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좌충우돌 디카사진 찍기(4)

300화소 디카와 동행한 지 1년 6개월여 되면서부터 잔고장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100컷 이상씩 찍었으니 혹사를 당해도 한참 혹사를 당한 것입니다. 두 차례의 A/S를 받으면서 카메라 하나쯤은 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종을 변경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1. 600만화소 DSLR카메라로 기종을 바꾸다

제주라는 지역적인 특성으로 인해 인터넷쇼핑몰을 통해서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가격면에서 조금 유리했습니다. 실물을 보지 못하고 구입한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사고 싶은 모델이 정해지면 인터넷쇼핑을 하는 것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DSLR카메라가 도착하던 날, 그날 300만화소 똑딱이카메라는 거짓말 같이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미안했습니다.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자기를 두고 새 것을 산 배신감 때문에 그리 된 것 같아서 말이죠.

열번째 계명, 카메라는 단순히 기계가 아니다. 그와 친구처럼 소통하라. 그러면 소통하는 만큼 좋은 사진을 선물할 것이다.

그런데 손에 익기 전이라서 그런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접사모드로 놓고 찍어도 그 이전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 한참 고민을 했지요.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렌즈에 있었습니다. 바디를 구입할 때 딸려온 18-50mm렌즈가 있었는데 DSLR카메라는 본체도 본체지만 렌즈가 사진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안 것이지요. 들꽃은 접사를 많이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급하게 마이크로렌즈 100mm를 구입했습니다. 그제서야 제대로 된 접사사진을 찍기 시작했지만 그로부터 일년 이상은 그저 그런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수동의 개념, 그 중에서도 Av(조리개우선), Tv(셔터우선), ISO(감도) 등의 개념이 들어오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2. Av, Tv, ISO, Ev는 꼭 알고 가자

 
▲ 비온 뒤, 물방울 속에 담긴 피사체들 담기 위해 ISO(감도)를 평소보다 높여주고, Av( 조리개)도 조여주었다.
ⓒ 김민수
 
카메라에 대해 조언을 구하면 조리개를 조여야 심도가 깊어진다거나 어두운 곳에서는 셔터속도를 길게 잡아라, 감도를 높여라, 조금 어둡게 찍어라 등등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몰랐습니다. 하필이면 Tv(셔터속도)부터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가뜩이나 햇살 좋은 날 저속셔터로 찍으니 그냥 백색화면이 뜨는 것입니다.

김영갑 선생의 사진에는 저속셔터로 찍은 것들이 많은데 아무리 저속셔텨를 써봐도 백색화면만 뜨니 그냥 포기를 했던 것이죠. 그런데 밤이나 이른 새벽에는 저속셔터가 그런 대로 나옵니다. 물론 이때는 삼각대가 필수였습니다. 그때 조리개와 셔터의 함수관계를 알았습니다.

1) 조리개를 조이면 심도가 깊어지는 대신 빛이 적게 들어오니 셔터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2) 삼각대 없이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한 셔터속도 1/50은 보장해 주어야 한다.

3) 일출이나 일몰시에는 셔터속도만 잘 조절해도 눈에 보이는 색감대로 찍을 수 있다.

4) 어두운 사진은 밝게 보정할 수 있지만 과다노출된 사진은 보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기본적인 지식을 얻은 후 들꽃사진을 찍을 때는 주로 이 정도로 설정을 해 놓고 찍습니다.

1) Av(조리개)우선모드로 찍을 때
Av 6.3(보통), 11(심도를 더 깊게 할 때), 11이상(직사광선이 강한 날, 셔터속도가 50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2) Tv(셔터속도)우선모드로 찍을 때
Tv 640 또는 500 직사광선이며 햇살이 좋을 때, 500(일출이나 일몰시), 야간이나 어두운 날에는 -1초부터 빛의 상태에 따라 셔터의 속도를 늦춰준다. 새벽바다 혹은 계곡에서도 동일하다.

3) M(완전수동)모드로 찍을 때
일단 자동상태에서 Av와 Tv의 수치를 본 후에 번갈아가면서 조정해 본다. 맘에 드는 색상이 나오면 완전수동으로 찍는다.

4) Ev는 -1에 고정되어 있고,ISO는 일반적으로는 100, 흐린날이나 어두운 곳, 물방울 사진을 찍을 때에는 400 이상으로 올려준다.

