왼쪽)과 김무용 조사1팀장.
이와 관련 김동춘 상임위원은 "진상규명 신청자들을 면담하고 관련 서류와 가해추정자들을 조사한 후 밝혀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예비검속 처형과정이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으로 추정된다"며 "제주예비검속사건을 조사하는 것은 이 사건이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차원에서 불법처형이 이뤄진 사건의 전모를 밝힌다는 점에서도 매우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진상규명의 핵심인 학살 명령체계와 가해자를 규명하기 위해 경찰과 군, 특히 수장과 관련해서는 해병대들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진실화해위는 이미 제주시와 서귀포, 모슬포, 성산포에서 벌어진 예비검속 당시 경찰 사찰과 명단을 입수했으며, 수장사건과 관련해서는 당시 모슬포에 주둔했던 해병대 1,2기 명단을 파악해 조사할 계획이다.

김무용 팀장은 "제주에서 예비검속으로 처형당한 1500여명 중 제주시에서 500명, 서귀포에서 200명 등 700명이 바다에 수장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국방부, 육군정보국-해병대로 이어지는 지휘계통은 물론, 생존하고 있는 해병대 1,2기들을 파악, 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김동춘 상임위원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가해자로부터 구체적인 진술을 얻어내는 것이나 이게 결코 쉽지는 않다"면서 "법상 출석 요구와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지만 이들의 고백이 없을 경우 심각한 난관에 부딪히고 가해자의 진술이 없는 피해자 증언으로만 구성된 진실규명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가해자들의 진술 확보가 진상규명의 관건임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4월 조사가 시작된 제주섯알오름사건인 경우 신청인들의 조사와 관련서류, 일부 가해자 진술 등을 확보해 사건의 전모를 그리는데 어느 정도 접근했으나, 제주예비검속사건과 병합되면서 전체적인 공식발표는 내년으로 늦춰지게 됐다.

제주예비검속사건은 244명에 이르는 신청인 조사와 경찰과 군이 갖고 있는 관련 문서, 그리고 가해추정자들에 대한 조사등을 감안할 경우 내년말쯤에야 보고사가 작성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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