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 제주농업 활로를 찾자(3)

‘단순한 의미의 농산물로는 21세기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농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상품혁신을 꼽을 수 있다. 기존의 농산물로는 국내외 시장에서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만큼 과감한 혁신을 통해 고 부가가치 상품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품혁신은 단순한 재배·생산단계뿐만 아니라 가공·포장 등 수확 후 관리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특히 상품으로서의 농산물은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축산물도 무방부제 돼지와 한방포크 옥돌포크 흑운모를 넣은 기능성 포크 등이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외 시장을 막론하고 문화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들의 욕구도 달라지는 게 보통인 만큼 농산물도 소비자들의 이런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 농산물 수출컨설팅에 많은 농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상품혁신이 수출전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중 하나다.
합천 파프리카 작목반과 양평 환경농업단지 등은 생산단계에서의 상품혁신에 성공한 사례다. 친환경 오리농법과 우렁이 농법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합천 파프리카는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해발 700미터 고지대에서 재배되는 재배환경을 상품혁신으로 활용한 경우다. 일교차가 커 파프리카의 과육이 두껍고 당도가 높은데 비결이 있다.

진주의 장생도라지는 20년 이상의 도라지 재배법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독자적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엑기스와 환 등의 가공제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버섯돌이 3형제의 진주상황버섯도 라면 등의 가공제품으로 상품을 혁신해 수출에 성공한 업체다.

생명공학기술(BT)을 접목한 농산물 상품혁신도 주목받는 분야다. 오키드 바이오텍은 생명공학기술로 ‘향기나는 호접란’을 개발해 인기다. 발아현미를 생산하는 (주)미력은 현미를 싹틔운 특허기술을 이용해 상품을 혁신한 사례다. 현재 소포장 발아현미의 일반 유통과 즉석밥 업체에 공급하는데 연간 200톤에 달한다. 임용화 전무는 “향후 면류와 선식·이유식 등 활용분야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폭발적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 벤처기업인 (주)라이스텍도 무세미 ‘씻어나온 쌀’을 개발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상효 사장은 “무세미는 소비자들의 생활패턴 변화에 맞춘 제품”이라며 “기업인 입장에서 소비자 욕구(니즈)에 맞춘 상품개발과 혁신은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소득이 많아지고 생활문화 수준이 높아지면 농산물에 대한 욕구가 매우 달라진다. 더욱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게 상품혁신이다.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농산물을 찾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취향이나 개성에 따라 농산물을 찾을 만큼 시대가 변했다.

파프리카와 배 등의 일부 과일·채소는 수출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높은데 이는 안전성 확보와 당도 등의 품질 차별화, 포장디자인 개선 등 상품혁신을 통해 가능한 것이며 최근에는 웰빙(wellbeing)과 안전성이란 코드가 상품혁신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개별 농가와 업체별 상품혁신도 중요하지만 농산물의 전반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별로 특화작물을 육성하고 상품혁신을 병행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보여진다.

▲ 고창 복분자 가공산업

복분자 주산지인 전북 고창은 복분자시험장을 중심으로 품종과 재배방법 개선이 한창이다. 술을 비롯해 주스·장류·엑기스 등과 복분자 효능을 이용한 상품 개발·혁신을 병행하고 있다. 제품은 고추장과 한과, 국수, 제과·제빵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복분자시험장 박필재 계장은 “복분자의 상품혁신은 재배면적 확대와 출하 안정 및 농가 소득 증대로 직결된다”며 “이를 위해 육종개량과 제품개발 및 공정개선 등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간 부가가치 창출액은 400억원. 재배면적은 지난해 392ha(1489농가)에서 올해 450ha(2000여 농가)로 늘었다.

생산량도 지난해 600톤에서 올해 예상량은 1300톤. 복분자시험장은 비가림 재배를 유도해 당도와 수확량 제고라는 상품혁신에 성공했다. 또한 전국 42개 지역 6개 품종(1100주)과 외국에서 8개 품종(150주)을 이식해 우량형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고창 복분자주가 정부의 ‘지리적표시 3호’로 등록됐다. 고창 복분자 산업의 장기 발전을 위한 상품혁신 일환으로 평가받는다.

▲ 부여 구룡농협/예냉 아침딸기

충남 부여의 구룡농협 ‘예냉 아침딸기’는 요즘 상품혁신을 통해 유통가에서 인기가 높다. 대부분의 기획 상품들이 유통업체 상표를 부착하지만 구룡농협 아침딸기는 자체 브랜드로 판매된다. 현재 수도권 11개 이마트에서 최고 인기상품으로 통한다.

비결은 우선 퇴비를 이용한 자연농법이 꼽힌다. 또한 아침 9시까지만 수확하고 즉시 산지유통센터로 운반하는 점도 상품혁신의 일환이다. 산지유통센터에서 1차 선별한 다음 0∼3℃로 예냉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호흡이 억제되는데 일반 딸기보다 신선도가 1∼2일 더 유지된다.

지난해부터는 공동출하와 선별이란 상품혁신을 거쳐 품질이 더욱 향상됐다. 농가에서 직접 선별했을 때 기형과와 속박이로 리콜 사례가 있어 이를 개선한 것이다. 포장단위도 2.4kg(600g×4), 3.2kg(800g×4), 4kg(1000g×4)로 세분화해 소비자 선택 폭을 확대했다.

이마트 홍동호 바이어는 “상품혁신 결과 아침딸기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며 “딸기 매출도 일반 매장보다 2배 정도 많다”고 밝혔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 (주)도드람유통 / 마늘먹은 돼지

“이것이 상품혁신, 웰빙 돼지고기다.” 최근 흑운모와 거정석(약돌) 등을 비롯한 한약재와 마늘 추출물 등을 이용한 돼지고기의 인기가 높다. 이들 제품은 일반 돼지고기보다 비싼데도 바이어들에게 인기가 높아 향후 양돈산업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기대되고 있다.

(주)도드람유통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마늘 먹은 돼지’는 축산물 상품혁신의 본보기로 통한다. 국산 마늘을 건조·분말화하고 여기에 셀레늄과 철 성분을 곁들여 만든 특수사료를 비육 후기사료에 0.2% 가량 혼합해 출하 전 60일간 급여한다. 고급육에만 마늘먹은 돼지란 브랜드가 붙는다.

강현정 도드람푸드 과장은 “육질이 부드럽고 보수력이 뛰어나며 콜레스테롤 수치도 일반 돼지고기에 비해 50% 정도 낮아 건강 먹거리로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도드람양돈농협 회원 3농가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하루 100두 물량이 도축·가공돼 롯데슈퍼와 갤러리아 백화점에 납품된다. 소비자 가격도 삼겹살 기준으로 1만8000원(kg)대로 일반 제품에 비해 5000원 가량 높다. 기존 판매망과 백화점, 대형 유통업체 등에서 시식회 등을 통해 인지도를 확산시키고 있다. 판매량을 1일 100두로 한정 판매하는 것도 특징이다.

<육지부 사례는 한국농어민신문 문광운 이동광 이진우 기자가 협조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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