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원·건설 일용직 등 가입 대상…민주노총 "노동환경 변화 계기" 의미 부여
환경미화원, 일용직 건설 근로자, 서비스업 종사자….
'낮은' 곳에서 제주사회를 든든히 떠받치는 역군 들이다. 그러나 그 역할에 비해 이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전무하다시피 했던 게 사실. 더구나 이들은 근로 현장에서 온갖 차별과 소외를 당해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노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노조 설립은 가능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에겐 '빛좋은 개살구'나 다름없었다. 제주지역 산업구조상 대부분 사업장의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이눈치 저눈치를 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수십명, 수백명의 직원을 거느린 번듯한 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졌고, 그래서 이들에게 노조원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다가왔다. 마침내 노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5일 설립신고 통해 합법적인 노조활동 돌입...민주노총 상급단체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하는 '제주지역일반노동조합'(일반노조)이 지난 5일 탄생했다. 일반노조는 이날 제주도로부터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아 합법적인 노조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제주에선 이름조차 생소한 일반노조는 말그대로 산업별 또는 기업별 노조가 없는 제주지역 '일반적인' 사업장의 직원들로 구성된 권역별 노조다.
정확히 말하면 노조 구성 조차 여의치 않은 영세 사업장의 비정규 직원들이 주축이다. 규약에도 기존 노조원들은 가입대상에서 제외됐다. 노조 성격을 말해주듯 초대 위원장은 서귀포시청 환경미화원인 이재호씨가 맡았다.
서울 등 다른 시·도에선 대부분 일반노조가 설립돼 활발한 활동을 펴는 등 상대적으로 역사가 긴 편이다.
이에비해 제주 일반노조는 지금은 좀 초라해(?) 보인다. 조합원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노조는 조직 정도에 따라 웬만한 기업별 노조나 산업별 노조를 능가하는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가입대상 기존 노조원 제외한 도내 모든 노동자...잠재력 무궁무진
민주노총 제주본부 관계자는 8일 "기존 노조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주요 가입 대상은 호텔 등 서비스업 종사자, 영양사·환경미화원 등 공공분야 비정규직 종사자, 건설 일용 노동자 등이다. 이들은 별도로 노조설립을 하지 않더라도 개인자격으로 일반노조에 가입하거나, 지부 또는 지회를 두고 노조활동을 벌일 수 있다.
조합원이 5000여명인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1만명 조합원 시대'를 열겠다고 하는 것도 일반노조의 폭발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고승남 제주본부 조직국장은 일반노조 출범과 관련 "제주에선 건설업체만 하더라도 규모가 작다보니 노조설립은 엄두도 못냈던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제주지역 노동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노총 "기업별 노조 한계를 극복하는 조직형태" 적극적인 지원의사 천명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일반노조는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노조 조직형태로서, 특히 기업단위로 노조를 결성하기 힘든 '중소 영세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이 일반노조에 가입해 노조 활동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동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노조"라고 밝혔다.
제주본부는 또 "일반노조 설립은 노조원이 아닌, 제주지역 노동자들이 노조활동의 가능성을 열고 노조 조직률이 높아짐으로써 도내 노동환경의 변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한 뒤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혔다.
이재호 초대 위원장은 "저와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생활을 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에서 노조 설립을 결심했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충을 토론한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빠른 시일안에 참여해서 노조 활성화에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적극적인 동참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