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제주자활 영농사업단 흙살림 가족의 콩이야기
25일 온가족이 함께 메주 만드는 날!

여름 내 콩 밭을 맬 때도, 일정한 간격으로 씨를 뿌리지 않는다고 밭가는 이가 소리를 질러도, 막동씨 귀에는 남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청각장애가 있어 귀에 콩알이 박힌 듯 늘 귀가 멍하지만, 자연과의 대화에 귀와 입은 필요하지 않은 법이다.

막동씨는 수확한 콩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3년간 놀려 놓은 밭을 임대한 일이나, 농사 한 번 지은 일 없는 사람과 유기농 콩농사를 해보겠다고 콩씨를 받아 뿌리면서도, 이들이 골고루 잘 뿌려 줄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막동씨나, 순자씨나 점순씨 모두 수두룩하거나 휑하거나, 도무지 간격을 맞추는 데는 관심이 없고, 빨리 씨를 다 뿌리고 집에 갈 생각만 하는 듯 보였다.

날마다 담당 팀장은 밭 어귀에 서서 콩이 마른 땅을 뚫고 나오길 기다렸다.

삐죽삐죽 벌써 올라온 잡초 사이로 드문드문 떡잎 두 장이 나온 것을 보고, 콩 심은데 콩 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을 주책없이 좋아했다.

   
 
 
빨리 잡초를 뽑아 주어야 할 텐데 콩이 못 견딜까봐 식구들이 걱정하기 시작한 건 콩이 자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무심히 씨 뿌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콩밭을 매는 속도보다 잡초가 자라는 속도가 빨라 김 매는 일은 다른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

더러 큰 엉덩이로 콩 줄기 몇은 꺾이기도 했겠지만 열댓 명이 모여 질펀한 웃음과 수다속에 8월 긴 하루해를 보내고 나니 비로소 풀밭이 아닌 콩밭이 되었다.

   
 
 
빨리 콩을 수확하라는 성화에 못 이겨 콩을 베던 날, 반나절도 못해 손을 놓아야 했다.

아직 익지 않은 콩이 많은 탓이었다.

밭 어귀 콩 몇 알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까운 콩 다 떨어진다"며 재촉을 한 건, 한알 한알이 가족의 땀인 까닭일 것이다.

다른 밭에 비해 유난히 키 작은 콩나무는 제 힘껏 꼬뚜리를 메달고, 늦가을을 맞았다.

겨우 여덟 마지기 땅에 열서너 가마 콩을 수확하며 탈곡기가 두 번이나 밭을 가로질렀으니 수확의 기쁨을 두 번 느꼈을까?

애초에 나눠 먹으려고 시작한 농사다.

   
 
 
토실한 놈은 골라 장을 담고, 벌레 먹은 놈은 담아다 닭을 먹이고, 결국 어찌 생긴 놈이든 버릴 것은 없는 셈이다.

새가 먹고, 벌레가 먹고, 그래도 남은 게 많아 우리 손에 들어 온 게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벌레를 잡고, 타작하고, 북제주자활 흙살림 가족들이 150일 동안 콩농사를 지으며 콩알 하나가 재크의 콩나무처럼 우리의 삶을 갑작스럽게 변화시킬 것이라 믿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가 키워낸 콩이 쓸모 있는 무언가가 되어 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콩나물이 되든, 된장이 되든, 그러지 않으면, 이듬해 밭 자락에서 다음 세대를 키워 낼 콩씨가 되든, 그도 아니면 닭의 식도를 타고 들어가 노른자라도 되어야 한다.

무엇이 되었든, 떼구르르 누군가의 밥상으로 굴러가 콩알 같은 많은 이야기를 남기게 될 것이다.

설익은 농군인 흙살림 식구들이 유기농 콩농사를 하며 열서너가마의 콩과 함께 얻은 것은 함께 크는 법, 함께 사는 법, 함께 나누는 법이었다.

막동씨는 콩 한 알을 잡고 고민을 한다.

좋은 놈에 비하면 형편없고, 쭉정이에 비하면 아까워서 한 참을 들고 들여다봐야 하는것들이 있다.

하루 종일 콩을 고르며 우리도 그럴까 생각한다.

세상에 잘 나가는 이들에 비하면, 너무 보잘 것 없고, 절망하기엔 너무 아까운...

   
 
 
북제주자활가족들이 여름내 키운 유기농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나누고자 합니다.

그리운 어머니의 기억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콩!콩! 메주만들기 ##

1. 일 시 : 2006. 11.25(토) 오전 10시~오후 2시
2. 장 소 : 북제주자활후견기관 자활체험관
3. 주 최 : 북제주자활, 한살림제주, 흙살림 제주
4. 행사내용 : 장작불에 콩 삶기, 버선발로 콩 밟기, 메주만들기
5. 참가비 : 가족당 1만원
6. 참가문의 : 북제주자활(T.772-1297), 한살림제주(T.784-1425)
※ 차량 운행되며, 맛있는 점심 제공됩니다.
※ 가족 당 한 덩이 메주를 드립니다.
※ 이번 만든 메주는 겨우내 두었다가 늦겨울 함께 장을 담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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