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카메라는 주인을 닮아 항상 눈물에 젖어 있습니다

성산읍 삼달리, 폐교된 삼달분교에 자리잡은 소박한 갤러리의 주인은 김영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인은 김영갑이라는 사진작가지만, 주인공은 제주다.

'영 가버린 영갑아' 그가 제주에 미쳐 제주의 산야와 바다를 헤메고 다닐 때, 그를 자주 태워서 어느새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는 버스기사가 그를 부르는 호칭이다.  만약 그의 사진들을 만난 적이 있다는 이 호칭 속에 단순한 놀림 이상의 무엇이 숨어있고, 왜 내가 그의 사진들을 '젖은 사진'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의 사진들 속에는 예술가의 날카로움 미감이나, 세련된 기교 외에 무엇이 숨어있다.

 혹시 당신은 눈물 맺힌 시선으로 오름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흙인 듯 검은 갈옷에 스며든 땀방울에 가슴 시린적이 있는가? 억새를 태우는 피빛 노을에 원한의 함성을 뿌려본 적이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김영갑이라는 사진작가가 제주사람이 아니어서, 오히려 제주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사진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담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카메라는 제주를 절절히 겪은 어느 촌로의 눈을 닮아있다.

제주는 많은 사진작가들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을 쫓아서 드나드는 곳이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었을 때, 그들은 제주를 떠난다. 하지만 그는 무엇을 사진에 담고 싶었기에 20년 동안이나 제주에 머물면서 제주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낸 것일까?

그는 그 오랜시간을 심어서 제주사람을 알고, 제주를 보았다.  그래서 그도 이미 제주사람이 돼버린 것이다.  그의 카메라도 주인의 눈을 닮아서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너머의 그 무엇을 읽을 때마다 눈물에 젖어있다.  '저 오름에 4.3때 토벌대의 총에 피흘려 묻힌 내 어린 누이가 있다.  누이의 고운 선이 어찌 저 오름과 닮았을까', '평생 물질과 밭일에 고단한 삶을 접었던 어머니의 숨비소리가 왜 저 보리밭에서 일렁이는 것일까' 

그의 카메라가 담아낸 제주는 온전한 제주다. 그의 사진들이 제주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래서 그는 여기에 갤러리를 세우고, 제주의 것을 제주에 심는다. 그는 이제 많이 고단하다. 병마와 매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의 사진들과 대화해보자. 그의 사진들은 당신에게는 어떤 말을 건 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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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철님은 제주의 새로운 관광, 자연과 생태문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안관광을 만들어 나가는 (주)제주생태관광(www.ecojeju.net )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주의 벗 에코가이드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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