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제주도당 6.5 재보선 해단식 “좌절말고 기회로 삼자”

6.5 재보궐선거는 당초 예상을 깨고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끝났다.
4.15총선의 압승, 그리고 40%를 넘는 높은 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제주도지사와 제주시장, 도의원(구좌·조천·우도) 재·보선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닷새가 흐른 10일. 열린우리당 제주도당은 선대본부 해단식을 가졌다.

당 차원에서 이날 해단식에 당 고문과 자문위원만을 초청했다고는 하나 당사가 발 디딜 틈없이 꽉 찼던 선대본부 발대식에 비하면 ‘패배’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해단식이 시작되기 전 속속 모여 든 당직자들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여론조사전문기관 TNS에 의뢰해 이날 공개한 정기여론조사 결과를 보며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됐냐”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2주전 조사에 비해 12.2%P나 폭락한 32.0%로 한나라당(29.7%)에 비해 오차범위내인 2.3%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결과였다.

오후5시에 시작된 선대본부 발대식에는 도당위원장인 강창일 국회의원과 김재윤 의원, 진철훈 도지사 후보와 하맹사 제주시장 후보, 그리고 김경택 공동선대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선거패배 후 첫 공식모임인 이날 해단식은 제주도당 차원에서 이번 선거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또 향후 대책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제주에 내려오기 전 중앙위원회에 참석했던 강창일 도당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앙당 차원에서 이번 재보선의 참패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며 “우리당은 총선이 끝난 직후 제대로 처신을 하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 진철훈 도지사 후보가 당원들에게 재보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재보선 패배의 첫 번째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의 연세대 발언(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놈의 보수 갖다 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다)이 국민들 눈에는 안 좋게 비쳐졌다고 말했다.

또 “총선 당선자들이 청와대 만찬에서 보여준 행동이 ‘조·중·동’이 이상하게 써서 그렇게도 됐지만 어쨌든 이 역시 국민들은 좋게 보지 않았다”며 총선이후 열린우리당이 국민들 눈에 오만하게 비쳐진 것에 대해 반성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영남발전특위 문제가 제주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으나 전남에서는 (패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전국정당을 지나치게 의식한 중앙당의 ‘오버’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또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의 입각문제가 권력다툼으로 비쳐진 점, 그리고 정동영 전 의장 사퇴 이후 새 지도부가 (재보선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도 패배의 한 원인으로 들었다.

강창일 위원장은 “이번 재보선의 패배는 민심이 천심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다”며 “국민들은 개혁과 변화를 원하는데 청와대와 우리당은 국민들에게 이것을 보여주지를 못했다”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개혁노선 후퇴에 대한 반성도 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철훈 후보와 하맹사 후보는 선전했다고 자평했다.

강 위원장은 “청와대나 중앙당에서는 제주도는 선전했다는 분위기”라고 소개한 후 “두 후보가 선전했으나 우리당에 대한 국민 반발이 결국 패배를 안겨 줬다”며 “우리당이 국민들에게 오만하게 보인 점에 대해 저 스스로 반성하고 자성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또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면서 “좌절해서는 안되며 이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패배의 충격으로 발대식에 비해 썰렁한 선대본부 해단식
김재윤 의원은 “어느 지역보다 훌륭한 후보를 냈다고 자신했는데 선거에 패배해 두 후보와 당원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며 “그러나 2년 후에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 이번 선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진철훈 도지사 후보는 “짧은 기간 이만큼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당원 여러분들이 도와 준 덕분”이라며 “제주도와 제주시를 새롭게 발전시키고 잘사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6월5일을 제주도를 새롭게 만드는 날로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철훈 후보는 그러나 “게임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면서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새롭게 일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하맹사 제주시장 후보는 “당원 여러분들이 하루 25시간 열심이 뛰어줬으나 부덕의 소치로 낙선했다”며 “당선해서 기쁨을 당원들에게 나눠줘야 하나 후보의 탓으로 낙선해 당원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며 우리당원으로 당의 발전을 위해 미력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