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수 보건의료노조 제주 조직부장 "사측이 불성실하게 나오면 상황 바뀔수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소속 147개 병원중 121곳이 10일 일제히 파업에 돌입했으나 제주에선 파업 대신 상경투쟁을 택해 산별 투쟁에 가세했다.

이에따라 제주에선 우려했던 진료 차질은 거의 빚어지지 않았다.

이날 상경투쟁에 나선 제주지역 노동자는 30여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제주본부 준비위원회(공동본부장 김효정·고혁진)에 가입돼 있는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 지부 소속 조합원, 노조가 없어 개별적으로 산업노조에 든 간호사·방사선사·응급구조사·사무직 노동자들이다. 제주에 노조가 있는 병원은 두군데 뿐이다.

준비위원회는 오는 12일까지 30여명이 추가로 상경해 투쟁에 동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료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파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으며, 상경투쟁도 한꺼번에 하지 않고 나눠서 하고 있다고 의료대란을 막기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측(병원협회)이 노사교섭에 끝까지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어서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려대에서 농성중인 강석수 보건의료노조 제주지역 조직부장은 "이번주말까지는 (사측의 태도를)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산별노조 차원의 요구사항이 노동환경이 열악한 제주지역 현실에 비춰볼 때 다른지방 보다도 더 절실한 문제라고 절박감을 드러냈다.

이번 보건의료노조 산별교섭의 쟁점은 ▲의료의 공공성 강화 ▲온전한 주5일제 쟁취 ▲비정규직 정규직화 ▲산별기본협약 체결 ▲산별 최저임금제 도입 등 5대 산별 요구에다 노동연대기금 설치(특별요구) 등 모두 6가지다.

강씨는 "이중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라며 배수진을 쳤다.

-제주만 파업에 돌입하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제주지역은 의료환경이 열악하다. 두군데 병원(제주대병원, 한라병원)이 파업하면 진료공백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일단 투쟁기조를 상경투쟁으로 잡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파업은 없을 것이다"

-'당분간'이라면, 상황을 봐가며 파업 투쟁을 벌일수 있다는 얘기로도 들리는데.

"사측(병원협회)의 교섭 태도를 지켜보겠다. 사측이 진료차질을 최소화하려는 우리들의 노력을 역이용하려 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를테면 '진료차질이 없으니까 할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투쟁중에도 계속 교섭이 이뤄지고 있는데 끝까지 불성실하게 나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사측의 교섭 태도를 언제까지 지켜보겠다는 말인가.

"이번주말 또는 다음주초까지다. 그때가서 제주본부 차원에서 대처방안을 다시 논의하겠다"

-진료공백을 크게 우려했는데, 상경투쟁 자체가 진료차질을 가져왔다고 생각지는 않나.

"투쟁만을 생각했다면 파업에 돌입했지 왜 상경투쟁을 택했겠나. 합법적으로 연월차 휴가를 활용해 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병원 내부에서도 부서별로, 병동별로 조합원끼리 근무시간 등을 조율하고 있다. 가령 같은 부서에서 한 조합원이 연월차를 신청하면 동료 조합원은 가급적 신청을 자제하고 있다. 사측(병원) 보다도 조합원들이 오히려 더 신경쓰고 있다"

-산별 요구 사항들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일반인들에겐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전국적인 상황과 제주지역 상황은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는데.

"산별 요구들은 오히려 제주에서 더 시급한 문제다. 주5일 근무제만 해도 그렇다. 의료인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주는 전국에서 의료인력이 가장 적은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전한 5일제'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진료여건은 더 열악해지고 심하게 말해,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곳은 덜하겠지만, 노조가 없는 병원은 환자들에게나 노동자들에게 '지옥같은 병원'이 될 수도 있다. 산별노조 차원에서 접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전한 주5일제가 실시돼야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최저임금제 도입 요구도 내걸었는데, 임금수준이 그렇게 열악한가.

"전국적인 문제지만 제주지역은 더 심각하다. 전국 평균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7월부터 주5일제 근무제가 시행되면 여기서 10% 이상을 삭감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병원측이 경영수지 악화를 이유로 고통 분담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그러잖아도 열악한 노동자들은 큰 타격을 받게된다. 이 또한 제주 노동자들에겐 물러설 수 없는 생존권적 요구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는 또 무슨 얘긴가.

"제주는 공공의료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따르지 않으면 도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 결국 건강권을 위협받을수 있다. 서울로 못가 숨을 거두는 도민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 돈 때문이다.

크게 3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건강보험을 확대해 본인부담금을 줄임으로써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 또 의료시장 개방에 따른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의료혜택 격차를 해소해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등 공공지원 또는 공공병원을 지금의 15% 수준에서 30% 정도로 끌어올려야 한다. 제주대학교 병원이 있지만 연구·실습 중심으로 가면 그런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주의료원도 치매 전문병원이기 때문에 다양한 외래진료를 병행하기 힘들다고 본다. 서귀포의료원은 있지만 거리상의 문제가 있다. 새로운 공립병원을 만든다든지, 그게 여의치 않다면 폐업하는 병원을 정부가 인수해서 공공성을 부여해야 한다. 문을 닫는 병원이 얼마나 많은가. 또 서귀포의료원의 공공성도 더 강화해야 한다. 다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한가.

"그렇다. 전국적으로 전체 병원노동자의 35%가 비정규직이지만 제주는 50% 이상이다. 그것도 최근 몇 년새 이렇게 됐다. 비정규직들은 임금과 근로조건 등 모든 면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 의료질 저하와 의료사고 가능성을 짙게하는 요인이다. 노조가 있는 곳은 비정규직 비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노조가 없는 대다수 병원에선 오히려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도 산별노조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주지역으로선 절실한 문제다"

강씨는 "제주 병원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이다 보니 대도시 병원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임금과 근조조건의 격차가 심하다. 산별협약 체결이 제주가 더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거듭 열악한 사정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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