 
▲ 새벽바다에서 4초 정도의 속도로 찍었으며 똑딱이카메라다. 똑딱이카메라에도 수동기능이 다 들어있다.
ⓒ 김민수
 
이 정도가 사실 제가 익히고 있는 전부입니다.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이란 빛이 그려내는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동으로 찍으면 편안하긴 하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사진을 얻긴 쉽지 않습니다. 결국 빛의 양을 조절하여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에 따라 사진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3. 카메라를 구입하기 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그냥 남들이 사니까 사지 마십시오. 주로 무엇을 찍을 것인가(주제)를 생각한 후에 결정을 하면 사용하지도 않는 기능들을 가진 비싼 카메라를 살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요즘 나오는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똑딱이 디카들의 기능은 출판하고 대형사진을 출력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사진들을 찍을 수 있습니다.

열한번째 계명, 주제를 정한 후에 카메라를 결정하라. 그리고 DSLR카메라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면 렌즈는 무엇으로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DSLR카메라를 구입하고 나니 용도별로 렌즈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나중에는 바디값을 가볍게 뛰어넘는 렌즈들을 볼 때마다 망설여집니다. 렌즈와 바디가 맞아야 하니 나중에는 바디를 바꾸고 싶어도 렌즈와의 호환성을 생각하면서 교체해야 합니다.

니콘과 파인픽스(후지)는 렌즈가 호환되고, 캐논의 경우는 캐논렌즈를 사용해야 합니다. 렌즈만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에서는 바디에 따라 다른 렌즈들을 출시하고 있으니 렌즈구입을 할 때 바디와의 호환성을 꼭 따져보고 구입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렌즈전문회사에서 만든 28-300mm렌즈를 사고 싶은데 바디가 캐논이라면 "캐논마운트의 28-300mm"을 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 외 렌즈를 호환할 수 있는 링들도 있지만 이렇게 액세서리를 장만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결론은 카메라를 구입하기 전에 내가 찍고자 하는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적합한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지 가격을 보고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4. 내가 가지고 있는 렌즈들, 나는 이렇게 사용한다

1)마이크로렌즈
접사사진을 많이 찍기에 마이크로 100mm를 주로 사용했습니다만 요즘에는 마이크로 60mm를 많이 사용합니다. 60mm의 장점은 심도가 조금 더 깊고 100mm에 비해 가격이 낮고 가볍다는 점입니다. 요즘 추세는 100mm에서 60mm로 가는 것 같습니다. 이 두 렌즈는 주로 접사촬영을 할 때 사용합니다.

2)단사렌즈
50mm렌즈는 주로 인물사진을 찍는 데 사용합니다. 단사렌즈 장점은 화질이 선명하다는 점입니다. 접사가 아닌 경우에는 가장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100mm나 60mm로도 커버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단사렌즈 3종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렌즈는 마이크로 60mm렌즈입니다. 그 렌즈를 처음 만났다면 100mm나 50mm는 구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3)시그마28-300mm렌즈
풍경사진과 먼 곳에 있는 인물이나 피사체를 찍을 때 사용합니다. 단점은 다소 무겁다는 점과 빛이 캐논렌즈에 비해 적게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최대한 당겨 300mm로 촬영할 때에는 삼각대가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가격대비면에서 가격이 싸고, 조리개나 셔터속도 등으로 불편한 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주로 야외에서 사용합니다.

4)탐론24-70mm렌즈
풍경사진을 찍을 때 주로 사용합니다. 다른 렌즈와는 조금 다른 구조가 불편하긴 하지만 화질이 선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때 편리한 장점이 있습니다. 주로 풍경사진과 실내사진, 조금 커다란 들꽃들을 뒷배경과 함께 찍는 데 사용합니다.

5. 필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

 
▲ 특정한 빛에 반응하는 크로스필터를 끼고 촬영한 사진이다.
ⓒ 김민수
 

저의 경우는 렌즈에서 필터를 전부 뺐습니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값이 비싼 필터가 아닌 바에는 싸구려 선그래스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렌즈는 굉장히 단단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필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는 저의 경우이고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필터 중에서는 기능성 필터가 있습니다. 하늘을 더 푸르게 나오게 한다든지, 특정한 빛에 크로스가 생기게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지요. 용도에 따라 구입하면 되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게 되더군요.

필터를 구입할 때에는 렌즈에 크기에 맞춰 구입해야 합니다. 간혹 이슬방울을 찍을 때 크로스렌즈를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인위적인 것 같아 요즘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액세서리는 말 그대로 없어도 큰 불편함이 없는 것입니다. 일곱번째 계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액서리의 유혹에 빠지지 마십시오. 호주머니만 가벼워집니다.

 
다음 기사는 "버릴 것 하나도 없다"는 제목으로 포토샵과 포토웍스 등을 이용하여 사진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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